속리산악회 주관 보은군계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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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악회 주관 보은군계 종주
  • 송진선
  • 승인 2006.09.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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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 남대문리 염치∼회남 은운리 언목입구
산길 물길 건너는 의미심장한 발길들

속리산악회 주관으로 매월 군계 종주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10일에는 5구간으로 회남면 남대문리 염치에서 회남면 은운리 언목 까지 20km 를 걷고 배를 타고 건넜다. 속리산악회(회장 최윤태) 주관으로 보은군계 종주를 시작한지 5개월째다.

5월 1구간인 산외면 대원리부터 군계 탐사를 시작으로 9월10일까지 매월 1구간씩 5구간을 종주했다.

특히 5구간은 배를 3번 타고 대청호를 건너야 육지에 닿는 의미있는 구간이다. 해병전우회에서 보트를 운전해 호수와 육지를 건너 주기를 수차례 거듭했기에 구간 종주가 가능했다.

80년 수몰이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도 있고 귀신같이 찾아다니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흔적이 발견됐다.

군계 5구간은 회남면 남대문리 염치∼회남면 은운리 언목입구까지 총 20㎞ 구간. 산행거리 7㎞에 뱃길 거리가 13㎞였다.

22명의 산악인(?)을 선도에는 차영일 팀장이 김응필 부팀장과 배인수 등반대장이 후미를 담당했다. 일행에는 등산이 도사인 속리산악회 회원들뿐 아니라 동행한 몇 사람도 등산에 일가견이 있어 출발부터 속도가 났다.

군계라는 것이 여기가 군계요 하고 금을 그어놓은 것도 아니고 또 표지판을 세워놓은 것도 아니고, 임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인지경을 뚫고 걸어야 했기 때문에 일행들의 발길에는 나무 덩쿨이 채이고 늘어진 앞사람이 지나가면서 나뭇가지가 채여 따라오는 뒷사람의 얼굴을 때리기도 하고 가시넝쿨이 바지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걸려서 넘어지기도 하고 그야말로 험로였다.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이 왜 굳이 사서 이렇게 고생을 할까라며 손가락질을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백두대간 종주나 잘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정상을 밟는 등산보다 더 의미있는 우리 땅을 알기 위한 걸음에 힘이 들어가 있다.

군계 종주를 주관하고 있는 속리산악회는 대한산악연맹에 소속된 전문 산꾼들이다. 그동안 충북 알프스 등산축제를 주관하는 등 산악축제마다 참여해 그들의 활약상을 군민들에게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미개척지로 잠자고 있는 산을 깨워 그곳에 그들의 족적을 심는다. 안가본 곳이 어딜까 꼼꼼히 따져봐야 할 정도로 그들은 전국의 산하를 누볐다.
이번 군계종주는 우리땅도 익히며 다시 한번 애향심을 다지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 청원군, 옥천군 밟아 땅넓히기
5구간 종주 코스는 처음 회남 남대문 염치에서 출발해 390봉을 등정한 후 청원군 소전리 버랏나루 선착장까지 3.0㎞ 구간이다. 군계는 산능선을 따라 청원군 문의면 소전리와는 대청호로 유입되는 도랑이 보은군과 경계였다.

일행은 도랑으로 내려갈 수 없으니 소전리의 버랏나루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탔다. 우리가 보은군 땅을 넓혀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 모두가 웃음을 짓게 했다.

처음 해병전우회의 보트를 탄 구간이다. 청원군 버랏나루 선착장에서 대청호를 건너 회남면 산수리를 지나 법수리 선착장까지 뱃길만 5㎞에 달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호수의 물살이 가을 바람과 부딪혀 더욱 차갑게 느껴졌지만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렸다.

충주호나 한강처럼 유람선이 다니는 곳도 아닌데 어부도 아니고 일반인이 이번 군계 종주, 그리고 해병대 보트 아니면 언제 대청호 물살을 가르며 달려볼 수 있을까 모두의 추억으로 자리잡기에 충분했다.

뱃길 12리를 건넌 후 법수리 선착장을 출발해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역시 여기가 군계요 라고 표시돼 있지 않고 얼굴을 때리고 발길에 걸리는 것들을 겨우겨우 헤집으며 능선을 따라 210봉을 지나 하산하니 바로 회남-대전구간의 510번 지방도가 나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배꼽시계가 울어댄 지 오래지만 갈 길이 멀다. 다시 능선을 따라 산에 오르고 이날 종주의 최고봉인 해방 319.7m인 국사봉에 다다랐다.

전국 명산을 종주한 어떤 이름 모르는 사람이 표지석을 설치해놓았다. 아주 가까이에서 비경으로 손꼽히는 서탄리목도 볼 수 있었다.

국사봉이 세속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산인지 산제단이 있었고 제법 높은 돌탑도 있었다.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며 얌전하게 돌 한 개를 얹는 손길이 이어진다.

겨우 그곳에서 도시락을 풀며 허기를 채웠다. 구수한 된장찌게도 끓이고 작은 냄비에 많은 양의 라면을 넣어 꼭 무슨 무슨 밥같이 끌인 라면냄새도 피웠다.

주먹밥도 말아왔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된장에 고추, 오이 반찬도 내놓았다. 에너지를 충전해 국사호까지 3㎞ 구간을 산행한 후 다시 뱃길로 서탄리목까지 3㎞를 가고 대전 구역인 서탄리목에서 옥천 방계나루까지 1㎞남짓 산행하고 그곳에서 다시 뱃길로 회남 은운리목 입구까지 가는 등 배가 닿는 곳까지 산행하는 구간이 반복됐다.

마지막 은운리목 입구는 하천 수 등이 대청호로 유입되는 곳이어서 뻘 같은 진흙이 있었고 더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부유물이 상당했다. 대청호 쓰레기 수거 활동이 이곳에는 미치지 않는 듯 싶었다. 이날 군계 종주는 은운리 언목 입구에서 마치는 것으로 했다.

# 일부 구간 산행지로 근사
처음 뱃길로 군계를 탐사하면서 발견한 것은 사람이 닿지 않은 곳에 숨어 있는 우리지역이지만 낯선 마을들이 있다는 것이다.

80년 대청댐 담수로 회남면내 많은 마을과 농경지, 산야가 수몰됐으나 섬 아닌 무인도 같은 지역에 아직도 마을 이름이 그대로 살아있다. 특히 송포리나 서탄리 목은 3면을 대청호가 굽이치면서 휘돌아 감고 있어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법수리에서 국사봉, 국사호까지 이르는 구간은 등산로 등을 갖춰 놓으면 산행지로 좋은 구간이다. 구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험하지 않다.

더욱이 회남면은 대전지역과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주말이면 대전시민들이 회남면내 대청호에서 낚시를 하고 또 민물고기 요리를 먹는 등 방문이 잦기 때문에 등산로가 개발되면 보은군민 뿐 아니라 대전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회남면은 오지이다. 면 대부분의 면적이 대청호에 담수돼 채 700명이 안되는 주민이 농사도 짓고 대청호에서 물고기도 잡아 생계를 꾸려간다.

대전에서 들어오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도토리를 주워 쑨 도토리 묵이나 두부를 만들어 내다 팔기도 하고 봄에 산나물을 뜯거나 여름에 옥수수를 따 대전 중앙시장에 노점을 차려놓고 팔아서 생활비도 하고 자식들 학자금도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회남면은 보은군 땅이지만 이웃하고 있는 대전을 시장으로 경제활동을 한다. 그들에게 대전은 보은군만큼 중요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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