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 65] 내속리면 북암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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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 65] 내속리면 북암2리
  • 김춘미
  • 승인 2006.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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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정기받은 30명이 정답게 사는 마을
지난 호 북암 1리에 이어 북암 2리인 부내실, 부수골, 소리목 마을을 찾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주민수도 적고 마을이 많이 쇠락해 보였다.

세 개의 자연마을 중 깊은 산골인 부수골과 소리목은 속리산자락에 있어서인지 여느 산골과 달리 주변 산세가 웅장하고 그윽한 것이 남다른 모습을 뿜어내고 있었다.

주민들은 벼, 고추, 콩 농사를 주로 하며 특별한 소득 원은 갖고 있지 않았다. 몇 가구 안 되더라도 양봉, 양계, 버섯 재배, 젓소, 한우 사육 농가를 볼 수 있었는데 이 일은 북암 2리의 지형적인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일인 것 같았다.
소리목재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황규태 노인회장이 어렸을 적만 해도 작은 나무에 불과했던 것이 어느새 자라 사람 키를 훌쩍 넘어 올려다보게 만든다.

생긴 모양새가 정이품송을 닮아 주민들 사이에선 그 대를 이을 나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지가 부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옛날에는 산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지게에 짊어지고 오다가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부터 주민들이 징도 치고 꽹과리도 치며 마을까지 갔다고 한다. 넘기 힘든 소리목재를 지나다 만나게 되는 소나무 한 그루는 달콤한 휴식이었다. 부러진 가지가 계속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앞으로 더 큰 피해를 입진 않을까 걱정이다.

다른 지역에서 폭설이나 태풍 등으로 소나무가 많이 유실됐다는 얘기를 접한 뒤였다.
마을 봉사자로는 황규하 이장(60)과 황규태(77) 노인회장, 안창엽(60) 새마을 지도자, 이관희(31) 부녀회장이 있다.속리산 정기받은 30명이 정답게 사는 마을 북암2리 황규태 노인회장

# 자연 마을 부내실, 부수골, 소리목
북암 2리는 부내실, 부수골, 소리목 세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지만 가구 수를 전부 합해도 30호 안팎이라고 한다.

자연마을 중 부내실은 북암 2리의 중심이 되는 마을답게 번듯한 노인정과 97년 농촌구조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지은 마을공동 농기계보관 창고 등이 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예쁜 꽃이 소박하게 심어져 있는 마을 앞 쉼터는 노인정 건물과 제법 잘 어울린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달리 마을 안에는 빈집들이 많이 보였다.

서로 인접해 있는 부수골과 소리목은 부내실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너무 멀어서 왔던 길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그냥 돌아갈까 말까 몇 번을 고민할 정도였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걷다보니 드디어 집이 나타났다. 그런데 달랑 한집!

몇 가구가 살고 있다고 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산뿐이다.

소리목재를 한 바퀴 다 돌고 난 뒤에야 소리목 산골짜기 아래 자리한 8가구를 다 볼 수 있었다.

황규태 노인회장의 말에 따르면 소리목은 산악지대라 겨울철 날씨가 엄청 춥다고 한다. 매섭게 부는 바람 때문에 소리치게 춥다 해서 소리목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부수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부수골 역시 소리목과 비슷한 규모로 마을을 형성하고 있으며 외형 또한 지형적인 특성 상 외딴집들이 많다.

어려웠던 시절 겪었던 고생 보따리를 풀어놓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 주민 수 급격히 감소
겉으로 보기에는 주민들도 많고 마을 살림도 넉넉할 것 같았던 북암 2리는 고령화보다 이농현상으로 인한 인구감소의 문제가 더 심각했다.

부내실 앞 쉼터에 나와 있는 주민들이 없어 그 이유를 묻자 황규태 노인회장은 "누가 나와 있을 사람이 있어"하며 한 마디로 일축해 버린다.

80년도 수해가 나기 전 마을이 커 1리, 2리로 분리를 한 것이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온 것인데 지금은 북암 2리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마을이 쇠락해졌다.

부내실 안에는 빈집이 많으며 사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고작 17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황규태 노인회장이 집집이 한두 명 꼴인 주민 수를 손으로 꼽으며 세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노인회 회원은 부내실 주민 5명, 소리목 주민 2명으로 총 7명이라고 한다.

"뱃속은 편하지. 공기 좋고 누가 떠드는 사람이 있나, 근데 심심은 햐"

자식들이 객지에 나가있으니 말벗할 이웃이라도 많으면 좋으련만, 나이가 들면 사람이 그립다는 말이 맞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 그래도 사람들의 발길 이어져
80년도 수해이후 북암 1리에서 북암 2리로 이전을 한 북암 국민학교는 차츰 학생수가 줄어 폐교가 되고 지금은 그곳에 요가 수련원이 들어섰다.

갈수록 늘고 있는 농촌의 폐교는 박물관이 되거나 개인에게 임대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폐교는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며 자원으로써의 활용 가치를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북암 2리 샨띠와 남 요가 수련원은 몇 년째 면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베풀고, 지역 기관에서 요가강의를 실시하는 등 사회봉사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가 수련원이 마을 주민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엿볼 수 없었지만 지역 사회와 어울려 교류하며 원만한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가져본다.

폐교를 이용하는 외지인이 남이 아닌 한 마을 주민으로 서로 이해관계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폐교는 더 이상 애물단지가 아닐 것이다.

작년에는 국방과학연구소 기술연구본부 직원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직원들에게 주민들이 땀흘려 농사지은 고추를 판매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황규태 노인회장은 "노인들이라 고추를 장에 내다 팔면 시세를 잘 몰라 제값을 못 받을 수도 있는데 자매 결연을 맺어 고추도 사주고 하니 주민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두 번 좋은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계를 지속해 농촌의 활성화에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떤 목적을 갖고 시작한 일이라면 그 뜻을 이뤄보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요즘은 마을 명소화 사업 등 관광지 개발에 많은 지역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자매 결연을 맺어 도농간 활발한 교류를 펼치는 마을도 명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도농간 자매결연은 농촌 마을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지역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암 1리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북암 2리 주민들도 속리천 오염의 심각성을 제기하면서 속상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 주민은 "예전에는 냇가에서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았는데 지금은 검은 물이끼가 끼고 물이 더러워져 여기 사람들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물이 워낙에 깨끗해 전부터 많이 찾았던 피서객들 역시 물놀이를 즐기러 왔다가 발길을 도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민들은 내속 하수종말처리장의 관리 소홀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관계기관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오염도는 날로 심각해져 가고, 피해 지역 주민들은 충분히 납득하고 받아들일 만한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여전히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 다시 한번 주민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행정기관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북암 2리 들녘에 핀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람이 그 모습을 닮는다면 내 가족과 내 이웃과 내 친구와 함께 하는 삶이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큼 다가온 가을이 훌쩍 가버리기 전에 벼이삭을 닮아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황규태 노인회장은 소리목으로 가는 동안 무르익은 벼이삭을 보며 "나락이 참 잘 됐네. 어쩜 이렇게 잘 됐어"하며 내 일처럼 뿌듯해했다.

소리목에서 만난 주민은 "나락도 잘 되고, 고추도 잘 되고, 그것만 잘 됐나? 콩도 잘 됐지" 말하는 것이 농사가 잘 돼 신이 난 모양이었다.

북암 2리는 주민들도 별로 없고 산골이라 농사짓기도 힘들다. 그래도 주민들은 농사가 잘
됐다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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