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외면 중티리-인삼 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진 중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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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외면 중티리-인삼 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진 중터마을
  • 김춘미
  • 승인 2006.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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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밑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3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진 중티리.

도로 양옆으로 웃말과 아랫말로 나뉘고 8번 군도와 새로 놓인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양지말이 위치한다.

앞뒤로 펼쳐져 있는 넓은 들과 푸른 산 사이로 한강 상류의 맑은 물이 넉넉한 시내를 이루며 굽이쳐 흐르고 있다. 요즘은 휴가철을 맞아 물놀이를 오는 인파들로 많이 분빈다고 한다.

마을로 접어드는 길은 사방이 온통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서 오지인 듯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막상 마을에 도착해보니 도로도 잘 닦여 있고, 38가구가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마을이 꽤 커 보였다. 이뿐 아니라 은행나무, 코스모스, 예쁜 꽃으로 보기 좋게 잘 가꾸어진 가로수 길은 색다른 이미지까지 더해준다.

중티 마을은 조선 성종 때 개국공신 남재의 7대손인 남충년이 낙향 남하하던 중 이곳을 지나다가 토질이 부드럽고 수맥이 풍부해 정착한 것이 마을 설립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주민들은 마을이 생긴 지는 약 4백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하며, 이곳이 산 가운데 우뚝 선 형세를 하고 있어 처음에는 중터라고 하던 것이 중티로 변칭된 것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아랫말 쪽에 있는 곰마당이란 산 위에는 4∼5천 평 가량의 넓은 버덩이 있는데 옛날 전쟁시 바로 그 아래 솥밭몰이라고 불리는 들녘에서 밥을 해 그곳까지 직접 날랐었다고 한다.

보기 드문 특이한 경우인 것 같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무더운 날씨를 탓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평수도 제법 되는 버덩을 그냥 묵히기에는 아까운 것 같다는 말에 홍종수 이장은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그곳에는 물이 없다고 한다.

양지말 뒷산에는 피부병에 좋다는 약수가 있어 괴산 등지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38가구 90여명이 모여 사는 중티리 마을 봉사자로는 홍종수(69) 이장과 홍종선(73) 노인회
장, 박순남(47) 부녀회장, 이득만(40) 새마을 지도자가 있다.

# 인삼재배의 최적지로 자랑 대단
중티리는 특용작물인 인삼을 많이 재배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재배농가는 12호 정도며 중티리 외에 다른 지역에도 인삼밭이 있어 호당 보통 만여 평 정도를 경작한다고 한다.

마을에 인삼이 처음 들어온 것은 68년도로 그때는 외지 사람이 재배를 했으나 80년도 수해이후 주민들이 인삼농사에 뛰어들어 기술을 터득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티리는 토질이나 여러 가지 조건들이 인삼농사에 제격이라고 한다.

인삼은 한번 수확기를 거치면 휴경 기간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은 인삼이 땅의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중티리는 중간에 휴경 기간 없이도 몇 번이나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삼재배의 최적지를 자랑하는 중티 마을. 이곳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인삼은 여름이면 1개의 가는 꽃자루가 나와 열매를 맺고 성숙하면 선홍색이 된다.

중티리 인삼밭에서 고운 빛깔의 선홍색 열매를 볼 수 있었다. 땅 속에 묻힌 인삼은 얼마나 자랐을까?

# 10년 전 시작한 꽃길 조성
중티리 도로변에는 화사한 색깔의 꽃길이 조성돼 있다.
10년 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꽃을 심었으며 산외면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노인회 회원 40명을 주축으로 주민들이 손수 꽃을 가꾸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깊은 듯하다.

길가에는 가을꽃의 대명사인 코스모스도 제법 많이 심어져 있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커브길 같은 경우 자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위험 요소가 뒤따라 그런 곳에는 부분적으로 코스모스를 뽑아내고 꽃을 다시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꽃길 가꾸기를 비롯해 마을 청소까지 맡아 한다는 노인회원들.

솔선수범하며 마을을 돌보는데 앞장서는 중티리 노인회는 도에서 상까지 받을 정도로 주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4∼5년 전 군에서 묘목을 지원 받아 식재한 은행나무는 올해 처음 은행이 달렸다.

은행나무 마을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이나 나무가 병들어 죽기도 하는 등 아직은 시작 단계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은행나무가 잘 성장해 준다면 은행을 따다 팔아 마련한 수익금으로 마을 기금 조성에 유용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

# 지하수가 딸려 주민들 불편
중티리는 상수도 시설이 되어 있다.

예전에는 명절 때면 물이 딸려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샘을 한 군데 더 판 후로는 물은 그런 대로 잘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그만큼 전기세가 더 많이 부담되기 때문에 좋아할 수만도 없다.

중티리 웃말 앞 길옆에는 큰 우물이 하나 있다.

취재를 하던 중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아주머니가 건네준 바가지로 물을 퍼 손을 씻는데 물이 너무 시원해 잠깐이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물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했다.

아주머니 말처럼 햇빛이나 비를 가릴 수 있는 지붕과 우물을 덮는 뚜껑,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주변의 풀을 제거하고 배수로를 잘 만들어 놓는다면 마른 목도 축일 수 있는 반가운 장소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더운 날 그늘 한 점 없는 햇볕 아래서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중티리는 우물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마을에 행사가 있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거의 우물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필요성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거면 벌써 했죠. 우리 마을은 이 우물이 꼭 있어야 되는데 다른 마을은 해주면서 왜 우리 마을은 안 해주는지 모르겠어요”

보은에서 3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중티리.
예전에는 인근 지역인 구티와 창리에 장이 섰는데 창리가 더 가깝고 가는 길도 좋아 창리장을 많이 이용했다는 주민들.

70년 대 새마을 사업이 한창일 당시 마을청년들은 주민들이 수레를 끌고 창리로 왕래할 수 있도록 손수 산을 깎고 고개를 뚫었다.

그곳에 이제는 도로가 나고 65세 미만의 젊은이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앞으로는 더 살기 좋아질 거라면 기대하고 살았던 옛날.

분명 많은 것이 좋아졌다. 그런데 잃어버린 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보은∼내북 간 4차선 도로 확포장 공사는 중티 마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뚫려 먼 거리를 돌아 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세거리까지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농경지가 있었던 곳에 도로가 생겼다.

그것이 주민들에게 어떤 효과를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시대의 변화 앞에 순응하며 마을을 지켜나가는 주민들. 그들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중티리는 주민들의 마을 사랑이 남다르다.

마을을 열심히 가꾸는 노인회의 활동을 봐도 그렇지만 지난 겨울 사비를 들여 만두, 술 등 음식을 마련해 마을 경로잔치를 개최한 박순남 부녀회장의 사례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대문을 나서면 어디가냐며 말을 건네고, 오고가는 길가에서 만나면 달리는 차도 세워 다리품을 덜어주고, 연일 계속되는 가뭄으로 내 밭의 고추며, 참깨도 걱정이지만 남의 밭에 타들어 가는 농작물을 보면 걱정 어린 참견이 저절로 나오는 사람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농지정리를 한 지 8년 정도 됐다는 중티리 주민들은 논에 물을 대는 수로 정리가 속히 이루어 질 것을 숙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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