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군단위 유일 주부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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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군단위 유일 주부 합창단
  • 송진선
  • 승인 2006.06.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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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6월. 한 여름 복더위까지 가려면 한 달 이상 지나야 하는데 벌써부터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기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햇살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시원한 계곡 속에 숨어서 발을 담그면 그만일 것이라는 생각까지 간절해진다.

잠깐. 어디선가 꾀꼬리 같은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철모르고 찾아온 더위가 확 가시는 기분이다. 노랫소리를 따라 가보니 장바구니 들고 과일가게 가서 덤으로 과일 하나라도 더 가져오려고 주인에게 갖가지 감언이설을 하는 주부들이었다.

콩나물 500원어치를 사면서 조금이라도 더 얹어주지 않을까 주인의 손끝만 바로보고 있던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가는 아줌마들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그렇게 고운 목소리가 숨어있었던 것일까. 고운 화음이 들리는 곳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문화원 시청각실에서는 아줌마들로 구성된 개나리 합창단(단장 박은영) 단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일상에서 탈출해 하고 싶어 취미도 살리고 특기도 살리는 아줌마들의 반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나리 합창단은 군 단위로는 도내 유일한 주부 합창단이다. 1991년 5월 초대 단장은 김순환씨, 초대 지휘자를 최경하(독일)씨가 맡은 가운데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분야별로 각각 15명씩 45명으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다. 21세기인 지금도 유일하지만 20세기인 1991년 도시도 아니고 시골에서 주부 합창단을 창단해 활동한다는 것이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재정적인 어려움도 대단했다. 정기적인 수입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꾸려나갈 수가 있었다. 다행히 초대 단장인 김순환씨가 이상배, 최장근씨 등으로 후원회를 조직했고 또 박준병 전 국회의원과 천성호 동조 인도네시아 사장이 지원한 후원금이 합창단 운영에 큰 보탬이 됐다.

1년이면 두 차례씩 음악회를 개최해 주부들이 쏟아내는 노랫가락에 군민들은 심취할 수 있었다. 국립합창단이니 뭐니 해도 우리지역의 아주머니들이 입을 맞춰 부르는 가곡 보리밭이 더 좋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가수들을 초청한 공연은 있었지만 클래식 음악회는 처음 아닌가. 그래서 더욱 군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명맥을 유지해오던 개나리 합창단은 지휘자로 합창단원들을 지도했던 최경하씨가 독일로 유학을 가면서 최경하씨의 호서대 동기가 지휘를 하는 등 이후에도 5명의 지휘자가 바뀌었고 초대 김순환 단장도 그만 두고 합창단을 그만두는 단원들도 많아 침체기에 들었고 해체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다 5월31일 창단기념일에 맞춰 부단장이었던 박은영씨가 2대 단장, 송명호씨가 부단장을 맡으며 다시 부활했다.

재정적인 어려움보다는 좋아하는 노래를부르지 못하는 고통이 더 심했던 단원들은 체제를 다시 정비하고 다시 단원들을 모집해 30명으로 2기 개나리 합창단을 꾸려갔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했던 연습시간을 늘려 박은영 단장은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단원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오게 해서 무반주로 연습을 하거나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악기인 멜로디언에 맞춰 연습하는 등 1기 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노래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박은영 단장의 열성과 함께 단원들의 단합이 대단했다.

그러다 박은영 단장이 성대 수술을 받고 부단장인 송명호씨는 귀를 앓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지휘자가 없이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불렀다.

심신의 피로에도 노래만 부르면 고통이 사라지는 희열을 느낀 단원들은 마침 이태리 유학을 마치고 보은에서 출퇴근하며 청주대학교 등에 출강했던 하유정씨를 만날 수 있었다. 피아노 반주자 이주희(29)씨도 만났다.

어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단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좋아하는 노래에 심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주부들인 점을 고려해 오전 10시부터 했던 연습시간을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하는 것으로 정했다.

시청각 실을 뛰고 소리도 지르고 온몸을 스트레칭 하며 릴랙스 시키는 등 소리가 잘나오게 하기 위해 20여분간 땀이 날 정도로 몸을 움직인다.

비록 단원 확보가 제대로 안돼 메조소프라노 없이 소프라노와 알토만 있지만 개나리합창단원들은 종전 연습 때와는 다른 기성 성악가와 다름없는 연습을 하며 매년 두 차례 음악회 개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4년에는 남성부까지 운영해 혼성 합창단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실력도 일취월장한 단원들은 합창단의 정기 연주회 외에도 여성대회, 속리축전, 장애인 행사에 현충일 행사 등 지역의 각종 행사에 나가 노래를 부르는 등 개나리합창단의 노래는 사람들에게 엔돌핀제가 됐다.

아직도 재정적으로는 여유롭지 못하다. 단원들이 매달 내는 회비와 문화원 지원금 100만원, 군비 보조금 300만원, 초창기 박준병씨와 천성호씨가 지원해준 적립금 이자로 지휘자와 반주자에게 지도료를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살림이 빠듯하다.

그래도 합창단은 올해 11월경 제천에서 열리는 전국 주부합창제에 출전해 인구 3만7000여명인 군 지역에서 노래로 화합을 이루고 즐겁게 살아가는 행복감을 전국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군 합창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보은 개나리 합창단 단원들은 창단 멤버인 박은영단장과 송명호 부단장 총무 최은화씨, 소프라노 파트 장 곽정아씨 알토 파트 장 이금숙씨 외에 왕 언니 차옥희씨, 막내 정은경(28, 보은 월송)씨를 포함 30명으로 구성됐다.

단원은 다음과 같다.

박은영(57, 보은 삼산), 송명호(49, 보은 삼산), 김영춘(43, 보은 교사), 박순득(47, 보은 장신), 김순덕(52, 보은 강신), 곽정아(34, 보은 교사), 방명순(38, 보은 삼산), 강현영(38, 보은 이평), 정은경(28, 보은 월송), 정양숙(47, 내북 법주), 오영순(42, 보은 교사), 이금숙(41, 보은 장신), 김봉순(37, 보은 이평), 이현숙(25, 보은 죽전), 김정임(22, 보은 교사), 김종인(48, 외속 불목), 차옥희(69, 회북 중앙), 이경희(44, 보은 장신), 유미림(42, 수한 후평), 최진순(42, 보은 삼산), 김정효(36, 보은 이평), 김숙희(43, 보은 교사), 최은화(40, 보은 교사), 김은숙(44, 보은 삼산), 최명숙(43, 보은 교사), 현경아(35, 보은 교사), 육은경(40, 보은 교사), 김형순(44, 보은 삼산), 김영자(48, 보은 교사), 장영순(54, 회북 송평), 최은아(37, 보은 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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