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탐방 - 내속리면 대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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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탐방 - 내속리면 대목리
  • 보은신문
  • 승인 2006.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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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아래 나무가 많았던 마을
이런 곳에 마을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가다 삼가리에서 왼쪽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목리(大木里)이다.

마을에서 천왕봉이 보이며 등산로가 닦여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깨끗한 물이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도 있고 등산로에 나무그늘 터널이 자연스레 잘 형성되어 다른 곳 못지 않게 좋은 등산로를 이룬다.

대목리는 아래대목골과 웃대목골로 나뉘어져 각각 6호 정도가 살며 전체 18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다. 옛날에는 100호 가량이 마을을 이룰 정도로 컸었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화전민 철거 정책으로 1호당 40만원의 이주정착금을 받고 사람들이 많이 떠났다고 한다.

윤병철 이장은 없이 살아도 사람들이 많았을 때가 정도 많고 살기도 더 좋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래대목골과 웃대목골은 많이 떨어져 있어 아래대목골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웃대목골에 다다를 수 있다. 그리고 웃대목골에서 등산로를 따라 가면 속리산 천왕봉에 오르게 된다.

대목리는 윤병철(57) 이장이 새마을 지도자를 겸하고 있으며 여종숙(48)씨가 부녀회장을 맡고 있다. 노인회는 따로 결성되지 않았으며 대목리, 삼가1·2리, 만수리, 구병리 마을간에 결성된 연합 노인회에 참여한다고 한다.

# 도화동에서 대목리로
제일 처음 대목리에 터를 잡은 사람은 윤병철 이장의 대고조 할아버지라고 한다.
정확한 시대적 배경은 알 수 없으나 통정대부란 큰 벼슬을 했던 그가 변란이 일어나 벼슬아치들을 해하는 일본인들을 피해 강원도로 피신을 했는데 그곳에서 화제가 나 청주로 옮겨 왔다가 지금의 대목리로 들어와 터를 잡은 것이라고 후손들에게 전해오고 있다.
그는 대목리에서도 웃대목골에서 한참 떨어진 골짜기인 작은 대목골에 은둔하며 학문, 침술 등을 익혔으며 전국을 다니면서 환자들을 치료했다고 한다.
책이 말도 못하게 많았다고 하니 그 조예가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를 시작으로 터를 잡게 된 대목리의 원래 이름은 도화동(桃花洞)이다.
산에 복숭아 나무가 많아 마을이 온통 복숭아꽃으로 뒤덮여 도화동이라 불렀다는 이야기와 함께 마을에 있는 박씨 묘자리 터 일대가 마치 커다란 복숭아꽃과 같은 지형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그 뒤 일제 시대 마을에 큰 나무가 많다하여 도화동이 대목리(大木里)로 된 것이라고 한다.
윤 이장은 도화리라는 이름을 되찾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 고품질 다수확 작물 재배
대목리는 지형적으로 지대가 높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논보다는 밭이 훨씬 많다. 논을 경작하는 주민이 2가구에 불과하며 대부분 밭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은 나무로 덮여 있는 산밑이 예전에는 대부분이 밭이었다고 한다.
화전을 일구며 생활하던 때는 주로 콩, 팥을 재배했는데 장날마다 마을에서 한 차씩 나갈 정도로 수확량이 많았었다. 그 당시에는 팥이 쌀 보다 더 비싸 팥을 팔아서 쌀을 사먹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화전민 이주 정책으로 주민들이 떠나고 난 뒤 채소류를 많이 재배했으며 무가 워낙에 크고 굵어 사람들 입에서 사람 다리통만 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목리에는 대추나무 고목이 몇 그루 있는데 현재 고사되어 주민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워낙 오래돼 고사되긴 했지만 화려했던 대추고을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나무이다.
옛날에는 마을에 대추나무가 엄청 많았을 뿐만 아니라 1농가에서 30가마 정도를 수확할 만큼 그 양이 대단했다고 한다. 윤 이장은 그때는 대추가 살도 많고 당도도 높았으며 햇볕에 널어 자연 그대로 말렸기 때문에 맛도 훨씬 좋았다고 했다.
멀리 다른 지방에서 대추를 구매하려고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감자를 많이 심어 마을로 들어서면 짙푸른 감자밭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활짝 핀 감자꽃이 너무 예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감자꽃 사진을 찍으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가 있을 정도로 대목리의 감자밭은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수확한 감자의 판로가 미약하고 가격도 싼 탓에 너른 감자밭이 감자 재배 농가에게는 흐뭇하지만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윤 이장의 말에 따르면 작년에 팔지 못한 감자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다. 썩어서 버리기도 하고 소한테 썰어 먹이기도 한다는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심정이 오죽할까.
꽃을 보고 웃는 웃음이 가을철 감자를 수확하고 판매해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질 때까지 대목리 주민들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래본다.

# 천왕봉 정상까지 이어진 등산로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천왕봉 정상까지는 걸어서 1시간 30분. 예전보다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이 늘고 있다.
마을에서 보면 천왕봉 밑 인자바우가 보이는데 대목리에서 보는 것이 제일 잘 보인다고 한다. 호랑이가 엎드려 내려다보는 형국으로 바위 안에 人(인)자가 패여 있어 인자바우라 했으며 어떤 이들은 들 입(入)자로 보기도 한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사람의 코처럼 생겼다는 코바우와 그 옆에 있는 노장바우도 유명한데 노장바우골은 임경업 장군이 골짜기 골을 큰돌로 막아 집터를 닦은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볼거리 외에도 경치가 무척 좋다며 주민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봄에는 산에 살구꽃과 벚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온 산을 물들여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다.
대목리만이 갖는 자연적인 매력을 즐기러 찾아오는 이들. 그러나 등산객들의 방문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항상 반갑고 좋은 일만은 아니다.
밭작물을 맘대로 취하거나 더덕, 냉이 등 집 마당에 있는 것을 캐 가는 경우도 있으며 화장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던 당시에는 개인 농가의 것을 이용했는데 이용자 수가 많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겨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얼마 전 간이 화장실을 설치했으나 부지가 없어 그것도 윤 이장이 개인 소유의 땅 일부를 희사한 것이라고 한다. 주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뒤에야 뒤늦게 실행하는 행정처리가 그것도 규제다 뭐다 하면서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윤 이장의 땅에 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었다면 지금도 대목리를 찾는 등산객들은 농가의 문을 두드려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 구역 내에 있는 대목리는 법 규제가 엄한 관계로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주민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윤 이장의 당숙인 윤창복(73)씨는 19년 전 대목리를 떠나 보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양봉을 하기 때문에 마을에 자주 찾아와 자고 가는 날도 많다고 한다. 몸 하나 누울 정도밖에 안 되는 협소한 잠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하나 갖다놓고 지냈으면 하는데 허가가 안 나 답답한 심정이다. 자연을 헤치는 것도 아니고 쓰다가 나중에 그냥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을 왜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도 아무리 많은 관광객도 대목리 주민들의 한숨 뒤에 있는 것이라면 아름답고 좋아 보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국립공원 내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법 규제 완화도 필요한 부분이란 생각이다.

# 주민들에게 ‘속리산 공원자원 관리원증’배부
대목리 인근 산에서 채취하는 약초며 더덕, 버섯 등은 주민들에게 또 다른 소득원으로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타지역 사람들이 많이 채취를 해가기 때문에 주민들이 보는 손해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단체로 와 보은 읍내에 방을 얻어놓고 새벽이나 밤중에 마을에 들어와 주민들 입장에서는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다. 하지 못하게 하면 못하게 한다 뭐라 하고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그러던 중 올해부터는 ‘속리산 공원자원 관리원증’이 주민들에게 배부돼 이것을 소지한 사람이 아니면 산에서 그 어떤 것도 채취할 수 없게 되었다. 대목리 외에 만수리, 삼가 1·2리도 포함된다.
무단 채취 금지가 주민들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돼 여러 가지 규제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대목리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대목리를 지키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그들에게 자연이 늘 그들 편이 돼준다면 조금은 한숨을 돌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김춘미 프리랜서

<새로쓰는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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