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20명 한자공부에 몰두, 공휴일 없이 운영
지난 7일 오전 11시 회북면 용곡리 전 회룡초를 방문했을 때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학교 교실 한켠에서 한자를 읊는 낭랑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정문과 교실과는 거리가 있어서 귀에 들릴 듯 말 듯한 적당한 음률이 가미된 적은 소리였다. 전형적인 시골의 산골이라서인지 꽤 운치 있게 와 닿는다. 92년 회인초에 통합된 후 폐교가 된 전 회룡분교가 2004년 사유화되면서 옛날 서당학교로 변모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문이 닫혀 있고 안내문도 없어 단순히 폐교로만 인식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실상은 이곳이 요즘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한자를 익히는 서당인 것이다. 이런 서당은 충북에서는 유일하고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한다.
폐교를 서당학교로 전환한 전 회룡분교에 관심이 간다. 서당으로의 변신이 드문 일인데다 폐교를 자원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폐교의 활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서당에는 초등생부터 대학졸업자까지 한자를 배우려는 20명의 지망생들이 숙식하며 한자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한자로는 사서삼경을 위주로 동문선습 등을 보는 기초과정부터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을 습득하는 고급반으로 나눠져 있다.
이들 대부분이 학업은 정규 학교과정 대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초중고 학생도 더러 있다.
대학을 마치고 순수 한자공부에 정진하기 위해 상주하는 성인도 4명이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 다수는 순수 한문과 인간기본교육을 익히는 것이 우선이고 자신이 알아서 검정시험으로 정규코스를 대체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연중무휴로 ,명절만을 제외하고는 방학도 없고 토,일요일 포함 매일 한자수업 교실을 진행한단다.
대신 봄가을에는 야유회나 학부모들이 보은 앞에서 단합의 시간을 자주 갖는 야외 체험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보은 소재 학생 한명쯤은 있을 법도 하건데 일단 외지 학생들로만 채워졌다.
이 서당학교 훈장 이상규(48)씨에 따르면 올해 일부 건물을 헐어 내년 가을쯤 새 건물로 단장할 계획이다. 이미 가상 설계도가 나와 있다고 한다. 건물이 지어지면서 서당으로 뿐 아니라 각종 학습장으로 이곳의 편의시설을 바라는 희망자들에게 최대한 할애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증평에서 한약방을 경영하는 이가 건물의 소유주로 한자교육에 관심이 높아 훈장이 서당을 운영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투자 및 뒷받침을 할 방침이란다.
훈장은 전에 계룡대 인근에서 서당을 하다 도시가 가까이 건설되면서 교육환경을 위해 2004년 4월 이곳에 터를 잡았다. 한자공부를 하기엔 입지조건이 좋아서였다고 옮긴 배경을 들었다.
폐교를 활용한 서당학교로의 변신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로 가져다 줄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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