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는 지역 특화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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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는 지역 특화의 지름길
  • 보은신문
  • 승인 200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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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 종 / 보은읍 장신리
4. 속리산신제의 원형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속리산신제의 제의는 신(神)이 매년 10월 범(寅)날에 법주사에 내려오면 산중 사람들이 음악을 베풀어 신을 맞이하여 제사하고 40일 동안 머물게 한 뒤에 돌려보낸다, 라고 간략하게 표기하고 있다.

속리산신제에 대한 제의(祭儀)내용을 좀더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 우리 고장의 민속 문화로 재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보지만 권위있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대국가들이 행해 오던 여러 가지 제의(祭儀)를 참고로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대국가의 천신제인 ‘무천(舞天)’ 이나 ‘동맹(東盟)’ 고구려의 ‘수신제(遂神祭)’와 한(韓)의 귀신제(鬼神祭)가 모두 10월에 지냈으며, 아직도 남아 있는 동제(洞祭)들도 10월에 지내는 곳이 많은데 이것은 10월을 상서로운 달로 여기는 우리의 풍속과 일치 한다.

고대의 제의는 봄에는 기원하는 춘기제(春祈祭)를 지내고 가을에는 감사하는 추보제(秋報祭)를 지냈다.

속리산신제는 본래 춘추로 행하던 제의를 기록에 10월 범(寅)날을 시작으로 행한 것으로 보아 추보제(秋報祭)로 지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합천 해인사에 가야산신(伽倻山神)을 모신 정견천왕사(正見天王祠)(新增東國輿地勝覽 권30)가 있었듯이 법주사에도 속리산신을 모신 신당이 따로 있어 그곳에서 속리산신을 맞이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라는 추정과 함께,

최남선의 조사에 의하면 법주사에 남근을 바치는 신당이 따로 있었다고 한 것과

이은상(李殷相)의 글귀에서(이은상,《가을을 안고》,아인각,1966,P.37)
“이 산 아래 불교가 들어오고 거기다 미륵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실상은 여기가 천왕(天王)의 도장 이었던 것이다.”라고 하였듯이 속리산은 법주사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천왕 즉 속리산신이 자리한 도장이었지만 불교는 민속신앙을 호법신(護法神)으로 수용하는 종교적 특징에 의하여 속리산 산신제는 추정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신제(神祭)와 제의가 같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법주사 스님들이 ‘송이놀이’로 속리산신을 위로하는 공물을 바쳤다 는 것은 다른 지역의 산신제와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여기에서 속리산신제는 오랫동안 실시하지 않다가 1994년 속리축전의 일환으로 ‘천황봉산신제(天皇峯山神祭)’라는 이름으로 민속행사로 이어 왔다.

요즈음은 속리산단풍축제의 한 민속행사로 재현되는 등 원형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산신제가 없는 마당에 ‘송이놀이’ 하나만을 재연 하는 것은 ‘속리산산신제’의 원형을 혼돈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천황봉산신제(天皇峯山神祭)는 천왕봉산신제(天王峯山神祭)로 명칭이 바뀌는 것이 옳고, 먼 훗날까지 우리고장의 민속 문화유산으로 이어가도록 한다는 차원으로 볼 때 ‘속리산산신제’로 개칭하여 잘 갈고 다듬어서 지역을 특화시키고 세계의 각광을 받을 수 있게 할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있다.

산신제의 후속 풀이라고 하는 “송이놀이”는 다른 지역의 제의에서 보듯이 풍장을 울리며 술을 마시고 떼를 지어 노래 부르며 노는 잔치와는 차이점이 있고, 우리지역이 아니고는 볼 수 없는 우리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민속 문화의 특성이 있을 뿐 아니라 해학적이고 재미가 있어 세계의 이목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축제의 남근놀이는 고대 희랍이나 로마의 제의(祭儀)에 남근의 행렬이 있었다는 기술과 일본의 전현신사(田縣神社)나 대현신사(大縣神社)의 제사에서 장정10명이 나무로 만든 커다란 남근을 가마에 싣고 시가행진을 (보은속리산의 민속문화, 보은 속리산산신제 p,62)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뿐만이 아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남근신앙이 전래되고 있는데 속리산 산신제의 뒷 풀이로 시연되고 있는 송이놀이는 특이하여 세계인의 이목을 받을 수 있는 놀이다.

속리산신을 여신(女神)으로 이해하여 남근을 공물로 바쳐 속리산 여신을 위로하고 효과적인 생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의미 있는 민속 문화로 가꾸어 갈 소재다.

우리고장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무형적 자산을 보유한 독특한 지역이다.

지역의 전통문화행사는 종교를 초월한 지역문화의 계승이란 차원으로 온 지역주민이 함께하여야 한다.

강릉 단오제는 유교식 의례에 의하여 진행된다.

속리산 산신제는 속리산 법주사를 중심으로 전래되어온 무형적인 문화이기 때문에 불교 의식으로 특색 있는 문화로 갈고 다듬는다면 우리나라의 이름있는 문화제로 재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 우리는 지역을 특화할 수 있는 무형문화재의 소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것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지방자치시대에 있어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달성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우리고장 무형 민속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지정문제를 고려한 송이놀이 보존회(가칭) 등을 창립하여 우리고장의 특성을 살린 무형문화재로 가꾸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경쟁이다.

경쟁시대의 지방자치단체는 특화된 문화로 다른 자치단체와 차별화시켜야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 그 지역에 사는 보람을 갖게 하고 지역민이 풍요롭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지방재정이 열악하여 문화에 대한 투자에 난점이 있다고는 보지만 멀리 앞을 내다보는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문화행사 자체를 경제성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경향이 있으나 경제적 수익문제를 결부할 경우 문화의 근본 취지를 혼돈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문화행사 자체로는 예산의 낭비로 볼 수 있으나 관광객이 모여 들 수 있는 우리지역만의 독특한 전통문화행사로 자리 매김 될 경우 지방세수 증대에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에 대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영원한 투자가 된다는 것을 유념하여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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