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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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송진선
  • 승인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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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농아인협회 창립과 관련한 취재를 위해 농아인협회 군지부 회원들을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옥천군지부 간사인 정욱찬씨를 통역사로 해서 만난 이날 통역사 없이는 전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답답함보다는 그들과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돌아가는 길에 고개를 숙이며 말로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하자 한 회원이 그것을 수화로 가르쳐줬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수준일 것이다. 그들은 세상과 통하고 싶은데 그들과 통할 언어가 그동안 우리에겐 없었다. 당연히 그들이 음지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농아인협회 군지부 창립을 계기로 들여다본 그들의 현실은 처절한 삶 그 자체였다.

일반인들의 눈에 ‘벙어리이자 귀머거리’였던 그들은 결코 외부로 나오지 않는 음지에서의 삶에 만족했다.

가정에서도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감추기에 급급했고 농아인들도 세상사람들과 부딪치며 사는 것이 두려워 장막을 드리운 자기들만의 세상에 갇혀 지냈다.

젊은 농아인들은 그나마 특수학교 등을 진학해 고등학교까지 마치는 등 정규학력을 갖췄지만 노령인 농아인들은 무학자가 많아 한글을 깨우치기는커녕 수화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윷놀이 행사를 알린다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초청장 한 장이면 되지만 이들에게는 윷 사진을 찍고 달력 해당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행사가 열리는 건물이나 광장 사진을 찍고 또 선물을 준다면 선물 쌓아놓은 사진을 찍어 이를 편집해서 보내야 할 정도다.

이렇게 해도 이해를 하기가 어려운 농아인들인데 농아인들과 대화를 나눌 사람조차 없는 관공서에서 민원서류 하나 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오죽하면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인 농아인이 어렵게 관공서를 방문해 생계보조금 수령에 대해 문의를 하는데 방문한 목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흔들겠는가.

수화를 할 줄 아는 근무자가 없는 곳에서는 거지 취급하며 내 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방문 목적을 모르고 제대로 설명이 안되니 어쩌면 당연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런가하면 금융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일부 농아인들은 금융기관 이용은 아예 포기하고 농아인들 끼리 물물거래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구하는 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최첨단을 구가하고 있는 21세기에 아직도 일부 농아인들은 이렇게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그들을 우리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많다. 그들이 일반인들과 같이 군민으로서 권리와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역할이 요구된다.

군은 물론 읍면사무소, 우체국, 농협 등 금융기관, 경찰서 내에는 적어도 수화를 할 수 있는 직원을 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행정은 물론 경찰 행정, 우편행정 등 행정도 서비스다. 금융업무 또한 서비스다. 이들 기관에서는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수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을 보면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군청 민원실의 민원상담관제와 민원 안내 도우미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또한 농아인을 배려하지는 않았다. 상담관이나 도우미로 활동할 경우 의무적으로라도 수화를 배우도록 하는 등 농아인들을 위한 행정적인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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