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 이호천 주사(보은군 농지담당)
공무원의 본분은 무엇일까. 아마도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직무 충실하고 주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것이다.그동안 공무원을 복지부동이니, ‘땡’ 하면 퇴근하고 일을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면 월급이 나오는 천하의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어쩌면 부정적인 시각에서 공무원을 바라본 공무원의 모습이었고 상당수 공무원들은 주민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정 근무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도 근무를 하고 공휴일도 없이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이같은 자기 희생에 의해 주민들은 보다 편안하고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맥가이버, 걸어다니는 발명가로 불리는 신지식인 보은군 건설과 농지담당주사 이호천씨가 자기 희생을 감수하며 보은군에 세입증대까지 가져다 주는 활약상을 소개한다.
# 공무원 발명가로 명망
이호천(53) 주사는 이미 공무원 사회에서 발명가로 이름이 높다. 포켓용 수첩에는 각종 아이디어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이중에는 업무실용화 되고 특허에 실용신안까지 획득해 무전원 자동 소독약 투입기와 공내 촬영기, 무전원 자동 수문이 이미 출시돼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제품화 된 것은 이렇게 3개이지만 부력약품 자동투입기 등 세부적으로 특허와 실용신안을 출원해 지금까지 실용신안 및 특허를 획득한 것은 총 24개나 된다.
여기에는 아직 제품으로 되지 않은 준설이 용이한 하수도, 동파 방지용 수도전도 포함돼 있는데 지적재산권을 모두 보은군으로 등록했다.
지적재산권을 자신이름으로 하면 제품 생산과 관련 많은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또 퇴직 후 직접 생산을 담당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갈등을 과감히 씻고 보은군 이름으로 등록, 보은군 재정확충에 도움을 주는 공직자가 됐다. 그래서 거의 진가가 더욱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같이 그의 제품은 보은군세입 증대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데 아이디어로만 있었던 것이 실제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출시된 데는 그가 담당한 업무가 크게 작용했다.
물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먹는 물만큼은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먹어야 한다는 신조에서 비롯됐고 3강의 발원지인 보은의 물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나름의 신념이 그를 이 일에 미치게 만들었다.
# 발명품 1호 공내 촬영기
95년 도시과 수도계에 근무했을 때 물관리 업무 실무자였다. 당시 깨끗한 물을 급수하기 위해 마을마다 많은 관정을 팠다.
1일 채수량 검사 및 연의 얼레를 이용해 실에 미터를 표시하고 쇠를 달아 샘 판 깊이를 재는 등 완벽하게 준공검사를 했다.
그런데 그동안 잘 나왔던 관정에서 가뭄이 들자 물이 나오지 않아 거의 모두 폐공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에게 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지만 이호천 주사는 준공검사당시 수질검사 및 채수량도 적합판장을 받았고 100m깊이 이상 모두 관정을 팠는데 왜 그런가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래서 관정 안을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나온 제품이 공내 촬영기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비디오 카메라처럼 휴대할 수 있는 촬영기가 필요했는데 당시는 휴대용이 없었기 때문에 아파트 문에 달려있는 카메라 렌즈를 PVC파이프에 매단 촬영기를 만들어 관정 안을 찍었다.
아뿔사. 공사할 때 멀쩡했던 관에 구멍이 있었고 건수가 흘러들어가는 것이 포착된 것.
시공자에게 확인결과 채수량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미리 관에 미리 흠집을 내고 지표에 있는 건수를 관정안으로 빨아들이거나 또 하나는 감독 공무원이 없을 때 박아놓은 케이싱을 위로 들어올리면 공간이 생겨 지표수들이 관정 속으로 들어오고 또 채수량 확인을 위해 퍼올린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미리 파놓은 구덩이로 받으면 그 물이 다시 지하로 스며들어 관정으로 모이게 되는 불법을 확인하게 됐다.
이같이 시공자의 눈속임으로 공사된 관정은 가뭄을 겪으면서 건수가 유입되지 못하니까 물이 나오지 않았던 것.
이호천 주사는 이같은 불법이 근절하기 위해 99년 업무 담당자가 휴대하며 관정 속을 촬영하는 휴대용 공내촬영기를 제작했고 조달청 물품 제3자 단가로 책정됐을 정도로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았다.
보통사람이라면 가뭄으로 물이 나오지 않으면 가뭄을 탓하며 다시 예산을 세워 물이 나올만한 자리를 골라 또다시 관정 공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주사는 ‘왜?’하고 물음표를 달며 원인을 분석해 예산낭비의 소지도 없애고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무전원 자동 소독약 투입기 발명 특허 획득
지난해 특허를 획득한 무전원 자동 소독약 투입기 개발 또한 업무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다.
소독약 교체시기를 알려주고 비상급수 알림장치 등이 부착, 종전 제품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무전원 자동 소독약 투입기는 양수식의 ‘오뚜기- BH1’과 자연계곡수에 설치하는 ‘오뚜기- BH2’로 별도의 전원을 사용하지 않고 일정량의 물이 담기면 자동으로 회동하는 수조의 회전력을 이용하여 간이 상수도에 소독약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물관리 업무에서 건설과 농지업무로 인사 발령된 후 휴일과 공휴일을 이용해 틈틈이 연구한 끝에 개발된 ‘무전원 자동 소독약 투입기’를 군내 2개 마을에 설치해 8개월간 시험 운영해 우수한 시험결과를 얻었고 충남도 아산시 6대, 영동군에도 6대를 설치해 기술과 성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2002년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는 급수탱크에 매일 소독약을 투입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역시 이주사가 개발한 무동력 자동약품 투입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소한 것이다.
이주사의 이번 소독기 개발로 계곡수로 돼 있어 소독약 투입기를 설치하지 못한 25개소에도 이번 제품을 설치할 수 있어 군내 마을상수도 소독시설을 100% 갖출 수 있게 됐고 지금 타 자치단체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주사의 아이디어로 제작한 제품 중에는 무전원 자동수문도 있다. 2003년 제작한 자동수문은 평상시에는 보(洑) 역할을 하다가 보 안의 물이 일정량 채워지면 수문이 자동으로 누워 보 안의 물이 하류로 흐르도록 한 것이다.
이 주사는 군내 하천에 300개 이상 이같은 보를 설치하면 굳이 저수지를 만들지 않아도 웬만한 가뭄을 견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군내에는 내속리면 속리천의 상판리와 사내리 등에 설치돼 있는데 물이 부족한 속리산에 항상 물이 흐르고 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보여줘 관광지 이미지 개선에도 크게 역할을 하고 있다.
# 지적재산권 세입 대부분 이 주사 제품 사용료
2004년 보은군은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으로 4040여만원을 벌었고 지난해에는 총 36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이중 이호천 주사의 아이디어 제품 사용료는 2004년 3850여만원, 2005년에는 3100여만원이다. 보은군의 지적재산권 세입의 최고 95%이상을 이호천 주사가 창출, 보은군 재정확충 기여도는 상당하다.
고유의 업무는 업무대로 보면서 특출한 재능을 살려 보은군의 홍보효과는 물론 세입 증대에 기여하는 것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자원이 인재라고 하듯이 세입원이 열악한 보은군의 재산이 사람 즉 인재란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이호천 주사는 고유의 군 업무를 보면서 이같은 제품을 나오게 하는데도 사실은 동료들의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다행히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토요일을 활용할 수 있어 자신에게는 너무 다행이었다고 회고했다.
괴산 청안이 고향이지만 속리산이 좋아 희망 근무지 1,2,3순위 모두 보은군을 선택했을 정도로 보은군을 사랑한 이호천 주사는 마로 사여리에서 칠월칠석날 태어나 ‘직녀’라는 이름을 얻은 구직녀(51)씨와 결혼해 현재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생산하는 공장 20개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호천 주사의 다음 아이디어 작품은 현재 특허 출원 중인 준설이 용이한 하수도다. 이 또한 보은군의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그의 아이디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20개를 짓는 것이 목표라는 이호천 주사. 그의 재능으로 보은군 세입이 차곡차곡 쌓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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