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신년특집 - 개띠이야기
상태바
2006년 신년특집 - 개띠이야기
  • 보은신문
  • 승인 2005.12.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늘 인간의 주위에서 존재해 왔다. 때로는 구박과 멸시와 버림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도 한다. 인간이 개를 버려도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개는 인간의 일상생활 문화에서 주위를 구성하는 풍경처럼 존재한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이야기나 속담, 신앙, 미술 등에서 개의 이러한 행태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개는 인간과 오랜 세월 생활해 오는 동안 인간과 거의 동일시되어 왔다. 그래서 “개는 사흘만 기르면 주인을 알아본다”라는 속담이나, 자기 자식을 가리켜 “우리강아지!”라고 부르는 애칭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서 헌신하는 충복(忠僕)의 상징이다. 특히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추고 희생도 마다 않는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서는 매년 오수의견문화제가 열린다.

몸을 던져 주인을 살린 오수개를 기리기 위한 축제다. 만취해 풀밭에서 잠든 주인이 불 난 줄도 모르고 계속 잠을 자자 몸을 던져 불을 끈 전설의 주인공이다. 그런가하면 서당개, 맹견, 못된 개, 미운 개, 저질 개, 똥개, 천덕꾸러기 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우리 속담이나 험구(욕)에 많이 나타난다. 동물 가운데 개만큼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한국 토종개 가운데 단연 삽살개가 우세하다. “삽살개 있는 곳에 귀신도 얼씬 못한다”는 속담처럼 삽살개는 악귀를 쫓는 개이다. 삽(없앤다 또는 쫓는다)살(귀신, 액운)개라는 말 자체가 바로 귀신 쫓는 개라는 뜻이다. 귀신 쫓는 삽살개에 관한 여러가지 재미 있는 물증들을 설화나 민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인을 잘 알아보는 영리한 삽살개는 온몸이 긴 털에 덮여 있으니 산중의 신선이나 도사가 연상되기도 하고, 저승사자를 막아줬다. 왕이나 지체 높은 양반들의 너른 집 마당에는 어김없이 삽살개를 길렀다고 한다. 터의 크기에 비해 사는 사람이 적은집, 땅 기운이 센 곳에서 살아 그 기운을 누를 필요성을 느꼈던 사람들은 거처 가까이 삽살개를 둠으로써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같다.

예로부터 개는 집지키기, 사냥, 매인 안내, 호신등의 역할뿐 아니라 잡귀와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민간 전래의 믿음이 미술과 조우하여 표현된 것이 개그림에서 만날 수 있는 모습들이다.

개가 없을 때는 개그림만으로 액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특히 흰개는 전염병, 병도깨비, 잡귀를 물리치는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좋은 일이 있게 하고 재난을 경고하고 예방해 준다고 믿어왔다.

‘삼국유사’에 보면 백제의 멸망에 앞서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하여 개를 팔아 버리는 습속이 있었다.

또 개가 이유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암시라 하여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고 근신하면서 불행을 대비한다.

옛 그림에서도 개 그림이 많이 나온다. 동야에서는 그림을 문자의 의미로 바꾸어 그리는 경우가 흔하다. 개 그림을 보면 나무 아래에 있는 개 그림이 많다. 이암의 화조구자도와 모견도, 김두량의 흑구도등이 그 예인데, 나무아래에 그려진 개는 바로 집을 잘 지켜 도둑막음을 상징한다.

개는 ‘戌(개 술)이고, 나무는 ‘樹’(나무 수)이다. ‘戌’은 ‘戍’(지킬 수)와 비슷하고 ‘守’(지킬 수)와 음이 같을 뿐만 아니라 ‘樹’와도 음이 같기 때문에 동일시된다. 즉 ‘戌戍樹守’로 도둑 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뜻이 된다.

이와 같이 개그림을 그려 붙임으로써 도둑을 막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일종의 주술적 속신(俗信)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구려 각저총과 무용촌, 안악 3호분 부엌 그림에 무덤을 잘 지키라는 뜻으로 개그림을 그려 놓았다.

불가에서는 개, 특히 개고기를 금기시한다. 눈이 셋 달린 개는 삼목대왕의 환생물이라는 불교설화, 후대에 내려오면서 형성된 개가 조상의 환생이라는 속신으로 인해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 또 사찰이 대개 산속에 있어 개고기를 먹고 절에 가면 냄새가 나서 호환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속신으로 더욱 먹지 않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유가에서는 개를 크게 금기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예(禮)를 극도로 중시하는 향음주례(鄕飮酒禮)에서 개고기가 술안주로 나온다는 점에서 미루어 알수 있다.개,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2006년 새해 병술년(丙戌年)은 개띠해이다.

십이지의 열한 번째 동물인 개(戌)는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月)로는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개는 이 방향과 이 시각에 오는 사기(邪氣)를 막는 동물신이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있고,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진 동물이 개이다.
개는 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으로 길러졌으며, 그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여 사람을 잘 따른다.

개는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또 자기의 세력 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특히 주인에게 충성심이 강하고, 그 밖의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경계심을 갖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