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농산물 서울 소비자 공략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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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농산물 서울 소비자 공략 미흡
  • 송진선
  • 승인 2005.1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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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농협물류센터인 양재점에서 실시한 황토 농산물 판매행사는 보은군이 야심차게 내놓은 황토농산물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보은군이 내놓은 얼굴있는 농산물은 배와 대추, 고추, 고구마, 황금곳간 쌀, 잡곡이었다. 매장 안에는 이미 이름을 얻은 삼승 과수작목회가 생산해 삼승농협이 유통시키고 있는 황토사과도 보은군의 얼굴있는 농산물로 입점돼 있다.

25일 오후부터 판매에 들어가 28일 오전까지 판매된 농산물로 전체 판매액은 5400만원. 이중 매장 내 입점된 황토사과 판매액이 3500만원이다. 사과 판매액을 빼면 1900만원에 불과하다.

매장 내에 입점한 농산물은 옥외 판매를 금지한 농협 양재 물류센터의 내부 규정을 적용하면 황토사과는 보은군의 황토농산물 판매행사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꾸준히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판매실적에서는 제외시키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4일간 보은군이 서울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고 연인원 100여명이 동원됐지만 1900만원 판매한 것이 고작인 셈이다.

보은농협에서 가져간 황금곳간 쌀과 잡곡 판매액은 겨우 100만원 실적에 그친다. 쌀까지 포함된 실적으로 치면 판매 실적은 너무 낮은 수준이다. 보은대추 또한 420만원에 그치고 있다.

판매금액으로 보면 보은군 농산물이 제대로 홍보됐다고 할 수도 없다. 1900만원 실적을 놓고 홍보가 됐으면 얼마나 됐을까 싶다.

다행히 9월 ISO 9001을 획득한 것이 큰 타이틀이 돼 서울에서는 무명인 황토배 판매액이 1000만원에 달해 그나마 체면을 세워줬을 뿐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도비 1000만원과 군비 1000만원이 투입된 것을 치면 100만원이 적자이고 농협이나 군, 또 생산 농민들의 인건비까지 따지면 적자는 더욱 늘어난다.

보은군의 얼굴있는 농산물이라고 내놓은 농산물의 한계가 처절하게 느껴지는 행사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 군이고 재정이 열악해 활력을 찾으라고 신활력 지역으로 선정된 보은군이 수도 서울을 공략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인지.

이번 행사를 보면서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보은군 농산물 브랜드는 파워가 없다. 파워가 없으면 파워를 만들어야 한다. 청원군이 1년간 쌀 하나에 10억원 이상을 쏟은 결과로 청원생명쌀을 탄생시켰고 전국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성공한 농산물 마케팅으로 평가되고 있는 브랜드이다.

반면 우리군은 서울 지하철 보도 벽면광고 등 농산물 홍보비로 1억7000여만원을 편성한다.

한해 10억씩 쏟아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히도록 홍보하는 지역과 2억도 안되는 예산으로 흉내를 내고 있는 지역과는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인 것이다. 소비자들의 뇌리에 보은농산물이 자리잡을 여지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소비자들의 뇌에 쌀 하면 청원생명 쌀 식으로 인지돼 있는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지역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야 한다. 마케팅 전쟁을 벌여도 그 제품을 누를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이다.

이번 서울 양재동 농협 물류센터에서의 농산물 판매행사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아니고 보은농산물의 서울나들이 정도에 불과하다.

적어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농산물이라며 가져간 농산물이 부족해 추가 공급받을 정도가 되고 또 택배나 농가와 직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주문물량이 밀렸어야 한다.

품질 면에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면 시식회를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거기에 쓰는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

도시지역의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 시장을 보는 사람들에게 시식용으로 음식을 내놓는다. 맛을 보고 사가라는 뜻이다.

보은군 농산물이 서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농산물이었기 때문에 보다 치밀한 시식 계획을 수립했어야 한다.

황금곳간 쌀로 지은 밥과 찐 황토 밤고구마, 황토 고춧가루로 담은 김장 김치, 보은대추로 달인 대추차나 대추 떡을 준비하고 황토 배로 입가심하게 한 후 돌아가는 길에 보은농산물을 구입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설명과 함께 공급자 전화번호 등이 명기된 농산물 홍보책자 배부 등 일사천리의 계획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은군 농산물로 서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계획이 바로 홍보인 것이다.

공격적 마케팅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공격적이라고 하는 것은 형식적, 수동적 개념이 아닌 적극적 마케팅 개념이다. 그래도 마케팅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 시장 생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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