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도에서 쇳물만드는 땀 범벅의 현장
100년만의 무더위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만만히 보았지만 삼복이 지난 후에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올 여름 무더위는 정말 기록적이었다. 매일 불 앞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무더위는 ‘살인적’이라는 표현을 해야 할 정도가 아닐까.더위와 싸우는 사람들, 누가 있을까. 뜨거운 햇볕아래에서도 고추를 따야하는 농민들도 누구 못지 않게 더위와 싸워야 할 것이고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고3생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공기를 맞춰야 하는 건설현장의 노동자들도 땀을 흘릴 것이다.
이번 더위가 가기 전 이열치열의 현장을 찾아서 고생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고싶다는 생각을 갖고 생각해낸 사람들이 주물공장의 현장 사람들이다.
그런데 본보의 발행 주기가 주간이기 때문에 취재 준비를 하고 나면 꼭 비가 내려 더위를 식혀주기를 그동안 몇 주 반복했다. 그래도 8월 안에는 비가 와서 지구를 식혀주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땀흘리는 현장은 담아내고 싶었다.
# 전국 10여개 중 매출 선두 그룹
산외면 봉계리에 위치한 (주)대광주철(대표 최재석)은 전국 주물공장 10개 중 매출이 최상위그룹을 차지하고 있고 상하수도와 전기, 통신의 맨홀 받침과 뚜껑을 생산한다. 현재 대광주철인 이 공장은 1958년에 창업한 청주 주물을 시작으로 1997년 일산금속에서 2001년 10월 대광주철로 변경됐다.
대광주철 공장을 찾은 지난 16일. 이날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렀고 얼굴에서도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남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이런 날 주물공장 현장 사람들은 얼마나 더울까. 산외면 봉계리 (주)대광주철 보은공장은 공장 건물이 사방으로 막혀 있지 않아 쇠를 녹이는 현장은 공기가 통했다. 다행이다 싶은 생각을 했는데 오산이었다. 땀이 멈출 줄을 모르고 흘렀다.
# 1540도로 철을 녹여
대광주철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모두 1540도의 고온에서 철을 녹여야 생산되는 것들이다. 1540도이상 되는 용광로에 쇠를 집어넣고 불을 때는 것이다. 1시간 이상 1540도의 온도로 불을 때면 덩어리 인 쇠는 쇳물이 된다. 이것을 규사와 정결제, 씨콜이 혼합된 주물사를 조형해 놓은 판 위에 넣은 주물사를 평평하게 한 다음 조형판 구멍에 쇳물을 넣고 식힌다.
그리고 주물사를 털어내고 만들어진 제품을 쇼트기 작업을 하고 다시 글라인더로 갈아내 기계로 작업한 후 기계를 규격대로 깎아내는 선반가공을 거쳐 도색을 하고 받침과 뚜껑을 조립하면 완성품이 나오는 것이다.
1540도 온도의 용광로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더욱이 불을 때서 쇠를 녹이는 동안 화덕이 터지지 않도록 흑연가루로 만든 것을 연신 발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덕에 금이 가 만들어진 쇳물을 그릇으로 부을 때 밖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1540도가 되는 화덕에서 잠시도 떨어져서는 안되니 얼마나 더울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작업장에 올라가 있는 동안 옷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땀이 흘렀다. 이렇게 고온에 모든 것이 녹아 내렸지만 화덕에 발라주는 흑연가루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금형한 조형판에 넣는 주물사는 까맣게 탈 뿐 녹지 않았다. 고온에서 견디는 광물질의 성질을 하나 배웠다.
3인1조로 조형판에 쇳물을 주입하는 사람들도 땀과 싸움을 했고 금형으로 만들어놓은 조형판에 주물사를 얹는 사람들도 덥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 고온 견디는데 이골이 나
보통사람들이 생각할 때 매우 열악한 작업 환경임에도 현재 31명의 종업원 중 20여년 이상된 숙련공이 5명이며 10년 이상은 10여명, 나머지 종업원들도 5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자기 일에 대한 소신이 뚜렷해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직원을 모집해도 지원자가 없을 정도로 기피하고 작업인부들의 연령이 4, 50대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컸고 고온에서 일을 마치고 난 후 30도가 넘는 외부에서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 오전 8시에 작업을 시작해 오후 6시에 주작업을 끝내고 시원한 지하수로 샤워를 하고 맞는 상쾌함이 최고라고 한다.
쇠는 고온에 녹아 쇳물이 되지만 주물사로 사용되고 용광로의 화덕을 떼우는 모래와 흑연이 타기를 할지언정 녹지 않는 것처럼 이들도 더위를 태울 뿐 녹지 않았다. 지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한 화덕의 안은 1540도까지 올라가는 고온이지만 화덕 밖은 물이 순환하면서 열을 식혀 화덕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냉각기를 돌리고 정전에도 대비한 자가발전기 까지 갖추고 있는 것처럼 숙련된 기술을 가진 이들은 이 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다만 더위를 쫓는 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등판에 얼음을 놓은 작업조끼를 입고 일을 하면 그나마 시원한 상태에서 작업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가졌다.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