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산업에 3차산업 접목 제주 유채, 고창 청보리, 보성 녹차등
한반도에 제일 먼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제주도 유채꽃, 겨울에서 봄으로 이동하는 시기마다 제주도 수만평의 노란 유채꽃 단지는 어김없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유채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하나의 명물이 됐으며 이 유채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 만명이 제주로 몰린다.
농산물 하나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중요 인자가 된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 경관농업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됐고 유채꽃 단지가 조성된 제주도는 국내 경관농업의 시발지인 셈이다.
이같이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촌의 영농현장 자체를 상품화 하는 ‘경관농업(景觀農業)’이 뜨고 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3차 산업인 관광을 접목한 경관농업은 수입개방 파고에 허덕이는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주5일 근무시대를 맞아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도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농가들은 관광객들에게 먹을거리 장터, 특산물판매, 민박 등을 제공해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주 유채 경관농업의 시초
경관농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제주도. 국제적 관광도시인 제주도는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꽃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일찍부터 경관농업을 도입했다.
1500농가가 1200㏊에 관광용 유채꽃을 재배하고 있다. 북제주군 만장굴, 교래관광지구 일대와 남제주군 성산일출봉, 성읍민속촌 일대가 유채꽃 단지로 유명하다.
농가 평균수익의 손실분은 군에서 보상하고 있다.
북제주군은 33개 유채꽃 촬영소에 10a당 16만원씩을 보상해 주고 유채씨는 정부에서 전량 수매해 준다.
제주도는 유채씨 ㎏당 155원씩을 추가로 보상해 주는 등 경관농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북제주군은 올해부터 관광지 주변, 주요도로변, 해안절경지 등에 유채를 파종하면 평균수익 손실분을 보상해 주는 ‘경관농업직불제’를 시행한다.
이같은 경관농업은 다른 자치단체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고창 청보리 관광객 30만명 다녀가
농작물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고창군의 청보리 농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년 4월이면 전북 고창군 들녘은 보리바다를 이룬다. 바람이 불면 20만평의 밭에 청보리가 파도처럼 넘실댄다.
입소문에 4∼5월이면 초록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보리밭에 관광객 뿐만 아니라 화가, 사진작가 등 구경꾼들이 몰리고 있다.
드넓은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은 경관농업으로 성공한 모범사례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인 진영호(56)씨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뒤 금호그룹에서 이사까지 지냈지만 1992년 직장에 사표를 내고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가 지난 92년부터 야산 구릉지대 17만평에 보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내려왔던 첫 해, 1992년에는 코스모스만을 심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 코스모스는 여러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그 해 한번으로 그쳐 좀 더 경제성 있는 작물을 찾던 중 농약도 칠 필요가 없는 등 비교적 손이 덜 가는 보리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 10월 말이면 트랙터로 보리파종을 하고 다음해 6월 초가 되면 누렇게 익은 보리는 수확에 들어간다.
보리를 이용한 보리 라면, 보리 냉면, 보리 과자 등을 개발해 구입도 할 수 있다.
6월 보리수확이 끝나면 14만평 전체에 메밀을 심었다. 메밀 역시 성장이 빠르고 김을 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따로 일손이 필요없다. 이젠 평창군 봉평보다 규모면에서 전국 최대의 메밀꽃밭 명소가 만들어진 셈이다.
청보리밭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고창군이 주변 농가에도 보리재배를 적극 권장해 30만평으로 늘었고 지난해부터는 보리축제를 개최해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는데 30만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지난해말 ‘경관농업특구’로 지정 명실공히 친환경 농촌관광지로 인정받았다.
학원농장 진영호씨는 올해부턴 메밀을 심기 전까지의 기간을 이용해 해바라기를 심어 광활한 해바라기 밭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보리밭은 이외에 해맞이 명소가 된 경북 포항시 대보면 호미곶 주변에 10만여평의 보리밭과 해남일원의 보리밭도 볼만하고 완도군의 청산도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보리밭들이 완만한 언덕을 이루며 펼쳐져 있다.
특히 완도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의 ‘유봉’ 일행이 ‘진도아리랑’을 뽑아올리며 돌담길을 따라 넘어가는 장면을 찍은 곳이다.
전남 영암 월출산 자락의 들판, 구례와 경남 하동의 섬진강 주변 들판, 전북 김제·만경평야 일대, 제주도 동쪽 성산 앞바다의 우도를 꼽을 수 있다.
보성의 녹차단지
보성 녹차는 지리적 표시 전국 1호 등록으로 정부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하고 있다.
보성 녹차단지는 127만평이 켜켜이 이랑을 이루고 있는데 그 풍광이 도원경 못잖아 관광객이 몰리고 있고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녹차를 채취하는 모습은 사진 작가들이 즐겨 포착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보성 차나무는 1940년에 재배되기 시작해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최대 차 생산지로 이름이 높다.
고온다습한 기온과 좋은 토양으로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성은 다향제를 열어 차 아가씨 선발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와 등반대회 등이 열린다.
구례의 산수유
지리산 만복대 아래에 자리한 상위마을은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흐드러지게 계곡과 돌담길을 따라 피어있다.
상위마을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산수유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그래서 산수유 마을로도 통한다.
겨울의 황량함을 단숨에 바꿔놓은 노란 산수유를 보기 위해 역시 관광객이 몰려든다.
각종 성인병이나 부인병 그리고 요실금 등에 효과가 있어 한약제로 쓰이는 산수유 나무는 한 때 세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좋아 대학나무로도 불렸을 정도다.
구례군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3월 초 산수유꽃 축제를 개최해 사진 촬영대회, 장기대회 고로쇠 약수 마시기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광양 매화마을 140억원 매출
봄의 전령사 매화로 한해 14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도 경관농업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예이다.
주말에 2000여명이 몰리고 축제 기간에는 50만명 이상이 다녀간다고 한다.
지난해 50여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광양 매화마을은 축제로 특산품 및 기념품판매액은 물론 음식점, 숙박업소, 주유소 이용, 등 간접 수입까지 합해 10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5만여평에 10만그루가 넘는 매화를 기르는 청매실 농원을 비롯해 이마을 500여㏊ 30만 그루의 매실나무에서 전국 생산량의 23%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10만여평에 달하는 무안의 백련지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의 회산 백련지(回山 白蓮池)는 10만평 저수지를 연잎으로 가득 덮고 있다.
백련지는 일제 때 한 주민이 백련 12주를 심은 것이 번식을 거듭하여 동양에서도 손꼽을 만한 백련 자생지가 되었다고 한다.
저수지 가장자리엔 백련말고도 화려한 자태의 홍련과 희귀식물인 가시연꽃 등 수련과 식물이 자라고 있다. 연꽃은 해뜬 직후인 아침 8시쯤 가장 싱싱하고 소담스럽다.
무안읍 용월리 상동마을 용연저수지에서도 연꽃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 211호인 백로와 왜가리 집단 서식지인 청용산이 있는 곳으로 용연저수지는 백련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홍련이 볼 만하다.
저수지 한가운데 조성된 인공섬과 산을 오가며 노는 백로들의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연못 앞의 전망대엔 백로의 우아한 자태를 담아보려는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고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남원 허브단지 조성, 함평 자운영
남원시는 운봉읍 용산리에 30㏊ 규모의 허브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세계허브산업엑스포를 개최하는 지역임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특색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진안군도 부귀면 거성리 일대 50㏊에 드넓은 유채단지를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다.‘나비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군은 녹비작물인 ‘자운영’을 경관농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을 위해 지력도 높이고 매년 5월 초 열리는 나비축제를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드넓은 자운영 꽃밭을 제공하기 위해 ‘자운영밭 직불금’을 주고 있다.
지난해 가을 9개 읍·면 1720㏊에 자운영씨를 뿌려 올 4월 중순부터는 함평군 전역에서 붉게 타오르는 자운영밭을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평창군과 춘천 메밀
평창군 농가당 1200원 지원
강원도 춘천시와 평창군은 ‘메밀꽃’을 ‘막국수’와 ‘이효석문화축제’ 테마로 잡았다.
춘천시는 의암호 내 붕어섬 17㏊에 메밀을 재배해 막국수축제가 열리는 8월부터 꽃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서 수확된 메밀은 ‘막국수협의회’에서 수매해 다음해 막국수 재료로 사용한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평창군도 봉평면 창동리·원길리·무이리 일대 22㏊에 메밀을 심어 9월 이효석 문화축제에 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은 메밀 재배 농가에 평당 1200원씩 지원한다.
이외에 경북 성주군도 2002년 수류면 백운리 가야산집단시설지구에 10만㎡의 야생화재배단지를 조성, 가야산에서 자생하는 650여종의 야생화를 재배해 단지 조성 후 관광객이 30%나 늘었다고 한다.
경남 남해군 남면 홍련리의 ‘다랭이 마을’의 계단식 논 등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경관(景觀)농업 직불제 시행
전북 고창군은 지난해 메밀과 유채 등 구경거리가 되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을 지원하는 경관 농업 직불제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고창군은 도시민들에게 여가와 휴식, 체험 공간을 제공하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로 대상 작물은 보리, 메밀, 유채, 자운영 등을 지원했다.
정부도 유채·메밀·자운영·해바라기 등을 식재하는 경관농업에 대해 올해부터 2007년까지 경관보전직불제를 시범 실시한 뒤 확대할 방침이다.
경관보전직불제란 특정 농업작물을 재배할 때 보기에는 좋지만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이 낮은 경우 정부에서 소득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로 경관작물을 재배해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각 마을이 경관에 좋은 작물을 일정면적 이상 재배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한 뒤 지자체를 통해 정부와 사전협약을 해야 한다.
정부는 직불제의 소득차액 지급 기준을 보리재배에 따른 단위면적당 소득으로 할 방침이다.
즉 유채나 메밀 등 수확에 따른 소득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보리를 재배해 거둘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은 보전해준다는 것이다.
보은군 경관농업의 예
경관농업은 농촌이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고 환경·풍광을 보존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바로 경관농업은 아름다운 풍광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농업의 기능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도 지금은 없어져 버렸지만 90년대 초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에서 대대적으로 우리밀을 보급해 수한면 오정, 질신, 장선리 일대 1만여평에 밀밭을 조성한 적이 있었는데 경관농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좋은 사례가 아닌가 한다.
또 하나 지금은 인삼밭으로 변했지만 삼승 우진 석징이 못 옆 3000평 가까이 되는 밭에 보리를 심었는데 주위에 소나무가 있고 또 농가도 있어 나름대로 운치를 보여줘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에 경관농업으로 살릴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보리나 밀 등 정부의 경관농업 직불제 도입 작물을 중심으로 경관농업을 육성할 수 있다.
또한 흰콩이나 메밀, 기장, 목화 작목 외에도 들꽃단지를 조성하거나 법주사가 소재한 지역적 이미지를 접목 속리산 인근에 대형 연못을 만들어, 연꽃산지를 조성해도 주민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은 풍부한 자연환경과 신선한 공기, 경관 등으로 국민에게 휴식·휴양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도시민들을 흡인할 수 있는 경관농업은 보은군의 하나의 생존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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