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깨우치는 한글배움터 문열어
엄동설한 어둠과 함께 시작되는 한글교실. 기억, 니은, 디귿을 따라하며 가, 나, 다를 배우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벌써 희망이 가득차 있다. 지난 17일 해질무렵 보은읍 이평리에 소재한 보은문화마당 아사달(대표 박달한)에서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아주머니를 대상으로 군내에서는 처음으로 한글배움터를 개설했다. 이날 한글을 모르는 10명의 아주머니 학생들이 모여 한글배움터 제1기 입학식을 거행하고 첫수업을 진행했다. 한글 배움터의 김홍재씨는 “급속히 진전되는 사회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우리사회의 한켠에는 기초문자의 습득으로부터 소외된 이웃이 있는 것이 현실” 이라며 “한글배움터는 한글 배움의 터전일 뿐만아니라 이웃이 모여서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생활문화마당으로 키워 나갈 계획” 이라는 개설 목적을 밝혔다.
한글배움터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50∼6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여자가 배우면 뭐 하느냐” 라는 사회의 뒤떨어진 편견 때문에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아주머니들로 구성됐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을 겪으면서 불가피하게 학업을 포기했던 아주머니들이기에 한글배움터에 나오기까지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글씨를 몰라 당황했던 아픈 기억, 항상 불안감에 시달리던 기억들을 뒤로하고 비록 자식같은 선생님이지만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푼 가슴을 억누르지 못한다고 한다. 앞으로 한글배움터는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아주머니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입학식, 졸업식, 소풍, 한글날 행사를 비롯해 학교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한글배움터를 열기까지에는 청주에 소재한 일하는 사람들(대표 황장호)의 첫번째 지역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는 한글학교의 도움을 받아 보은지역에 한글배움터를 개설하게 됐다. 한편 보은 한글배움터는 주·야간으로 운영되며 배움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관심있는 분들은 보은문화마당 아사달(544-4669)로 문의하면 된다.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