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휴업인 속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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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 휴업인 속리산
  • 송진선
  • 승인 2005.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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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3호 속리산…그러나 경기는 3위아닌 꼴찌수준
투자여건 안돼 손놓은 상태 속리산 관광경기 퇴락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새해가 시작돼 올해는 좀 관광경기가 나아지려니 하고 기대하는 마음이지만 현실은 엄동설한인 지금의 추위보다 더한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곳 저곳 이 빠진 것처럼 셔터가 내려져 있고 문을 연 상가도 개점 휴업상태나 다름 아니다.
국립공원 지정 1호인 지리산과 2호인 설악산에 이어 속리산은 3번째로 1970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만큼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전국 관광지 중 으뜸을 차지했던 곳이다.
연중 관광버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던 국립공원 속리산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학여행 코스이자 신혼여행지로서의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옛말이 되었고 지금은 관광버스도, 관광객도 없이 속리산 전체가 텅 비어 있다.
관광경기가 심각한데 정부는 통일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경비까지 지원해주면서 금강산 관광을 추진하는데 주민들이 분노했다.
이번 금강산 관광경비 지원 규탄대회를 계기로 속리산의 현재를 살펴본다.

■ 개점 휴업상태의 속리산
 “속리산의 경기는 죽었습니다. 죽었으니까 상여라도 메고 거리로 나서고 싶은 심정입니다. 당연히 근조를 붙여야죠. 하지만 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은 것이 더 답답합니다.”

이동락 속리산관광협의회장은 오늘 당장의 불경기보다 내일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속리산의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다.

속리산에서 식당 및 여관 등을 운영했던 이동락 회장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학여행단과 일반 관광객, 신혼 부부들로 최고의 번영을 누렸던 7, 80년대 중반이 속리산의 최고 번영기 였지만 이는 모두 옛말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12월말 기준으로 법주사 지구 매표소를 통과한 유·무료입장객은 60만3216명으로 이는 2003년 12월말 71만 4883명보다 11만1600여명이 감소했다.

올해도 입장객 감소여파는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1월1일 해돋이 인파가 올해는 아침 8시 기준으로 법주사 지구쪽 1000명, 경북 화북 지구쪽 400명으로 1400명이 입장한 것으로 통계가 잡혔다.

이는 지난해 3000여명에 가까운 해돋이 인파가 이같이 감소해 올해 또다시 입장객 감소를 전망하게 해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 살아야 하는 속리산 상가 주민들의 처지가 비참한 실정이다.

이같이 속리산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85년 정부가 속리산 법주사 집단시설지구를 지정할 당시 여관과 식당, 기념품점 200여개에 달하던 상가는 그동안 폐업 및 업종 변경 등으로 지금은 숙박업 40개소, 기념품점 20개소, 식당 40개소, 기타 잡화 38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봄, 가을철 한 두달 메뚜기 장사를 하고 있는 숙박업소는 요즘 아예 찾는 이가 없고 식당도 하루 한 팀도 받지 못하고 재수가 있어야 한 두팀 받는 것이 고작이다.

■ 20년전 관광 수용태세
국가적인 차원에서 속리산은 철저한 보존의 대상이다.
국립공원 구역 내에 위치한 법주사 지구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면서 속리산 상가지역은 30년전이나 20년 전이나 10년 전 이나 똑같은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법주사 집단 시설 지구는 1985년 국립공원계획에 의해 용도가 지정됐으나 이미 70년 현재의 사내리 상가는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상가 조성 이후 지금까지 타일을 붙이거나 페인트를 다시 칠하거나 나무로 됐던 문짝을 새시로 하는 등 내·외관을 단장한 것 외에 고급·다양화된 관광패턴에 적응할 만한 시설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학생들 조차 속리산에 가기만 하면 걷기만 하지 재미가 없다며 수학여행을 기피하고 있고 위락시설이라고 해야 노래방이 위락시설의 전부이다.

게다가 자가용으로 이동이 편리해진 관광객들은 보은읍 외곽 등 새로 건축한 여관에서 숙박하고 속리산에서 숙박하거나 체류하지 않게 됐다.

자연공원법에 의한 각종 규제는 속리산을 볼 것, 즐길 것 없는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이미 90년대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일이지만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현 참여정부 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 속리산의 개발을 주장해왔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본이 있어도 투자할 수없는 규제의 땅 속리산은 70년대 모습을 그대로 화석화된 관광지인채 21세기를 맞았고 2004년 중고등학생들의 통일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관광경비 40억원을 지원하며 금강산 관광을 추진, 수학여행지인 속리산 관광지를 더욱 죽여가고 있다.

■ 활성화를 위한 대안
자연이 잘 보존된 속리산 법주사 지구의 위기는 관광산업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이는 1차적인 자연·생태 상품만으로는 더 이상 관광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연이 잘 보존된 속리산 관광이 죽어가는 것에 자연공원법, 문화재 보호구역, 법주사 토지 소유 등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것 등이 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실의 높은 장벽을 제거하지 못하면 속리산의 부활은 불가능하다.
군에서도 속리산 활성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있으나 첩첩이 규제로 묶여 있는 속리산의 관광 활성화를 위한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속리산 상권이나 보은군의 자구책과 부양 노력만으로는 추락하는 관광경기를 정상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는 보존위주의 정책이 지배하는 국립공원 내에 관광지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자유로운 투자와 개발이 가능한 공원 밖에 법주사 지구 대체 관광단지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속리산 관광협의회 등은 부분 일시적인 처방만으로는 속리산의 침체를 해소할 수는 없으며 관광산업의 퇴락현상을 속리산만의 문제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속리산 관광산업 위기론을 들고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이 회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97년 지정하고 사문서화 된 관광특구법의 제정이다.

주민들은 하루 속히 법률을 제정해 관광특구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지난 13일 속리산 주차장에서 금강산 관광경비 지원 규탄대회에서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석주 전 속리산 번영회장은 속리산 관광특구법 제정을 촉구하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환경부의 관련지침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락 속리산 관광협의회장도 현재 법주사 집단시설지구의 상판리 이전을 필요하지만 사실상 현실적으로는 무리가 따르는 면이 있다며 속리산에서 제일 시급한 것은 시설 개보수 및 아이들이 놀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현재 수학여행단 위주로 건축돼 있는 숙박업소 등 상가의 시설 개·보수를 위해 시설자금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눈썰매장이나 현재 영화 원효대사 촬영장을 조성하는데 특단의 대책으로 공원계획 등을 변경, 빠른 시일 내에 추진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번 통일부의 금강산 관광경비 지원이 학생으로만 끝나지 않고 앞으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할 경우 국내 관광지, 특히 속리산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존이란 명분 아래 속리산 관광산업의 목을 조이기만 하고 지원은 따라주지 않아 사실상 고사되는 것이라며 속리산이 생기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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