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온 사나이 김홍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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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온 사나이 김홍대씨
  • 송진선
  • 승인 2005.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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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세종기지 월동대원으로 참가, 극지체험 후 1년만에 육지로 돌아와
2003년 12월6일 오후 5시25분경(현지시각) 남극에서 고무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연구원 한 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극지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살인적인 기온에서, 살갗을 파고드는 냉기를 방한복 하나로 버티며 사투를 벌였던 사고이다.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 기억 속에서 그 사고는 희미해져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던 그 일행 중에는 수한면 병원리 출신의 김홍대씨가 포함돼 있었다.

다행히 김홍대씨는 사고를 당한 세종2호가 아닌 월동대원들을 환송하고 남극 킹조지섬 세종연구기지로 무사히 귀환한 세종 1호에 승선했었다.

바로 그 김홍대씨가 지난해 12월21일 세종기지에서 나와 올해 1월4일 무사히 그의 집으로 돌아왔다.

1년여만에 아들 얼굴을 보는 그의 부모는 생각하기도 싫은 그 끔찍한 사고에서 무사했고 또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돌아온 아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삼산초등학교(75회)와 보은중학교, 청주 기계공고에서 전기를 전공, 전기 기사로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김홍대씨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보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전기직으로 자원, 2003년 11월20일 인천 공항을 통해 남극 세종기지로 출발했다.

7일 정도 걸려 도착한 남극은 한국보다 12시간 늦고 계절은 우리나라가 동지면 그곳은 하지로 도착했을 때 남극은 여름철이었다.

기지는 연건축 면적 2820㎡크기로 본관동, 연구동, 숙소동, 체육관으로 돼 있는 세종기지에 상주하는 대원은 16명으로 5~6명이 과학자이고 나머지는 발전기를 돌려 에너지를 얻고(기관정비), 김홍대 대원은 이를 바탕으로 불을 켜고 난방을 하고(전기 설비), 호수가 얼면 바닷물을 끌어올려 담수로 만든 뒤 온수를 공급하고(기계설비), 중장비로 밤새 쌓인 눈을 치운 뒤 스키, 고무보트 등을 이용해 야외조사활동을 벌이며(중장비), 1년간 보관하는 냉동식품으로 어렵사리 음식을 만들고(조리), 아픈 대원을 치료하며(의무), 생존과 직결된 외부와의 교신을 맡는(전자통신)기지 운용인력이다.

여름이라고 해도 최저온도가 영하 20℃이하로 떨어지는데 그나마 눈보라가 적게 치고 날씨가 좋아 이 시기에 모든 연구활동은 끝내야 한다는 것.

바람도 강해 사람이 심하면 기어다닐 정도이고 눈보라가 불면 1m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 라고 한다.

한 겨울에는 숙소동에서 식당으로 가는 것 밖에 없는데도 방한복은 기본이고 양말, 모자, 고글, 스키 마스크, 장갑까지 철저히 챙겨입을 정도.

그나마 여름에는 야외활동을 못했던 대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여 레저활동을 하는데 스키와 서울봉, 백두봉, 세종봉 등의 이름을 붙여놓은 기지 근처의 산을 등반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남극의 놀이동산인 펭귄마을까지 2시간 정도 산책을 하기도 한다.

또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고 탁구도 하고 설상 축구도 하고 음악감상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여름에는 백야현상으로 해가 떠있는 시간은 24시간 중 2, 3시간에 불과하고 나머지 21∼~22시간은 낮같은 밤으로 커튼을 치고 잠을 청해도 워낙 밝아 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한다.

그래도 공기가 워낙 깨끗해서인지 새벽 2시에 잠들고 6시에 기상해도 개운할 정도였다고 한다.

귀국한 지금 시차때문인지 2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이룬다는 김홍대씨는 새해 첫 목표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일이다.

1년동안 자신을 돌아보기에 좋은 기회였고 갈 수 있다면 또한 번 가고 싶지만 이제는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안되겠다는 김홍대씨는 도전정신을 키워주고 모험심을 길러주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해준 남극을 추억하며 새해를 보내고 있다.

김의남(64)씨와 원선희(63)씨의 2남1녀 중 막내이다.

세종기지는 남극대륙 북쪽 사우스 셰틀랜드제도의 킹조지섬 맥스웰만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 과학기지로 위치는 남위 62도13분, 서경 58도47분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2월17일 세종기지를 완공함으로써 세계에서 17번째로 남극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소속 연구원과 지원 인력이 1년 단위로 상주하며 남극의 대기, 지질, 지구물리, 해양학적 환경특성, 동식물 에 대한 조사 및 연구, 자원조사 등을 수행한다.

세종기지가 있는 남극은 연평균 온도는 영하 23℃이지만 연중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측정치보다 훨씬 낮다.

지난 1983년 7월21일 사상 최저기온인 영하 89℃가 측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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