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도서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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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도서관 가요
  • 보은신문
  • 승인 200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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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의 기사에서, 미국의 시카고에서는 「한 권의 책, 하나의 시카고(One Book, One Chicago)라는 술로건을 내걸고 시민들이 일제히 한 권의 책을 읽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이 읽고 있는 책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rid)」 였다.

국내에서도 번역된 이 책은 백인 여자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자 이야기를 여섯 살짜리 소녀의 눈을 통해 그려낸 소설로, 1961년 퓰리처상을 탔으며, 영화로 만들어졌을 만큼 미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책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시카고 시민들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가 하면, 그것은 시카고 시 당국이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로, 막연히 책을 읽자는 캠페인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정해 읽고서 토론과 논쟁을 유도해 내기 위하여 시카고 내 공공도서관과 서점, 공영 TV등이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시민 독서클럽들을 지도할 토론 전문가 수천 명을 시 전역에 파견하고, 인터넷에 채팅룸도 마련하였으며, 앵무새 로고가 새겨진 2만 5000개리본을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1962년 이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상영하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책 읽는 풍토를 만들자는 전략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일년에 두 차례 방학특강으로 여성회관에서 아이들 글 쓰기를 지도해 오면서 끝나는 날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책에다 몇 권을 사서 보태고 하여 정성껏 선물을 하곤 한다. 헌 책이라 아이들이 선물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감명 깊게 보았던 책을 아까워하지 말고 너희친구들에게 나눠주고, 그 친구가 다 읽고나면 다시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게 하라" 고 당부를 하기 위한 실천의 하나로 시작하였던 것이다.

우리 아이만 보고 그대로 먼지가 쌓이는 책들이 우리 가정에는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싸놓은 책이 집안의 모양새를 얼마나 좋게 하는지. 비싼 돈주고 들여놓은 책이지만 조금만 포기하고 이웃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그러한 나눔의 인연으로 이웃과 친분을 쌓아가고 점점 더 많은 이웃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 그런 분위기에서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품성들을 키워나간다면 이거야말로 큰 자산이 아닌가 싶다.

일주일에는 두 세번 정도 도서관을 가서 보면,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가 끝난 다음 학원 갈 때까지의 짧은 시간을 이용해 책을 보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너무 이뻐서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한번은 젊은 아빠가 유치원정도 되는 아이 둘을 데리고 아빠는 신문을 보고, 아이들은 책을 보고 있길래 흐뭇해서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있으니까 아이들이 책을 보면서 소곤소곤 떠들기 시작하자 신문을 보고 있던 아빠가 눈으로 째려보더니 그래도 아이들이 계속 떠들자 우악스럽게 아이들을 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씁쓸했다. 보기 드문 모습이었는데 좋은 말로 도서관에서 지켜야 될 규칙들을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서 아이를 이해시키는 시도를 해 볼만도 한데 그만 그렇게 구겨진 뒷모습을 보이고 황급히 나가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우리는 도서관의 주인이다. 도서관의 책이 우리 집 책이고, 우리들은 마땅히 그 책을 볼 권리가 있고, 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해야만 도서관측에서도 더욱 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자 노력할 것이고, 그러지 않고 주인인 우리가 도서관 찾기를 게을리 한다면 주는 밥도 못 찾아 먹는 꼴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아빠 엄마 도서관 좀 같이 가세요.

※ 아이를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잔소리 다섯 가지
1. "또 또 엎드려서 본다" - 바른 자세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되게 지적하면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2."쓸데없이 만화만 보니" - 자꾸 핀잔을 주면 몰래 숨어서 보게되므로 그 만화 다 읽고 이 책도 한번 읽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식의 권유가 더 효과적이다.

3. "집에 있는 게 책 뿐 인데 무슨 책을 또 사" - 어린이는 신체적 성장도 빠르지만 정신적 변화도 이에 못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지적 능력에 못 미치는 책은 흥미를 가질 수가 없다.

4. "네 나이가 몇인데 동생들이나 읽는 책을 보니?" - 능력이 낮으면 과감하게 학년을 낮추어 골라 주어야 한다.

5. "책 다 읽었으며 독후감 써라." -엄마의 욕심으로는 책 한 권 읽으면 독후감까지 쓰기를 바라지만, 그런 부담을 주는 말 한마디에 아이는 책을 읽은 감동마저 잊어버리고 책을 멀리하게 된다. 차라리 틀에 박힌 독후감을 쓰기보다는 감동을 준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던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나 주인공에게 편지쓰기등 방법을 달리하여 진심에서 우러나는 솔직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자.

<정해자의 신나는 글쓰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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