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대형 할인점 할 것 없이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전국적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 가운데 보은군의 경제사정은 어떨까.
읍내 상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3년전 시장안 골목에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업을 시행한 보은재래시장은 침체 그 자체였다.
재래시장연합회를 맡고 있는 박종진(59)회장은 처음 아케이드를 설치할 때만 해도 매출이 10%정도 향상됐을 정도로 아케이드 설치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케이드를 설치하나마나 사람이 거의 통행하지 않을 정도로 재래시장이 침체되었다고 말했다.
아케이드를 설치하면 비가 올 때도 편하게 시장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주변의 대형 마트를 이용하고 재래시장은 어쩌다 손님이 올 정도로 한산하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돼 시장 안에도 빈 가게가 많다며 전세를 주고 들어와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나가고 싶어도 전세금을 받지 못해 못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정을 토로했다.
매출은 이미 4∼5년전부터 급격히 감소되었는데 지금은 하루 5만원도 못파는 가게가 허다하다며 하루 5만원어치 팔아야 전기세·전화요금 내고 생활비 하면 삯세도 주지 못한다며 오히려 적자라는 것.
게다가 구색맞추느라 물건을 확보하고 있지만 판매가 안돼 반품을 해야 하는데 반품처리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도 있어 상인들은 이래저래 손해만 보고있다는 것.
그래서 일부 점포주들은 유리창도 새로 끼우고 진열대로 새로 하고 조명도 설치해 손님을 끌기 위해 환경을 개선하고 있지만 영세상인들은 이마저도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점포주들은 점포 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을 지원도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비단 보은 재래시장만이 겪는 어려움만은 아니고 지역 전체가 불황을 겪고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장기적인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역의 경제사정이 이렇게 악화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주민들의 지역점포 이용보다 외지물품 구입이 일반화 돼 지역경기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원정쇼핑 크게 늘어
직장인들은 청주나 대전의 유명 대형 할인마트에서 1주일분의 물품을 구입해오는 원정 쇼핑이 늘어나고 있다.
과일에서부터 아이들의 분유, 기저귀, 휴지, 각종 세제, 주스, 과자 등 지역에서 구입해도 될 각종 공산품을 도시 할인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이들은 청주나 대전으로 머리도 식힐 겸 나가서 볼일도 보고 할인점을 둘러보며 구경도 하고 필요한 것은 저렴하게 구입도 할 수 있으니까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은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을 굳이 청주나 대전으로 나가 구입함으로써 휘발유 값은 소요되지만 저렴하게 물건을 사기 때문에 휘발유값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는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체나 요식업체, 숙박업체, 병원 등에서도 지역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도시의 식자재 공급업체를 통한 재료 구입이 보통이기 때문에 지역점포들은 설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학교 급식의 경우도 식자재 공급을 위해 실시하는 입찰시 권역을 보은업체로 한정하지 않고 도내 업체로 넓혀놓았기 때문에 그만큼 보은에서 식자재를 공급하는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
또한 단일 공장으로서는 지역에서 가장 큰 업체인 (주)한화에서도 쌀 등 일부를 제외한 식자재를 대부분 외지에서 공급받고 있다는 것.
박종진 회장은 학교급식에도 경쟁입찰을 통해 충주에 있는 업체가 식자재를 공급하기도 한다며 점포간 연합으로 공동구매를 통해 대량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 할인점 가격으로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는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해 지역업체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보은에서 번 돈 10%라도 지역에 환원하자
인구가 감소함으로써 나타나는 경제활동의 체감 지수상황은 한마디로 ‘죽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인근 청주나 대전등지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이동상황은 보은시내 야간 먹거리 소비마저도 현저히 감소시키고 있다.
아침일찍 보은 진입로인 수한 후평사거리나 보은 춘수골 삼거리에는 청주에서 출퇴근 하는 차량이 신호대기를 하며 줄지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주거에 대한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보은 땅과 보은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보은을 떠나 거주하는 그들에게 이땅과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발전케 해야 하는 최소한의 공공적 책임과 공공직 업무 종사자로서 또는 기업주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의무감은 있어야 한다.
보은이 피폐해지고 보은 사람들이 없다면 자신들의 존재의미 역시 무의미할 뿐만아니라 더 이상의 이익창출은 물론 자신들이 일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
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해당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과 같이 그 출신지가 보은이 아니든 보은에서 보은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해서 번 돈은 10%만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보은에서 환원하는 소비운동이 필요하다.
일례로 885명에 달하는 군내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들이 많고 적음을 떠나 한달 200만원씩 월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월 17억7000만원이 지급된다.
이의 10%를 보은에서 쓴다고 하면 1억7000만원이다. 상당한 돈이 지역에서 풀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청주에서 출퇴근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청주에서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이들이 보은에서 보은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것이지만 보은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금의 납입자인 국민들로부터 월급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침체되어 가는 보은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도의적 책임감을 갖고 보은에서 소설 책도 사고 보은에서 과일도 사고 보은에서 샴푸도 사고 보은에서 슬리퍼도 사고 보은에서 CD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랑 상품권 만들자
이렇게 상권은 계속 죽어가고 있고 군에서는 재래시장 이용하기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젊은 주부들로부터 시골 벽지에 사는 노인들까지 마트 이용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재래시장 이용하기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생색내기용이고 면피용에 불과하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묘안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그 하나로 지역사랑 상품권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랑 상품권, 재래시장 상품권 등을 발행한 자치단체는 상품권이 그 지역만이 갖는 제2의 화폐로 자리잡았다.
이미 도내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사랑 상품권 및 재래시장 상품권 등을 발행해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
도내에서 제일 먼저 상품권 발행을 시작한 괴산군은 96년4월부터 지난해 12월말까지 총 56억2800여만원의 상품권 판매 실적을 올렸다.
상품권으로는 차량 휘발유, 식대, 옷 등 뭐든지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전업종을 망라했고 대부분의 점포와 가맹점을 맺어 점포에서도 그만큼의 매출실적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진천군도 2002년 2월 진천사랑 상품권을 발행해 당년 3억원 상당이 팔렸고 지난해에도 3억원 어치를 판매 지역 각 점포에서 통용,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줬다.
육거리 시장으로 유명한 청주시도 유명 대형 할인마트에 밀려 설자리를 잃는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재래시장 상품권을 지난해 12월 5000원권, 1만원권, 2만원권, 3만원권으로 2억원을 발행한데 이어 지난 6월 5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2차로 발행했다.
청주시청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벌여 명절 선물용, 시에서 하는 각종 시상품으로 재래시장 상품권이 이용돼 대형 할인마트에 밀린 재래시장을 살리는데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했다.
강원도 태백시의 경우도 99년부터 태백사랑상품권을 발행했는데 첫해 7000만원판매에 그치던 것이 2001년 4억5000만원으로 늘었고 2002년에는 5억6000만원 등 23억원 가량 판매 실적을 올렸다.
가맹점도 처음 52개소에 불과했으나 호응이 좋자 거의 대부분의 점포에서 가맹점을 맺어 이제는 제2의 화폐로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지역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상품권은 침체된 경제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청주나 대전 등으로 원정 쇼핑을 하는 우리지역에서도 상품권 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협 상품권 올해 2억5000만원 판매 목표
현재 시중에서 많이 통용되는 농협 상품권은 채소든, 과자든, 세제든, 과일이든, 고기든, 생선이든 전국 어느 농협 매장을 불문하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일반화된 구두 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 문화(도서)상품권처럼 농협 상품권은 선물용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농협 보은군지부에서도 지난해 1억9500만원어치를 팔았고 2억5000만원을 판매목표로 잡은 올해도 경기불황이라고는 하지만 벌써 1억3100만원어치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농협 상품권은 농협매장만 통용되고 다른 점포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는 농협 매장 활성화에는 기여할지 모르나 군내 다른 점포는 무관하다.
현재 보은군에서도 정보화 관련 대회나 반상회 퀴즈 상품 등 각종 대회의 시상품으로 농협 상품권을 주고 있다.
이것을 농협이나 일반 점포 어디서든 통용이 가능한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바꾸고 각종 단체에서 주관하는 체육대회 등에도 지역사랑 상품권을 시상품으로 주면 상품권의 통용 범위는 훨씬 넓어지는 것이고 그만큼 경제 활성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상인들도 고품질 서비스 제공해야
장사가 안되다고 하는데는 뭔가 이유가 있다. 상권 형성이 안되거나 품질이 떨어지거나, 가격이 비싸거나, 주인이 불친절하거나, 가게가 지저분하거나 등등 소비자가 찾지 않는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보은 시장을 외면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보은에서 5만원을 달라고 하는 것을 청주에서 3만원에 주고 샀다는 얘기는 아주 흔히 듣는 얘기다. 청주까지 나가는 시간과 휘발유값을 빼고도 남는다는 얘기가 된다.
보은 사람들이 지역물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푸념할 것이 아니라 왜 지역사람들이 지역점포를 이용하지 않고 청주나 대전 등지의 도시에서 물건을 구입하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철저하게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손님을 호구로 생각해 비싸게 팔지는 않았는지, 손님이 오든지 말든지 어서 오라는 인사대신 하던 일을 하고 손님이 물건을 골라 돈을 주면 거스름 돈이나 줬던 내가 아니었는지, 손님이 일단 사간 물건을 바꾸겠다고 하면 얼굴색을 바꾸며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았는지, 바꾼 물건의 가격이 종전에 사갔던 것보다 싸 거스름돈을 줘야 할 때 손님이 민망함을 느낄 정도로 싫은 내색을 짓지는 않았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이렇게 불친절한 상행위를 하면서 주민들이 지역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경제 침체의 이유를 주민들에게 돌린다면 설득력이 없다.
가게도 깨끗하게 유지하고 손님을 왕처럼 응대하고 한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워 수익을 내기 보다는 친절하게 박리다매 정신으로 상행위를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얼마전 노점에서 샌드위치 하나로 한달 매출 1억원을 버는 사람이 인터넷에 소개된 적이 있다.
친절한 것은 기본이고 가장 신선한 채소를 사용하고 호텔 주방장처럼 머리카락이 음식이 떨어질세라 모자를 쓰고 깨끗한 복장을 입고 돈에 세균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음식물을 만지는 자신이 직접 돈을 받기 보다 손님이 알아서 값을 치르도록 하는 등 세심한데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자유경쟁체제하에서 경쟁에서 뒤지는 업체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제아무리 지역물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용해줘야 한다는 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내 탓은 모르고 남 탓만 하고 잇는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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