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성암 안식원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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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성암 안식원 노인들
  • 보은신문
  • 승인 2000.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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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보다 마음이 더 추워
영하 10℃이하로 수은주가 내려간 지난 26일 기자가 성암안식원을 찾았다. 성암안식원은 유류노인요양시설로 50명의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고, 물리치료실, 안마실 등을 운영하며, 간호사, 영양사, 일반 관리인등 5명이 노인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세밑 캐럴이 울려 펴지고 환한 모습들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깊이 패인 주름살 사이로 밝은 웃음은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싸늘한 바람이 부는 벽을 기대고 양지 볕에 무표정한 모습으로 하늘만 바라보는 노부부, 조그마한 방에 시린 다리를 주무르며 십원짜리 고스톱을 치는 노인들,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멍한 표정으로 출입문을 바라보는 백발의 할아버지, 이런 모습들이 성암안식원을 처음 방문하며 기자가 대한 모습들이었다. 가슴 시리게 다가온 이들을 본 순간 가족의 의미와 더불어 살며 훈훈한 정을 나누고 살아야한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성탄을 맞이하여 시내에는 캐럴이 울려 펴지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오가는 가족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연인들, 이런 밝은 모습들은 이 곳 양로원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모습들이다.
연말연시를 맞이하고도 가족들은 물론 사회에서조차 철저히 소외됐는지 발길이 끊긴지 오래고 주위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진지 오래다. 지금은 오히려 찾아오는 가족이 이상하고 약간의 간식과 선물로 사진 찍고 생색내는 여느 단체의 방문도 귀찮다. 그렇다면 이 곳 양로원의 노인들이 진실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 저것 물어보기조차 민망해 하면서 대화를 가져보니 이 곳 노인들이 진실로 바라는 것은 음식도 선물도 아닌 사람과 관심을 그리워했다.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이야기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받아 줄 사람, 현란한 음악과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가는 텔레비젼을 통해 듣는 세상이 아닌 알아들을 수 있게 천천히 바깥소식을 전해 줄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늙음은 소외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가족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노년을 양로원에서 보내고 있지만 그것은 가족들로부터 한 번의 소외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사회로부터 또 한 번의 소외를 받고 있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각종 모임과 송년회로 식당이 넘쳐나고 있다.

흥청망청 흥에 취하기 전에 소외된 노인들의 쓸쓸한 눈을 떠올려 보자. 나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주위의 어려운 가정을 생각하고 양로원의 노인들을 생각하고 소년소녀가정에 눈을 돌려보자. 그들에게는 금전적 도움이 전부가 아니다. 우선 마음을 열도록 노력하자. 진실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서자. 그들의 손을 잡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어보도록 하자.

요즘과 같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들에게는 그들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작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할 때이다. 늙음은 죄일 수 없다. 그리고 늙음으로 인해 그들이 누구의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핑계의 대상이 되어서는도 안된다. 우리 사회는 대대로 충효를 중시여겨 왔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해 왔다.

자기중심의 서양 풍습과 생활이 여과없이 젊은이들을 파고들고 있고, 국가가 경제적 어려움속에 처해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위에 눈을 돌려, 장수군이라는 수치상의 자랑이 아니라, 소외 노인이 없는 환한 미소의 고장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산으로 둘러 싸인 적막한 양로원이 아닌 옛 우리 선조들이 나누었던 정이 살아 숨쉬는 참의미의 실버타운이 되도록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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