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 한 겨울 꽃과 함께 보낸 이석순씨
상태바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 한 겨울 꽃과 함께 보낸 이석순씨
  • 송진선
  • 승인 2004.03.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 한 철 짭짤한 소득
농작물을 다 거둬들인 황량한 들판만이 있는 겨울 농촌, 1년 중 휴식기라고 이 겨울 동안 경로당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풍경이 보통의 농촌 모습이다. 그리고 다시 봄이 되면 거름내고 밭 갈고 싹을 틔워 농사를 짓는 틀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멈추지 않고 있다.

외속리면 구인리 이석순(50)씨는 그 틀을 깨고 겨울에 놀면 뭐하나 해서 비닐하우스에 꽃을 피워 서울 양재동 꽃시장에 내 짭짤한 소득을 얻고 있다. 300여평의 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꽃은 카민, 미스, 크라운렌드 등 10여종의 서양화로 화분 1만여개 가량 된다.

농장으로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는 개당 3000원, 도매는 개당 2000원씩 판매하고 있는데 보은 장날이면 이웃 주민의 차량을 임대해 자신이 직접 화분을 판매, 1작기당 생산비 등을 제외하면 300만원이상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다.

10월말 꽃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 포트에 이식하고 이를 화분에 옮겨 심어 꽃을 피워 3월이면 모두 출하해 3, 4개월의 노력으로 보자면 매우 높은 소득이다. 그동안 이것 저것 다 해도 크게 돈도 못벌고 힘만 들었던 것에 비하면 꽃 재배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수백 번도 더 든다고.

이석순씨가 꽃 재배에 눈을 돌린 것은 서울에 사는 시누이의 영향이 컸다. 서울에서 하우스 꽃 재배를 하는 시누이가 소득이 높을 것이라며 재배를 권유해 2002년 10월 꽃 재배에 뛰어들었다. 시누이 남편이 내려와서 꽃묘 이식 및 거름, 물주기, 하우스 환경 조건 등 재배기술도 가르쳐 줬지만 경험 부족으로 첫 해에는 30% 이상 얼어죽었다.

유지비가 많이 드는 기름 대신 난방은 연탄으로 했는데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가스 피해도 나타났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재배기술을 습득해 지난해 10월말에 이식해 현재 유통시키고 있는 꽃은 그나마 동해를 덜입었고 지난해보다 잘 키워 올해는 지난번 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예상하고 있다.

25살에 내 땅이라고는 500평 정도의 논 밖에 없는 가난한 집안으로 시집와서 먹고살기 위해 남의 땅도 부치고 내땅인 500평의 하우스 안에 오이, 봄배추, 꽈리고추, 열무 등 채소를 재배하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장날마다 채소를 가지고 나가 소매 장사를 하면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1년 농사를 지어봐야 이것 저것 다 제하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만원짜리 지폐가 아닌 농협에 빚만 늘어나고 내 인건비는 고사하고 빚이라도 늘지 않았다면 그 해 농사는 잘 지은 축에 들었었는데 꽃 재배하면서 돈을 버는 재미를 느껴 “몸뚱아리 아픈 것도 잘 모를 정도”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어린 꽃묘를 키우던 하우스에서 기르고 있는 고추씨 25봉지 분량의 고추묘와 토마토, 가지 묘도 곧 시중에 팔아야 하고 꽃 출하가 끝난 하우스에는 못자리가 들어가고 모내기를 하면 다시 채소를 갈고 채소를 팔고 난 다음 다시 꽃을 재배하게 된다.

비록 500평밖에 안되는 땅이지만 남들 1000평 이상에서 얻는 소득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물밀 듯 들어오는 수입농산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몸은 몸대로 지쳐 참 살기 힘들다는 농민들의 북받치는 서러움이 오는 봄조차도 막고 있는 현실에서 이석순씨의 1년 영농살이는 그래도 희망적이다.

남편 이계규(54)씨와의 사이에 1남 4녀의 자녀를 둔 이석순씨는 자신의 처지를 개척하는 강한 생활력을 느끼게 해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