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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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는 길목에서
  • 보은신문
  • 승인 199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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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검찰청 청소년 선도위원 김광태씨(보은 장신)
대형 참사들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여운을 남긴 채 을 해년 한해도 세모의 창가에는 드리워지는 석양과 함께 저물어 가고 있다. 잇단 금융사고로 휘청거리는 경제와 5·6공 비리 사건등은 경기침체로 이어져 부도가 늘어나고 체불임금이 많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은 우리 근로자들에게 우울한 세밑이 되고 날씨마져도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는 서민들의 가슴과 손발과 마음까지도 꽁꽁 얼어붙은 듯한 사회의 분위기다.

정신없이 살고 바삐 뛰는 생활속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네의 발걸음이 어느 해보다 무겁게만 느껴지는 세밑이다. 밤낮없이 살아봐도 그 자리에 맴돌고 있는 저소득층의 겨울 보내기란 힘에 겹고 지친 생활속은 찌그러진 모습으로 없는 자들의 애환과 설움을 잉태하고 각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이제 거리에는 구세주의 자선 냄비가 등장하고 TV에서는 성금을 낸 명단이 흘러나오고 사랑의 열매달기 등으로 세모의 거리는 오늘도 깊어만 가고 있다.

산업화, 핵가족화, 도시화가 되어 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이웃을 멀리하며 팽배된 이기주의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인간미 부재현상이 생겨 그 정겹던 이웃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는 옛이야기로만 들려지고 있다. 동짓달 이맘때면 동지파죽을 쑤어 이웃에 돌리는 소탈한 마음과 풍년 농사를 끝내고 갈떡을 집집마다 돌려 먹던 아름다운 정겨운 모습, 어디 그 뿐이랴.

깊어 가는 겨울밤 담배연기 꽉 찬 사랑방 속에 둘러 앉아 문풍지의 울음소리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밤참으로 먹는 메밀묵과 한 사발의 동치미 속엔 그래도 이웃과 이웃을 잇는 친구의 정담 어린 사랑의 대화가 있었으며, 이웃을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시골의 세시풍속에는 향수같은 인간미 넘치는 사랑의 숨결이 흐르고 있었다. 어려운 이웃에게는 십시일반으로 쌀을 걷고 장작을 걷어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 주는 미풍양속은 오늘날의 불우이웃돕기의 맥락이기도 하였다.

이제 산업사회가 가져다 준 눈부신 경제발전 속에 국민소득 1만불 시대로 도래하였지만 이에 따른 많은 어려움이 따라야 하는 사회현상의 문제가 들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보건의학의 발달은 수명을 연장시켜 노령화 사회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노인문제가 제기되고 왜곡된 청소년 문화를 만끽하고 있는 청소년 문제는 우리들이 맞고 있는 당면문제이기도 하다. 한해를 보내는 길목에서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어렵게 살고 있는 그늘진 곳을 살펴 보았으면 한다.

부모를 잃고 방황하는 어린 형제들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눈물 흘려 가며 최저생계비를 마련하는 불우 청소년들 또, 나이 어린 소년 소녀가장들과 산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나이어린 근로자들이 있는가 하면, 낭비와 사치를 일삼는 오랜 지족들의 왜곡된 문화는 상대적 빈곤감을 느껴야 하는 소외 계층 청소년들의 삶의 지탱을 우리 기성인들은 한번쯤 돌이켜 생각해 볼일이다. 또한 가정의 개념이 둔화 되어가고 있는 핵가족 시대의 양산 속엔 고독과 삶에 지쳐 있는 불우한 노인들과 홀로 지내는 무의탁 노인들에게도 한번쯤 살펴보고 따스한 겨울이 날 수 있도록 시선을 모아 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의 몫을 대신하여 꼭두 새벽부터 추위를 무릅쓰고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치워 주는 미화요원들과 학비마련을 위해 아침소식을 전해 주는 신문배달 소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보내야 되겠다.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있는 모든 분과 어려운 시간을 쪼개어 봉사하시는 자원봉사자와 국민의 치안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밤잠을 설치는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노고에 고마움의 박수를 보내며, 입으로만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1995년을 보내는 세모에 우리 다같이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웃에게 따스한 손길을 보내 훈훈한 세밀이 되도록 하자.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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