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정상태씨(마로 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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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정상태씨(마로 관기)
  • 보은신문
  • 승인 199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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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 간병하는 소문난 효자
무려 일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직대통령의 권력형 부정축재 소식을 들으며 허탈감만 짙어가는 세밑이다. 여전히 그 비자금 하루이자 십분의 일의 돈에도 스스로 삶을 끊는 어려운 삶들이 있음에야 허탈감을 넘어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옇나다. 그렇기에 어떠한 세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며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설계하는 평범한 삶이 더욱 빛나는 세밑이기도 하다. 불운과 가난에도 오로지 성실과 근면으로 이겨나가는 젊은이.

어찌보면 그지없이 평범한 삶이지만 건강한 노동과 땀의 가치가 외면당하고 한탕주의가 만연한 요즘,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른바 3D 업종기피 현상이 만연한 요즘에 보기드문 건실한 청년을 만나보았다. 바로 마로면 관기리의 정상태씨(29)이다. 정씨는 현재 관기제재소에 근무하며 4천5백여평의 논농사를 짓고 배나무를 가꾸며 소 8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그야말로 정씨의 땀방울로 차곡차곡 모임것이기에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어린시절 아버님을 여의고 홀어머니와 살림을 이어오던 중 8년 전 농촌지도소에 근무하던 하나뿐인 형마저도 연탄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어머니 최철순씨(65)도 5년전부터 중풍이 심해져 병수발은 온전히 정씨의 몫일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정씨는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병수발하는 한편 낮시간 광산일 등 어렵고 힘든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하면서 또 토막시간을 잘라 농사일을 하는 근면한 생활해가며 모은 돈으로 당시 8백평밖에 없던 논 밭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바쁘고 고된 생활속에서도 정씨는 주변을 돌보는 시선을 늦추지않아 효자로, 또 마을일이 있으면 앞장서는 청년으로, 원만한 직장생활로 칭송이 자자하다. 그러나 "마을 청년들이 앞장서 하는 일을 함께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 한다. 오히려 "올 여름 태풍에 찰벼가 쓰러지는 등 어려움을 겪을 때 군부대 등에서 지원을 나와 쉽게 복구할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받은 도움만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감사해 한다.

정씨의 생활은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될 요즘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농사일을 돌보고 종일 제재소에서 나무를 켜고 운반하는 힘겨운 일을 마치고도 다시 농사일에 매달리는 등 잠시도 땀방울이 마를때가 없다. 그래도 광산일을 할때보다 집도 가깝고 지난해 결혼한 부인 설순식씨(26)가 있어 한결 생활이 안정되었다는 정씨는 "소망이 있다면 지금까지 받은 도움처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정씨같은 마음가짐이 바로 일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는 지름길일 것이다. 정씨는 관기국민학교와 보덕중, 보은농공고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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