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키우는 부부산악회
옛부터 지자요수 인자요산이라하여 사리에 밝은 사람은 막힘없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사람은 흔들림없는 산을 좋아한다고 일컬어 왔다. 한정된 도로에 비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 그래서 도로교통은 이제 위험과 스트레스 가득한 전쟁터로 변해간다. 때문에 운전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그 어느 일에 종사하는 것보다도 더 어진 마음과 여유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 산행을 통해 기른 어진 마음으로 도로에 나서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보은의 개인택시 가족으로 구성된 부부산악회이다. 부부산악회는 지난 92년 그간 친목을 다져오던 10명의 개인택시 기사가 부부동반으로 구병산을 오른것이 계기가 되어 결성됐다고 창립 당시부터 줄곧 회장을 맡아온 정일대씨(48)는 말한다. 또 정씨는 산을 좋아하는 한마음으로 만들어진 모임이기에 여느 모임보다 마음이 잘맞아 만 3년이 지난 요즘 회원도 정일대씨 부부, 김순환씨 부부, 강평구씨 부부, 윤일훈씨 부부, 이경만씨 부부, 오치믄씨 부부, 이창열씨 부부, 서병일씨 부부, 이석환씨 부부, 배무설씨 부부로 창립 당시 10쌍의 부부 그대로라고 밝힌다.
회원들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만 모이기 보다 작은 힘들이라도 모아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 모임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으며 "3년 동안 결코 적지 않은 1천만원의 기금을 적립했다. 내년부터 소년·소녀 가장돕기 등의 사회봉사 활동을 펼칠것을 계획 중이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또 "부부가 함께 모임을 가지기에 부부간정이 더 도타와 진다"고 말하는 회원들은 "2주에 한번씩 산에 오르며 항상 산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며 산 사랑의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치악산, 월악산, 가야산, 대둔산… 등 1백50여회 산에 오른 부부산악회의 회원들은 지난 겨울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오른 경북 민주지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산에 오르기에 결성초기에는 뒤쳐지는 여성회원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행이 익숙해진 요즘도 정회장은 항상 맨뒤에서 독려하며 산에 오른다. 택시마다 구급약이 갖춰져 있기에 산에서 다친 사람에게 도움을 준 일도 있고 또 밤늦어 차가 끊겨 발을 동동 구르는 등산객들을 태워준일도 있다고 한다.
또 산행을 떠날때면 이른 새벽부터 10대의 택시가 줄을 이어 목적지까지 달리는 광경을 '무슨일 났나' 하는 표정으로 한참동안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고. 회원들은 "모두가 같은 직종인 만큼 서로간 이해심이 깊고 또 전회원이 읍내에 살고 있어 여성회원들끼리의 친목도 잘 이루어진다" 고 말하며 "산을 오르며 길러진 심신 덕분에 아직껏 큰 사고가 없었다"고 모든 덕을 산에 돌린다. 오늘도 보은의 도로를 달리는 부부산악회의 회원 기사들은 산에서 기른 어진 마음으로 안전운행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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