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평균보다 더 많은 학생이 피해 입어
11월27일 김영삼 대통령의 학원 폭력근절대책마련 지시등 학원가 폭력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보은의 난무하는 학원폭력도 차제에 근절해야 한다는 언론이 드높다. 특히 11월25일에는 보은의 3개 불량써클이 자진해서 해체식을 가져 이 기회에 모든 학원폭력을 중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발생경위
합리적 사고와 토론과 타협을 통한 합의에 도달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의 경우 흔히 '애들싸움'이라 불리는 식의 감정다툼과 주먹다짐은 시대를 초월해서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며 사회전반의 배금주의, 향락주의, 한탕주의 문화가 형성되고 일부 폭력·음란물이 공공연히 유통되면서 학원주변에도 이러한 이해범위를 넘어선 폭력이 만연되기 시작했다. 특히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전인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속에 청소년들의 소영웅심리와 자기과시욕이 확산된 유흥풍조와 맞물려 불량써클의 태동을 가져왔다. 보은지역의 불량써클은 80년대 초반 결성돼 대표적으로 TNT, 백골단, 야성 등이 알려져 있으며 각 써클당 수십명이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써클 활동 및 피해
이들 써클은 그간 금품갈취, 패싸움 등의 비행을 저질러 왔으나 활동 주무대가 학교주변인 특성상 피해자의 신고가 드물고 증거인멸, 제2피해 공갈 등으로 범망을 피해왔다. 일부 졸업생까지 연계된 이들의 활동은 보은의 초·중학생들이 군내 학교로의 진학을 꺼리게하는 한 원인으로 주민들의 지면을 받아 왔다. 특히 9월 보은경찰서에서 관내 10개 중고등학교와 5개학원 학생 1천4백74명을 대상으로 범죄피해사례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 14%인 2백11명의 학생이 불량배로 부터 금풍을 빼앗기거나 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어왔다.
이 수치는 충북도 평균 13%보다도 높은 것으로 이에 학교주변 폭력추진협의회가 구성되는 등 주민들의 비난여론이 드높자 TNT의 대표 허모씨(29)가 각 조직에 해체를 제안해 경찰간부와 협의 11월25일 문화예술회관에서 해체식을 가졌다. 이에대해 주민들과 각급학교는 이들의 해체를 환영하는 한편 같은날 10시부터 보은고 등 11개 중고 1천여명의 학생들이 읍내전역에서 학교폭력추방캠페인을 위한 거리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학원 폭력의 완벽한 근절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이들 불량써클의 회원들만이 학원폭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뿐더러 이들 써클의 회원 전원이 탈퇴각서를 쓰고 이날 해체식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이날 발을 씻은 이들이 자활할 수 있는 능력이나 생활터전 및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지역사회의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학원폭력 근절을 위하여
학원폭력의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관계자는 10여년에 걸친 보은지역 불량써클의 비행에도 불구하고 활동내역과 인적구성을 정리한적이 없다고 밝혀 학교주변 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그간의 무지를 드러냈다. 물론 보은의 불량써클은 여타 대도시의 경우처럼 조직범죄 집단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청주의 사라소니파등 조직범죄집단의 경우에서 볼수 있듯이 조직구성원의 절대다수가 학내외 불량써클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개발촉진지구 추진에 들어갈때 유흥업소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정확한 내역 및 인적구성의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한번의 해체식으로 공적을 쌓는 일에 열중하기 보다는 정확한 실태조사로 선도와 단속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또 생활선도의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의 경우 역시 무사안일의 행정에 보이기식의 캠페인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량써클의 실제적인 활동은 고등학교에서 시작되지만 그 인맥이나 과시욕에 의한 폭력행사는 중학교에서도 다반사로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교육청에서 지난 9월 조사한 불량써클 가담자는 단 한사람도 없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에 철저한 익명을 요구한 중학 3년생은 "지난 2년동안 십만원이 엄는 금품 및 물건을 강탈당했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누구와 잘 알고 있는 사이라고 과시하며 실제거리나 학교주변에서 인사를 나누는 등의 친분관계가 있다. 때문에 보복이 두려워 단한번도 신고한 적이 없다"고 증언해 형식적인 교육실태 조사였음을 시사했다.
이렇게 형식적인 실태조사에 그친데에는 군내 교원의 80% 가량이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교외생활지도가 필요하다"고 학부모들은 말하고 있으나 수업이 끝나면 청주, 대전으로 향하는 출퇴근 차량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일부 유흥업종사자와 상인들의 얄팍한 상혼이 학원폭력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 일부 실집과 노래방등 유흥업소에서는 10대들의 출입이 주민등록증 등의 여구없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으며 일부 가게나 슈퍼에서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팔고 있는 것이 목격되는 등 무분별한 상혼이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11월25일의 해체식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학원 폭력이 말끔히 뿌리뽑히는 것은 철저한 실태 파악과 능동적이고 단호한 조처, 끊임없는 주민 감시 등 교육기관·경찰·주민이 혼연일체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