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가정… 서탄리의 유중은씨댁 "홀로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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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가정… 서탄리의 유중은씨댁 "홀로 아리랑"
  • 보은신문
  • 승인 199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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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댐 건설로 고향 주민 모두 떠나
회남면에 들어서면 그림같이 대청호가 펼쳐져 있다. 오늘도 어제같이, 고여있는 듯 흐르는 대청호의 물길을 따라 면사무소가 있는 거교리에서 배에 올라 신곡리와 용호리 사이를 지나고 그러고도 한참, 오른편으로 옥천군을 끼고 사탄리의 송포리를 옆으로 한채 돌아가야만 닿을 수 있는 서탄리. 강건너 멀리 분저리가 보이는 이곳에 단 한집이 있다. 바로 지난 80년 수몰로 도로와 문전옥답이 모두 사라진 고향 서탄리를 떠나지 않은 유중은씨(35)의 집이다.

특히 서탄리는 이제 옥천 방아실에서 길도 나있지 않은 꽃봉을 서너시간 걸려 넘어가거나 배를 쉽게 댈 수 있는 거교리에서 뱃길로 20리를 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 그렇기에 생활기반이 모두 물에 잠겨 30여가구 모두 떠났어도 유중은씨의 가족은 홀로 서탄리를 지키고 있다. 때문에 유씨의 집은 법정리로는 서탄리면서도 행정리로는 분저리에 소속되어 있다.

유씨는 회남국(37회)과 회인중(10회)을 졸업한 후에 출향해, 옥천 등지에서 건설회사에 근무했었으나 지난 88년 작고한 선친 유황근씨의 고향을 등질수 없다는 뜻을 받들어 80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유씨는 지난 90년 친지의 소개로 만난 힘헌순씨가 이러한 고된 사정을 알면서도 선뜻 시집온것에 항상 고맙게 여긴다고 한마디. 현재 유씨의 가족으로는 어머니 박순남시(68)와 아내 임헌순씨(31), 딸 혜성이(5)의 단 4명뿐. 유씨 가족은 어업과 축사에 종사하고 있다. 유씨는 요즘 회남면의 어업인들 30여명이 만든 계의 대표를 맡고 있어 어민들이 잡은 쏘가리 등의 생선 직거래 판로를 주진하느라 무척이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사슴과 소 등 20여마리에 이르는 가축을 키우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사료를 주고, 겨울을 맞아 우리를 정비하고. 이 모든 일들을 일손을 빌릴 마을 사람도 없기에 유씨 부부 단둘이서 해내야 만 한다. 이런 부질런함과 근면검소한 생활로 유씨는 지난 10월31일 31회 저축의 날을 맞아 저축추진 중앙위원회장상을 수상(본보 281호 보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딴집에서 홀로 고향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먼저 유씨의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분저리에서 대청호를 가로질러 전화선은 놓여졌지만단 한집뿐인데다가 강밑을 가로지르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전에서 전기 놓기를 꺼리고 있다는 것.

그래서 유씨는 경운기 모터로 발전기를 돌려 12V의 전기로 전등불 하나만을 밝히고 있을 뿐 냉장고나 밥솥 등 다른 가전 제품의 사용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대해 인근 마을주민들은 "물론 한국전력공사는 이익을 내야하는 기업이지만 공익 차원에서 당연히 전기는 전국민의 가정에 가설되어야 할것이고 또 95년 현재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보은의 수치가 아니겠느냐" 며 오히려 유씨보다 더 강하게 한전의 무성의를 지적한다. 또 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생필품을 사거나 가축과 물고기를 내다 팔수가 없어서 지난 겨울처럼 대청호가 얼어붙으면 꼼짝없이 발이 묶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쉽지 않은 서탄리 생활이지만 친지들이 찾아오고 가끔은 마을을 떠난 옛 이웃들이 들르는 등 결코 의로운 생활은 아니라고 유씨는 말한다. 방아실에서 사냥꾼들이 길을 잘못들어 유씨의 집앞을 지나는 일도 있었지만 유씨가 놓아 기르는 개들이 사람이 반가운 나머지 우르르 몰려가는 통에 혼비백산해 도망쳐 인사 한번 나누지 못한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몇년후면 우씨의 가족도 서탄리를 떠나야 한다.

바로 유씨의 딸 혜성이가 97년이면 국민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배로 통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씨는 97년이 되면 회남국민학교 부근에 새로 집을 마련해 서탄리를 오고가며 일할 계획이라 한다. 그러나 유씨는 "결코 고향 서탄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살고있는 고향땅에서 매일 오고가는 땅으로 바뀌는 것 뿐"이라 말한다. 이렇게 유씨 가족이 서탄리의 마지막 파수꾼임을 자처하는 한 서탄리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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