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보은중학교 서무과장 전충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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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보은중학교 서무과장 전충섭씨
  • 보은신문
  • 승인 1996.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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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사랑 추종 불허
모교(보은중학교)에 서무과장으로 있는 전충섭씨(59, 마로 세중). 그는 보은중학교의 낡은 책상을 직접 새것처럼 고쳐놓은 장본인이다. 칼자국과 낙서 그리고 모서리 등이 떨어져 나가는 등 지저분하기만 했던 책상. 이 책상을 교체해야 한다는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었지만 재정이 문제였었다. 서무과 직원들과 교사들은 돈을 가장 적게 써서 책상을 수리하기 위해 의견을 모았다.

'홈이 파인 곳에는 톱밥으로 채워놓고 종이를 깔자' '얇은 합판으로 덮어 씌우자'는 등의 의견이 수 없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방법으로 책상수리를 할 경우 일도복잡하고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전충섭씨는 "책상의 머릿부분을 뒤집어 결을 곱게간 다음 페인트칠을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그의 안이 채택이 되어 책상을 수리하게 되었는데 59세라는 나이와 과장이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직접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직장생활은 봉급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이 덜받는 사람보다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갖고 있는 직장생활에 있어서의 도리라고 밝히는 이 말한마디. 모교의 후배들에게 깨끗한 책상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직접 제안하고 실천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단다. 이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동문들은 "세상에…"를 남발하며 "전충섭씨에게 상이라도 주어서 조그만 보답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전충섭씨는 책상과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보은중학교의 나무를 아름답게 전지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농고출신인 그는 고등학교때 배운 것을 모교에서 실력발휘했던 것이다. 물론 나무를 전지하는 일에도 그는 빠지지 않았다. 또한 교실 내부는 물론 학교 전체에 칠해져 있는 페인트가 낡았을 때도 교사들과 함께 직원들을 대동해 페인트 칠을 하기도 했었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무슨 취재냐"며 취재에 응하지 않던 전충섭씨. 설득을 한 끝에 취재에 응한 그는 취재가 끝난 뒤에도 "될 수 있으면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충섭씨는 삼산초등학교(38회)와 보은중학교(3회), 보은농공고등학교(8회)를 졸업했다. 군제대 후인 63년 마로면사무소로 발령을 받은 그는 70년에 교육계(군 교육청)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카톨릭 신자이기도 한 그는 부인 임송자씨(57)와의 사이에 3형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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