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에 처녀시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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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에 처녀시집 발간
  • 보은신문
  • 승인 1995.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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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시인 이흥섭씨(보은 종곡)
석양이 질 무렵 초가지붕위에 / 하얀 박꽃이 피어오르면 / 하얀 앞치마 두른 아낙 / 물동이 머리에 이고 저녁준비 서두르니 / 초가지붕 굴뚝, 저녁연기 피어오를 때 / 진종일 밭에서 일하던 농부 / 풀짐 등에 지고 지친 몸으로 / 집 찾아들면 / 반기는 박꽃같이 고운 아내 / 언제나 사랑이 있는 초가, 내 사랑이라오.

아이들과 들에나간 남편을 위해 된장 끓여 저녁밥을 지으면서 부뚜막에서 읊었던 시들이 모여 한권의 시집이 되었다. 나이는 칠순을 바라보고 굽은등 서로 두드려가며 아직도 호미질을 놓지 못하고 있지만 자연속에 접하는 생활들을 아름다운 싯귀절로 그려내고 있는 할머니 시인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흥섭할머니(68. 보은 종곡).

강신리에서 종곡리로 시집와 줄곧 70평생을 살아왔고 올바른 문명혜택 한번 받아보지 못했지만 언덕배기에 아무렇게나 핀 들국화도 시절따라 틀려지는 바람자락도 이 할머니에게는 모두가 한수의 아름다운 시로 엮어진다. 이렇게 평범한 촌부의 아낙으로 살아가면서도 애잔한 감성의 끈을 놓지 않고 30여년간 틈틈이 써놓은 시와 수필을 한권의 시집으로 엮어낸 이흥섭할머니.

시집으로 엮는데는 큰아들 김교민씨가 '표현력도 좋고 무엇보다 생활 그대로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낸것이 감동적이라며 책으로 만들것'을 권유했다는데 시 79수와 수필이 담긴 총 1백15쪽의 「소쩍새 우는 언덕」이라는 시집으로 탄생했다. "부끄럽습니다. 몇해전 처음으로 보은신문에 글을 발표 할때만해도 정말 조심스럽고 과연 이게 글이 되는가 싶어서 쑥쓰러웠는데 시집을 만들고 보니 이제부터라도 글의 소중함을 깨닫고 한구절이라도 정성을 들여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고 말하는 이흥섭할머니.

보은읍 강신리에서 태어나 종곡리 김양희 할아버지(69)에게로 시집와 5남매를 두고 있는 이 할머니는 오늘도 가을햇살에 빛나는 고추잠자리에게서 시흥을 찾는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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