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초청장 주말고지서로 탈바꿈
주말이면 날아드는 초청장이나 청첩장은 이젠 축하를 받기 위해 초대하는 양식이 아니라 주말고지서가 되었다. 결혼, 회갑등 각종 행사가 많은 요즈음 청첩장 남발과 축, 부의금 봉투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지역 같은 좁은 지역에서는 서로 손바닥보듯 훤히 아는 터라 초청장을 받고 안갈수도 없고 초청장이 아니더라도 면식이 있으면 아는 이상 그냥은 넘어갈 수가 없어 봉투가 가져오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 기부행위금지기간인 것이 오히려 부담을 덜어 준다고 한다.기간 전에는 2만원을 넣기가 입장이 난처한 적이 많았지만 2만원이상 넣지못하는 강제규정이 오히려 이해를 해주기 때문에 편하다고 한다. 현직의원인 모의원은 차기 선거에 출마치 않아 금액에 제한을 받지 않고 넣어야 했는데 지난 속리축전기간에 각종 행사장이나 읍면별로 찾아 인사를 하다보니 3백만원을 풀어도 모자라더라는 것. 또, 보통 인사들은 속리축전기간에 행사장이나 각 읍면을 챙겨 인사를 하다보니 2-30여군데나 되어 2만원씩만 넣어도 50만원이 훨씬 넘게 하루 봉투값으로 나갔다고 한다.
한의원은 봉투를 받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명의로 된 봉투지만 부조를 않할 수도 없고 어떤때는 의원이름도 모른 체 'ㅇㅇ면 군의원님'이라고 써서 청첩장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사회단체에서는 찬조금도 아예 예산으로 세워 행사를 기획한다고도 하고 아직까지도 계모임이다 동창회다 마을회다 하며 후보자들에게 봉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역 인사가 아닌 일반인도 주말이면 10여건의 청첩장을 받는 사람이 허다하고 의정활동을 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은 한달에 2백만원 내지 3백만원의 축·부의금을 지출한다고 하니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축·부의금은 가정경제에 심각한 어려움을 주며 돈있는 사람만이 지방의원이 될 수 있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결혼이나 회갑때 여러사람을 초청하여 축하를 받고 함께 기뻐하고 싶어도 이러한 돈봉투 부담 때문에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풍토가 잘못된 것인줄 뻔히 알면서도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모두 떠밀려 가며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 봉투문제가 사회문제화 되다 보니 한동안 없어졌던 회갑연 결혼식장에서의 선물돌리기가 언제부턴가 다시 일반화되었고 행사장에서는 참석인사들에게 기념품이나 하다못해 수건이라도 돌려야 하는 것이 상식화 되었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모든 사람이 나서서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가 봉투를 안주고 안받는 것이다. 그동안 양식있는 지도자들이 일체의 봉투를 받지않는 모범을 보인 예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관습화돼 있는 봉투를 하루아침에 모두 안주고 안받기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와 있다. 따라서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는 회갑잔치라도 봉투안받기를 상시고하 시키는 것을 제안해 본다. 그리고 사회단체에서 각종 행사시 기관단체장들을 초청 축하를 받고 있는데 일개단체에 그들이 시간을 내어 함께 참석해 주는 것만으로도 뜻을 기리고 접수석을 없애보자.
업무의 연장이라고는 하지만 각기관단체의 수상들이 행사에 참석을 하다보면 요즘같이 행사가 많은때에는 행사장 참석시간이 더 많아 결제가 밀리는 등 본연의 업무에는 소홀한 부담도 있다. 여기에 행사장마다 내놓아야 하는 봉투의 부담도 상당할 것임은 당연하다. 우리단체의 행사에 내놓라하는 기관단체장 유지들이 많이 참석해야 행사를 성공리에 치렀다는 의식은 이제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행사에 함께 참석 추갛를 받고 베푼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초청하고 접수석을 과감히 사회단체에서부터 없애보자.
그리고 안면 정도만 있고 사회적지위가 있어 이름이라도 알려진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초청장이나 청첩장을 남발 발송하는 형태도 이젠 버리자. 정말 함께 참석해 축하를 받고 싶고 그렇게 축하를 해줄 만한 사람들만 초청을 하자. 또 봉투금액줄이기 운동도 뜻있는 인사들이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봉투에 넣는 축·부의금은 빠른 속도로 인플레돼 현재 최소금액이 2만원이며 조금만 가깝건 사회적 지위가 있으면 더넣어야 체면이 서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금액이 중요하지 않다.
옛 우리 조상들은 이웃집에 초상이 났을 때 팥죽을 쑤거나 계란 한 꾸러미 들고 찾아가 일을 거들어 주었고 결혼이나 회갑때도 간단한 선물을 전달하며 축하해 주었다. 이같은 전통적인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모습이 어느새 청첩장을 고지서로 인식하고 사람은 가지 않으면서 봉투만 전하는 세태로 변질됐다. 결코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찾아가 위로해 주고 축하해 주는 마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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