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아름답게 읊는 주부시인
각종 백일장을 휩쓸던 김철순씨(41세 마로 관기)가 이제야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성(詩聖) 정지용(鄭芝溶)선생의 뒤를 잇는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5백만원 고료 제1회 지용신인문학상 공모에서 수상자로 선정이 된 것이다. 바로 이번 수상으로 인해 한국문인협회가 인정하는 등단을 하게 된것. 지용신인문학상은 지용의 시정신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시부문에만 한정해 수상자를 선정했는데, 한국문인협회가 인정하는 등단의 권위도 권위지만 응모자 가운데 등단한 시인도 다수 포함된 전국규모의 신인문학상을 공모한 것이라서 그 권위를 더욱 인정받는 것이다.특히 이번 심사는 시의 정통성을 얼마나 지켰는가 제출작품이 얼마나 고른 수준을 유지했는가에 중점을 두었다는데 김철순씨는 출품작 10편이 고른 수준을 유지했고 시의 정통성을 유지했다는 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지독히도 가뭄이 심하던 지난해 어느날 아침, 평소 다니던 산책길에서 문득 시상(詩想)이 떠올라 그려낸 것이 '가뭄'이다.
<가문>
애처가로 소문난 김씨가/상처한 지 한달도 안돼 새장가 가던 날/하늘이 화를 냈다.
오랜 가뭄이다/냇가는 이미 물이 마른지 오래고 밑바닥은 쩍쩍 갈라져/허연 살을 드러내고 있다./그런데 어느샌가/물풀들이 밤의 여자처럼 달라붙어 냇가는 이미 들풀만 무성할 뿐이다./물이 떠난 자리에/재빨리 들풀을 키울 수 있는 발빠른 김씨가 거기 있었다.<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이 작품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일상을 담담하게 빚어나가는 솜씨가 안정성을 보여주었고 시(詩)의 정통성을 지키려 노력했다"는 호평을 받아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김철순씨는 어린시절 한없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성장한 때문인지 타고난 감성이 시를 쓰는데 많은 뒷받침이 된다. 하지만 그는 체계적인 시를 배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시공부를 하기 위해 서원대 문예창작과 1기로 들어가 공부를 했고 청주대 임승빈교수(시인 보은출신)의 사사를 받기위해 부지런히 임교수의 연구실을 찾기도 한다.
"임교수님에게서 시의 체계를 배웠고 그 때문에 시의 정통성을 지켜가려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고 시가 무엇인지를 알게한 고마운 분"이라며 순수시를 강조하는 임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또, 여백회원과 빛금동인들과 시 합평회를 수시로 갖고 어떤때는 시를 써놓고 전화로 읽어주며 시평을 받기도 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풀초롱 글쓰기교실을 운영하며 어린동심에 함께 어우러지기도 한다.
"제가 당선될거라고는 전혀 기대도 않했는데 정말 뜻밖에 이런 큰상을 받게 되니 가슴이 벅차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낸다. 늘 아버지를 그리며 아버지에게 받던 사랑을 아직까지도 확인받고 싶었던지 수상소식을 듣고 첫전화를 부산의 큰 오빠에게 걸었다. 역시 말없이 행동으로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버지와 똑닮은 큰 오빠는 수상소식에도 아무말없이 듣고만 있었다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겠다고 울며 매달리는 김철순씨를 위해 월남에 가서 돈벌어와 고등학교를 보내주겠다며 월남전에 자원했던 그런 아버지같은 오빠였다. 이처럼 김철순씨가 그동안 가슴에 상처를 담고 있었던 것이 있다면 중졸이라는 저학력이다. 저학력과 남편의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마음의 상처가 오히려 시로 승화되었다. 주위의 시선이 예리한 칼날로 후벼파는 듯한 마음의 상처도 시로 승화되었고 언젠가부터 "중요한 것은 학력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상소식을 듣고 한 격려 전화중 "이번에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도 바로 보통주부였다는 특이성이었고 악조건이 오히려 더 좋은 시상을 떠올리게 했다는 학벌위주의 통념을 깬 쾌거였다"는 위로를 해주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좋은 시를 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인으로서의 자질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이해하고 앞으로는 시공부를 하는데 더 치중하겠다고. 얼마전 미당 서정주님의 시비가 세워져 있는 선운사를 다녀왔다는 김철순시는 외할머니에게 들은 옛이야기며 어린시절을 시에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비슷해 서정주님의 시를 좋아한다는 김철순씨.
전국백일장 장원 충북백일장 장원등 각종 백일장에서 수많은 수상경험이 있어 송찬호시인등 주위로부터 등단 권유를 많이 받긴 했지만 "아직은 자신감이 없어 아무도 몰래 출품도 했다"고 한다. 김철순씨는 이번 지용신인문학상이 바로 인근 옥천에서 탄생한 정지용선생을 기리고 그의 시세계 뒤를 잇는 것이라서 더욱 감명 깊다고 얘기한다. 청주까지 외조 잘하는 남편으로 소문난 부군 한영환씨와 누구보다 예리한 비평가인 유덕(22), 유선(보은여고1), 유정(보은여고1) 삼남매를 둔 김씨는 앞으로 지용선생의 뒤를 잇는 좋은 시인이 되기 위한 마음의 고뇌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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