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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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해요
  • 송진선
  • 승인 1995.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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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암 걸린 아들에 가장노릇하던 며느리마저 변당해
〔탄부〕"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캄캄해요. 그동안 농사일에서 남의 집 품파는 일까지 우리 며느리가 혼자서 해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우리 아들이 아파서 저렇게 누워있어야하는 처지에 있으니 손자들 학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당장 올해 농사는 누구의 손을 빌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효부이며 병석에 누워있는 남편을 대신한 집안의 가장이요 어진 아내였던 며느리를 순식간에 잃은 시어머니의 눈물어린 하소연에 탄부면 덕동2리 동네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시울을 적셨다. 자식들이 부모라면 끔직히 위해줘 속 한 번 썩이지 않고 전부 제 앞길을 찾아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 가난하지만 작은 행복을 일구고 있던 심재화씨네 가정에 청천벽력의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바로 남편인 심재화씨의 병원비에 보태쓰려고 영농자금을 수령하기 위해 마음이 급했던 심재화씨의 부인인 최동희씨(47. 탄부덕동2리)가 시내버스에서 하차한 후 길을 횡단하다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에 치어 사망한 것이다. 식도암 수술을 받은 후에도 크게 차도를 보이지 않고 겨우겨우 고비를 넘기고 있는 남편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필요한 영농자금을 찾기 위해 농협을 방문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고 그렇게 기다리던 돈은 만져보지 못한채 최동희씨는 떨어지지않는 발길을 돌린 것이다.

최동희씨의 남편인 심재화씨(50)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식도암 수술을 한후 올해 4월초순까지 통원치료를 받다 지난 10일 고려대병원에 재입원해 부인인 최동희씨의 정성어린 간병을 받아왔다. 식도암 수술을 받기전 심재화씨와 최동희 부부는 큰소 4마리, 송아지 3마리에 농경지라고해봐야 논 2천8백여평이 고작인 집안살림을 일구기위해 남의일도 다니고 밭도 빌려 농사를 짓는 등 열심히 살았다.

그러던중 남편 심씨가 병을 얻어 집안의 큰 재산이었던 소와 송아지는 심씨의 수술비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딸 셋, 아들 하나 그리고 최씨의 시어머니와 최씨부부까지 7명의 식구는 가난함속에서 진한 행복을 일구며 살았던 것이다. 맏이인 은정씨(23)는 고등학교라도 졸업을 시켰으나 돌째인 현자씨(21)는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했으 정도로 자녀 공부에 많은 힘이 되어 주지는 못했지만 곱게 성장한 두 딸들이 현재 상고 2학년인 세째(연정)와 중학교 2학년인 막내에게 용돈도 주고 진로지도도 하는등 심씨와 최씨에게 그동안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더구나 자식들에게 학용품하나라도 더 사주기위해 가스렌지하나 없이 지내는 엄마에게 가스렌지는 물론 세탁기, 칼라TV, 오디오등을 선물한 효녀로 소문이 나있다. 그렇게 서로 도와가며 행복하게 살던 이들에게 가장인 심씨는 식도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런 남편의 병수발을 위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하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소식을 접하고 내려온 남편 심씨는 수술로 목소리조차 잃어 나오지 않는 울음을 터뜨렸고 시어머니는 너무 울어 눈물조차 말라버린 상태이다. 마을 주민들도 "성실하고 두번 다시 없을 그런 착한 사람이 그렇게 되었으니 불쌍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면서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앞길이 막막하다"며 허탈해하고 있는 이들 가족을 걱정하면서 주위사람들은 이웃사촌이라는 따뜻한 정을 주면서 함께 보듬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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