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건 호 (삼승 선곡1구, 조흥은행 석교지점장)
파아랗게 높아만가는 가을하늘이 고개돌릴 여유도 못찾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은 듯 하다.혼탁한 삶의 현장은 총성없는 전쟁터라면서 적의의 눈빛을 가릴것도 없이 그저 앞만보고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하고픈 말이 많은 것 같다.이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경쟁하며 승패를 가르고 희비를 맛보게 되어있는 운명체이기는 하지만 “승부에 집착하는 것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공통된 약점이며, 부하를 거느리는 장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기는데만 급급한 것”이라는 순자의 지적을 잠시라도 상기하고 음미해보라고. 휘어지고 알곡이 옹골차게 영그는 이삭일수록 더욱 고개를 숙인다는 평범한 자연의 진리를 망각한채 남을 헐뜯고 매질하며 화해와 용서의 의미를 귀뜸해주고 싶다고.
흔드는 바람이 없어도 따듯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높은 나무에서 낮은 땅으로 고운자태로 내려앉는 진홍단풍잎의 멋있는 자리이동을 보면서 물러남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구조조정이다, 정리해고다, 혼탁금권선거부정 고발에다 설상가상으로 내려올 줄은 모르고 올라만 가는 물가인상, 공공 요금인상으로 찌그러지는 서민의 얼굴과 서러움으로 얼룩지는 실업자의 답답한 가슴속을 어루만져 주고 정화시켜 주고 싶다고.
그윽히 깊어가는 가을하늘이 어쩔줄을 모르고 허둥대는 우리들의 힘든 어깨를 정겹게 두드려 주며 따스한 위로의 말을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싶어하는듯 하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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