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안식원의 쓸쓸한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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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안식원의 쓸쓸한 어버이날
  • 송진선
  • 승인 1996.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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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녀석들이 보고 싶소" 눈시울
연두 빛 물감을 풀어놓은 산천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곳. 지난 8일 어버이날, 89년에 개원해 현재 31명의 노인들이 입소해 있는 성암 안식원을 찾았다. 자녀들과 손자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싱란 기대를 갖고 어버이 은혜에 고마워하는 노래도 들리고 경로잔치도 열릴 것이란 기대를 했다.

그러나 기자를 맞은 안식원의 공기는 썰렁 그자체였다. 군내 기관단체는 물론 봉사단체 회원들도 그들에게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노인들은 이제나 저제나 자식이 올까 밖에 나와 서성이고 아예 체념한 듯 장기를 두고 시간을 죽이고 있는 노인들을 보는 순간을 울컥 눈물이 솟았다.

겨우 가슴 한편에 안식원직원들이 달아준 붉은 카네이션만이 그래도 오늘이 어버이날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할 뿐이었다. 이미 그 노인들에게 어버이 은혜는 죽어있었다. 청주에서 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아침에 아들과 며느리가 다녀갔다고 기억을 되새겼지만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말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손자들이 보고싶어 죽겠는데 정을 떼려고 그러는지 자식들이 영 데리고 오지않아" 재롱을 부리던 손자들을 떠올리는지 먼산을 바라보는 이 할아버지는 하루하루 한을 가스에 쌓아놓을 것 같았다. 우리들 누구나 언젠가는 우리들이 모시기 귀찮아하는 그런 노인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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