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이해 못해도 성의있고 방법 터득하면 가능
수험생 도와주기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은 일들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침소봉대가 되어 아이들하고 같이 공부를 하느니, 아이들을 가르쳐 주느니 하고 나를 별난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옛날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것이 학력의 전부이며, 요즘 배우는 학교교과서를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입 준비생을 내가 가르쳐 준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단지 옆에서 도와 줬을 뿐이며 방법만 터득하고 성의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다. 큰 아이둘은 대입 준비때 도와주었고 작은 딸은 고입과 대입 때 도와주었다. 국, 영, 수는 기초가 있어야 되는 과목이기 때문에 문제를 요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기타 과목은 문제를 요약할 수가 있으며, 철저히 정리한다면 공부해야 할 범위를 압축할 수 있다. 그것을 만들어 준 것이 내가 한 것의 전부이다.
사회, 역사 같은 과목의 모의고사나 문제를 풀어보면 언제나 틀렸던 문제에서 틀리고, 틀린 답까지도 같은 경우가 많다. 작년의 경우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니, 승희란 놈이 수학은 이쯤에서 포기하고 암기과목(수리탐구2)을 하여야 된다는 것이었다. 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니 시험보는 날까지 놓지 마라, 암기과목은 내가 도와줄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시험기간 한 달을 남겨놓고 암기과목을 정리하였다. 오답정리라는 것이다. 그동안 제가 풀었던 모의고사 시험지하고 문제지를 오려서 붙이기도 해서 새로운 책을 만드어 복사를 했다. 그러면 깨끗한 새 문제집이 만들어지고 해야 할 범위가 몇분의 일로 줄어드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도 이것만 알면 암기과목은 안심해도 된다는 안도감이 생겨서 쫓기지를 않는다.
물론 답지는 따로 정리하여 본인이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드어 주었다. 그 결과 수리탐구 2는 동일 수학능력시험 점수대의 다른 학생들 보다 많이 나왔다고 본인도 좋아하였다. 나는 이렇게 하였지만 뜻이 있는 부모님이 해 주려고 각오만 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집은 똑같은 것을 세권을 사서 두었다가 틀린 문제만 오려 붙이면 되고 모의고사는 연필로 쓴 것을 깨끗이 지워서 한장 또는 두장(양쪽면에 틀린 것이 있을 경우)을 복사하여서 틀린 문제만 오려서 짜집기 하여 다시 복사를 하면 새로운 문제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복사를 할때 한쪽은 백지로 놔두면 수험생이 필요한 내용을 거기에 적기 때문에 두번만 해보면 수험생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문제지 겸 참고서가 되는 것이다. 용지는 8절지로 하는 것이 문제를 붙이기에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숙제와 자율성
요즘은 모르지만 전에는 초등학교 2학년만 되도 숙제를 냈다. 우리 막내의 경우 2학년 말인가 3학년 초에 학교에서 구구단을 몇 번씩 써 오라는 숙제를 냈는데 숙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왜 안해 가느냐고 물으니까 "나는 구구단을 여섯살때 다 외웠고, 지금은 십단위까지 곱셈, 나눗셈을 할 줄 아는데 그 숙제를 하려면 짜증이 나고 죽어도 하기가 싫다"는 것이었다. 안해 가지고 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니 "손바닥 두어대만 맞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맞는 것이 겁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하기 싫은 것 하기보다는 맞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었다. 맞는 것이 겁나지아느냐고 물으니 "하기 싫은 것 하기보다는 맞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네 마음대로 하라"고 숙제를 안해가는 것을 용인하기로 하였다. 초등학교때는 수제를 내도 본인이 선별적으로 해 가지고 갔고 숙제 때문에 매를 맞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아이가 중하교에 입학을 하니까 숙제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느 때는 빡빡이 숙제를 하는데 옆에 놓고 손은 기계같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부가 되느냐고 물으니 "공부는 무슨 공부, 눈으로 글씨가 들어와서 손으로 나갈 뿐"이란다.
매만 맞고 말면 좋겠는데 벌은 벌대로 받고 다음에 또해가야 되니 죽으나 사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어제는 막내에게 빡빡이 숙제에 대한 효용성을 물어봤다. 이놈 대답이 "책상이 앉아있게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하고 의무는 무조건 해야 된다는 복종심은 길러주겠지요"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딱한 현실이다. 선생님들은 어떤 효과를 노리고 어떤 통계에 의해서하는지 모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이는 자율적인 인간, 개성있는 인간, 창의적인 인간을 키우는데는 역효과적인 것이 아닌가 한번쯤 짚어 봤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 막내에게 너희 숙제 때문에 아버지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상의를 해 봐야겠다고 했더니, '아버지도 참 답답하시네요. 학교가 가봤자 득 될게 아무것도 없고 나만 선생님께 밉게 보면 같은 매를 맞아도 더 아프게 맞는데 그런 소리를 뭐하러 해요. 제발 오지 마세요. 우리 교육이 그렇게 민주적인줄 아시니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요" 하는 것이었다.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숙제가 꼭해야 되는 것이냐고 물어보면, 공부할 분량을 알려주고 그 만큼 하라는 가이드라인 정도로 생각해야되고, 그 만큼은 하여야 자기 분야의 공부를 하는 것인데 그것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자율성이 있는 숙제, 그것이 민주적인 교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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