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성암안식원 안마사 황호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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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성암안식원 안마사 황호태씨
  • 보은신문
  • 승인 199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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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보는 세상 더 아름다워
현관문을 열자마자 "어서오세요 기자님"하며 맞는 황호태씨(36세, 성암안식원안마사)의 밝은 웃음이 봄볕처럼 따사롭다. 어떻게 알았을까? "이 시간쯤이면 올텐데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발자욱소리와 향기가 다르니 당연히 기자님이겠죠" 보이지 않는 맹인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익숙한 몸놀림으로 사무실로 안내했다.

"음악을 좋아한다"며 라디오채널을 클래식에 고정시키고 자리에 앉는 그는 맹인이라는 장애와는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취미가 여행이라고 소개했다. 여행이라면 다른 지역의 풍물거리들을 눈을 통해 보고 음미하는 정상인들이나 즐길수 있는 취미가 아니던가?

이런 기자의 의구심을 미리 꿰뚫어 본듯 그는 "우리는 정상인들이 눈을 통해 보는 것보다 더 빨리 볼수있어요. 청각과 후각, 촉각을 통해 느끼고 상상을 통해 남들보다도 더 빨리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거든요?" 이런 얘기를 하는 그는 정말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있는듯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일그러진 얼굴보다 볼수없는 그의 얼굴이 더 아름다와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도 죽고싶었던 고통과 아픈 상처도 있었다. 경북 영덕에서 6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황씨는 세상을 제대로 보기도 전인 수개월이 되면서 눈이 멀기 시작했다. 어려서는 그냥 먹고 놀고 하면서 별 생각없이 지냈지만 "결혼식과 집안잔치가 있을때도 가족으로 소개받지 못하는 등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이웃에게 숨겨졌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 "네가 사는날까지 살다죽는게 네 팔자고 운명"이라는 식으로 철저하게 고립된채 13살까지 지냈다고 한다.

죽을 결심으로 약도 먹어봤다. 꿈을 심어주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어야 하는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로부터 남들보다도 못하게 냉대받고 숨겨질때 그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무언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족에게 그것을 막았던 것이 인생을 설계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다. 우연히 교회를 나가신앙을 가졌다. 교회에서는 가까이서 손도 잡아주고 음식도 먹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해주었다. 세상이 달라보이기 시작했고 장애를 극복할 수있는 힘과 용기를 얻었다.

주위의 권유로 19살이란 늦은 나이에 청주맹아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는 여기에서 재활의지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고 배움의 길도 찾았다. 황씨는 떳떳한 사회인으로 당당히 설수 있었고 성암안식원에서 노인들의 안마와 침술로 봉사를 통한 뜻깊은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장애는 누구에게든 올수있어요. 육체적인 장애는 극복할수있지만 정신적인 장애는 극복 할수없는 진짜 장애"라고 강조하는 그의 아름다운 세상이 우리네 모든이들에게도 펼쳐지기를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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