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학교 보내기운동 절실
요즘 보은지역의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교사들의 고민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있어도 그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실을 들은 다음날 학부모들은 자녀를 전학시킨다고 서류를 발급해 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현재 보은에서 공부를 졸 잘한다고 해도 도시에 있는 학생들과 비교하면 크게 뒤떨어지는 실력이지만 크게 잘하는 것으로 알고 전학가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교원인사 작업이 거의 끝난 지난 2월 학생들의 전학으로 보은중학교 1학년중 한학급이 감소해 교원 인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웃지못할 이 두사례는 지역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보다는 전학을 능사로 여기고 있는 보은 주민들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관념이 불러온 것이다. 내고장 학교를 보내자는 운동은 농촌지역이라면 어느 곳이나 겪는 현상일 것이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농촌주민들이 하나둘 농촌을 떠나고 자녀들도 자연히 도시학교로 전학을 가게됨에 따라 시골학교는 급격한 학생수의 감소를 가져왔다. 더욱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녀의 경우는 부모는 농촌에 남아있어도 자녀는 소위 청주나 대전등지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공부를 좀 잘한다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도시학교로 전학하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유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서 농촌의 학교는 농촌을 떠나지 못한 자녀들만 다니게 된 꼴이 되어버렸다.
자연히 학교는 위축되고 배우는 학생들 조차도 소외감을 느끼고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지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학교는 학부모와 사회를 불신하고 학부모는 학교를 불신하는 풍조가 심화되고 있다. 바로 보은교육의 현실이고 불행이다.
■옥천고 명문으로 성장
내고장학교 보내기운동의 성공 사례는 옥천군에서 찾을 수 있다. 옥천에서 유지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앞장서서 운동을 전개해 이를 본받아 모두 공감대를 형성해 정착시킨 사례이다. 옥천의 각 중학교에서 상급학교를 진학할 경우 외국어고나 과학고 체육고를 진학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옥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인문고는 물론 실업고도 공고나 상고등으로 진학해 외지에 있는 학교를 진학하는 예는 아주 드물다. 더욱이 실력의 도미노 현상까지 일어나 인문고는 물론 상고 공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실력도 향상되고 있다는 것. 바로 주민들의 노력이 뒷받침 돼 내고장학교 보내기의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현 새마을지회장을 맡고있는 양무웅씨(54, 중앙약국 운영)가 내고장학교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인물이다. 83년 당시 직장 새마을 운동 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애향운동을 전개했고 그 방안으로 내고장 학교를 사랑하자고 주장.
당시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대전등지의 도시학교로 나가고 대신 떨어진 학생들이 옥천으로 들어오는 역류현상이 일반화되었고 학생들의 실력도 좋지않는 등 문제점이 생겨, 회원은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 상당한 거부 반응이 일었다는 것. 비평준화 지역인 옥천고등학교의 경우 2백점 만점에 1백점이하의 성적을 가진 학생도 입학하는 등 성적이 보잘 것 없었다는 것이다.
학교 현실이 이와같을 때 내고장 학교를 보내자는 운동을 전개했으므로 주변에서 반대가 심한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양무웅회장은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주민들과 회원들으 설득하게 된 것이다.
학생들을 일절 외지에 있는 학교로 보내지 않고 옥천에 있는 학교로 보내고 봄 가을로 교장 간담회를 주관해 교육발전을 위한 토론 및 건의로 질적 향상을 꾀한 것이다. 이렇게 5년이상을 계속하니까 학생들의 실력도 향상되고 점차 외지로 나가는 학생들이 없고 지역에 있는 학교에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군내 각 학교육성회는 물론 종교단체, 사회단체, 개인 등 지역주민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고 늦게까지 보충수업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는 택시까지 대절해 퇴근하게 하는 등 정성을 다했다.
그런가 하면 옥천고등학교(교장 김송렬)의 경우 육성회에서 식당을 건립했고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7천여만원을 모아 기숙사를 건립했고 JC특우회등에서 6백여만원을 들여 교사들에게 컴퓨터 채점기와 독서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등 학교 발전을 위해 어느 한 개인이 아닌 전체가 나서서 도와 옥천 교육이 장족의 발전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옥천고등학교의 대입현황이다. 올해 옥천고등학교를 졸업한 3백79명중 전기에만 2백8명이 진학하고 후기 43명이 진학해 63.6%가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이중 서울 소재 대학에는 30여명이 입학했는데 서울시립대 전체수석을 차지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서울대 1명, 연세대 2명, 고려대 1명 간호사관학교 1명이 합격하기도 했다.
올해 옥천고등학교 신입생들의 성적을 봐도 내고장학교 보내기 정착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고점이 1백95점이고 최저점이 1백46점, 1백80점이상인 학생이 76명이며 평균 성적은 1백63.3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은고등학교와 비교하면 1백80점이상은 3명뿐이고 평균 성적은 1백점가량이다. 그만큼 옥천은 잘하는 학생들이 옥천으로 진학하고 보은은 잘하는 학생들이 거의 외지로 나간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다.
■고장학교 진학 유지부터
옥천고등학교 이명호 육성회장은 가족이 모두 이사가는 경우가 아니면 자녀들만 외지로 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생활지도가 안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크고 실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실패할 경우도 생길 수 있으므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외지에 있는 학교에 보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녀서 지역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솔선해서 지역에 있는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외지로 나가는 일이 없어야 주변의 리듬이 깨지지 않고 후배들도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 양무웅 옥천 교육발전 협의회 회장은 내고장학교를 보내자는 것은 말로만 해서는 안되고 지역 유지들이 앞장서고 사회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기 희생을 감수한다는 각오도 필요하다고. 그 한 방법으로 각 단체에서 한해동안 벌일 사업을 계획할 때 장학사업으로 내고장 학교 보내기 및 내고장학교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지역이 발전하려면 학교를 육성하고 지역의 인재를 길러야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해 지역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동안 보은에서도 내고장 학교를 보내자는 운동은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온 것이다. 결과가 옥천은 성공한 사례이고 보은은 실패한 사례이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행동이 뒤따랐느냐 그렇지 않으면 구호로만 그쳤느냐 그 차이다. 옥천은 지역에서 유지라고 하는 사람들이, 지역의 선배들이 자기 자녀들을 외지로 보내지 않고 지역에 있는 학교에 보냈다.
보은은 지역의 유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녀들은 청주, 대전, 심지어는 서울에 있는 학교로 보내고서는 지역에서는 유지라고 내고장학교를 살려야한다고 주장하는 포리부동을 보여줬기 때문에 리듬이 깨진 것이다. 현재 자녀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야하는 시기에 있는 주민들은 "자기 자녀는 외지에 있는 학교를 보냈으면서 그런 운동을 벌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은교육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이라면 내고장학교 보내기일 것이다. 그런다음 학교에 대해 갖는 불신을 일소, 지역에 있는 학교에 보낸다음 교사들을 격려하고 학생들의 면학 의지를 북돋운다면 옥천 못지않는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거 지역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다녔어도 서울의 명문대학에 진학했었떤 영광을 다시 재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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