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회남 농촌지도자회 이호종 회장
상태바
만나고 싶었습니다 회남 농촌지도자회 이호종 회장
  • 보은신문
  • 승인 1996.04.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뜻에서 길찾은 "채소박사"
회남면 조곡 2리에서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이호종씨(54)의 고향은 충남 논산이다. 지난 72년도에 결혼을 한후 부모님을 따라 회남으로 이사를 하려할때 주위 사람들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왜 이사를 하느냐며 말렸지만, 이씨는 한우를 키워 부농의 꿈을 이루려는 야심찬 계획으로 이사를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의 회남정착은 쉽지 않았다. 계획했던 축산은 듯대로 되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취업한 광산일도 빚만 늘어날 뿐 재산이 모이지 않았다. 이때 이씨는 사우디아라비아로 해외취업을 나가려고 했으나 부인인 유순자씨가 뱀에 물리는 일까지 겹쳐 포기 하고 말았다.

결국 자신이 사는 길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해야만 한다고 느낀 이씨는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 달래, 냉이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주위사람들이 미친짓이라고 비웃더군요. 별걸 다 재배한다는 거죠. 하지만 얼마 안가서 사람들이 나물을 사먹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요."

있니는 처음 취나물 재배를 시작하면서 종자를 구할 수 없어 직접 산에 올라가 씨를 훑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씨앗이 1리터인데, 그 씨를 뿌려 한해를 재배하니까 씨만 2가마니가 되더군요." 씨를 판매하려고 대전역 주변에 벽보를 붙였으나 연락하는 사람이 없어 신문에 광고를 내게 되었다.

"제주도에서는 연락이 오더군요. 씨를 구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재배기술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씨는 이렇게 취나물 재배에 성공은 했지만 문제는 판로에 있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이씨는 스스로 판매까지 하기로 하고 대전역 앞에 노점상을 마련한 후, 부인은 장사를 하고 자신은 정성들여 농사를 지었다.

새벽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지게에 채소를 짊어지고 시내버스 정류장인 회남면사무소 앞까지 부인과 함께 새벽길을 재촉했다. "지금까지 저녁뉴스를 본적이 없어요. 하루종일 내일 판매할 채소준비를 하고 방에 들어오면 그냥 잠이 들고 말아요" 그렇게 몇년이 지나자 이씨의 채소는 점점 품질을 인정받게 되어 손님들이 늘어났다.

"이제는 조그만 가게도 하나 마련했어요. 작지만 가게 이름과 농장이름을 지어야겠는데. 주위에서는 대청상회, 대청농장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얼마전부터는 결혼한지 6개월밖에 안된 며느리가 아침 9시면 부인과 교대를 해서 장사를 하고 있어 이씨의 바쁜 일손을 덜어 주고 있다. 이처럼 대전으로의 판매를 처음 시작한 이씨의 성공을 보고 주위사람들이 한명 두명 나서기 시작해 지금은 회남면에서만도 60여명이 매일 채소를 싣고 대전으로 나가고 있다.

이씨는 현재 시설하우스 7백평에 채소를 재배하는 것을 비롯해, 젊은 시절 꿈이었던 한우도 28두를 기르고 있다. 이씨는 이처럼 새로운 영농 기술 보급 및 지역농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3회에 걸쳐 군수로부터 농업부문 공로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회남면 농촌지도자회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씨는 앞으로 유기농법을 통해 고품지르이 채소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제품 포장도 개선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있니는 부인 유순자씨(52)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는 우리 농촌의 보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