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창달의 산파역, 보은 문학의 자리매김과 그 전망
상태바
지역문화 창달의 산파역, 보은 문학의 자리매김과 그 전망
  • 보은신문
  • 승인 1990.10.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 김기준
문학 속엔 한 사회의 정치경제적, 혹은 사회문화적 상황이 밀도있게 깔려있기 마련이다. 또한, 문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철학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기능을 부여할 수 있으며 대중성을 획득하여 신식민지 문맹의 그늘에서 의식의 변화를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 글은 지역문화 창달의 산파역을 하고 있는 보은문학회의 자리매김을 통해 현재, 이 지역이 안고 있는 모순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화창달의 올바른 전개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격국 동물적 욕구, 다시말해서 잠, 배고픔, 성적욕구 등으로부터 한 단계 뛰어 넘어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행동양식의 고급성을 의미하며 이는 곧바로 예술미학과 일맥상통한다.

자기의 존재의식적 기본욕구가 보수적 성향의 지역성과 경제적 빈곤에 의하여 완전하게 충족되지 못하고 문학, 연극, 영화, 무용, 음악, 건축 등 전체 예술분야에 있어 타 시·군보다 객관적 열세를 면치 못한 현실에서 주체적으로 지역문화의 일익을 담당하고자 87년 현 보은문학회의 전신인 삼강문학회의 결성으로 출발했으나 회원 대부분이 청주와 대전, 기타외지의 유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없었고 급진적인 경험으로 인해 좌초되고 말았다.

서로가 지역문학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제자리걸음으로 정체되어 있을 때 보은출신의 명예동인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면서부터 다시 문학회의 중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결집의 힘을 갖게 되었다.

그러한 의지를 모아 88년 봄, 보은문학회의 명칭을 걸고 첫 동인지 '문장대'를 출간한 후 작년에 다시 2집을 선보임으로써 보은문학회의 위상을 알렸다. 그러면 보은문학회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회원은 정회원과 명예회원으로 구분하는데 명예회원은 보은출신의 문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5명의 명예회원이 가입되어 '문장대'의 고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중 먼저 강태재(소설가, 청주상의 조사부장) 명예회원은 내륙문학 동인으로 얼마전까지는 주간 일을 맡아보기도 했으며, 임병무(수필가, 충청일보 문화부장) 명예회원은 88년 <시(時)와 시론(時論)> 지(誌)에 추천된 이후 계속해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임승빈(시인, 청주대 교수) 명예회원은 '아버지는 두릅나무 새순만 따고'의 개인 시집을 낸 후 현재는 뒷목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년엔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 경사까지 있었다. 또한 김창규(시인, 청주 빛고을교회 목사) 명예회원 역시 개입시집 '푸른벌판'을 출간했으며 충북민족문학회의 사무국장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선배 문인들의 활동에 힘입어 20여명의 회원들 역시 자부심을 갖고 현 김지형 회장을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송판호 회원을 꼽을 수 있다. 작년 민음사에서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란 시집을 낸 송찬호 회원은 시집의 호평과 함께 90년대 가장 촉망받는 젊은 시인으로 문단의 주목을 한모에 받고 있다.

특히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는 대학에서 문학을 지망하는 문학도들에겐 교과서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김용복 회원 역시 '잘못이 있더라도'의 시집을 내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박미림(동정국 교사) 회원은 마로니에 백일장에서 입선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생 회원들 중엔 이관학 회원이 '떠올라여'라는 개인시집을 출간했으며 김기준, 유정환, 천세진 회원은 엽서시 동인으로 구근서 회원은 미세기 동인으로 각기 활동하는 등 치열한 문학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러한 문학활동은 타 시군에 자랑할만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회의 회원구성은 보은 출신이거나 현재 보은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회가 가능하다. 이상과 같이 보은문학회의 활동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그러면 근간에 들어와서 다소 와해된 듯 한 보은문학회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의 극복과 활성화를 위해선 문학회 활동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짚어 보기로 하겠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첫째 경제적인 문제이다.

'문장대'가 많은 문학인들에게 보은의 이미지를 새롭게 심어주었듯이 동인지 발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경비를 회원의 힘에만 의존하다 보니 문장대의 출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선 지역주민들이 문장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몇몇 인사들의 찬조금과 공공단체의 지원금이 있어야 한다.(현재 문학회는 타 시군과 달리 문화원이나 군청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둘째, 회원의 정립과 더불어 문학회의 구조를 탄탄하게 다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현재 주부들만으로 구성되어 매월 작품 토론, 시인과의 대화등을 통해 활발하게 문학활동을 하고 있는 주부문학회(회장 송원자)의 회원들(대부분 보은 문학회원이지만)과 좀더 긴밀한 연대 관계를 형성하여 상호 협조하고 격려해주면서 문학인구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문학의 밤, 시전 등을 자주 개최하여 문학인구를 저변에 확대할 때 문학적 수준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후배들에게 문화적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일이다. 현재 군내의 학생들은 보은문학과 보은의 미래를 책임질 생산의 주체이다.

이들에게 어려서부터 문학적 분위기를 고양시켜 줌으로 해서 자연스레 문학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전, 문학의 밤 행사등이 자주 열려야 하며 고교생들이 모여서 문학 및 독서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 형성돼야 한다.

이상과 같이 보은문학의 자리매김과 그 전망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다. 문학은 힘이다. 문학은 다방문화가 판을 치는 현실을 극복하고 낙후된 의식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가 생성될 때 반드시 보은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미흡한 글을 맺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