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아시안게임 사격 금·은메달리스트 이시홍 선수
9월29일, 중국땅 파란 가을하늘에 자랑스런 태극기가 높이 올려지고 앵국가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질 때, 단상에 오른 이시홍 선수(27)는 목에 건 금메달의 찬란한 빛을 받으며 복받쳐 오르는 뜨거운 눈물을 가슴으로 삭혔다. 제11회 북경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소구경 소총3자세 단체전에서 금메달, 소구경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사격 강국'을 알린 그는 감격도 잠시,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 생각에 10월3일 부랴부랴 귀국해 아내 서미자씨(27)와 태어난지 열달된 딸 경미, 그리고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슴에 안고 아버지의 병실을 찾았다.
그러나 아버지 이동섭씨(58. 80년 수해이전까지 회북면 용곡리 거주)는 금메달을 안고 돌아온 아들이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그저 묵묵히 침묵만 지키고 있고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있으려니 이시홍 선수의 마음은 메달수상의 기쁨과 함께 무거워지는 마음을 가눌길 없었다.
북경으로 떠날 때만 해도 머릿속은 온통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아버지 생각으로 가득해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 도저히 총을 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다른 선수에게 양보할까도 생각했으나 이번 기회에 진정시키고는 과녁에 온 신경을 쏟아 방아쇠를 힘껏 당겼고 그것은 정확하게 명중되어 금메달을 낚아, 그날 그 감격을 이렇게 아버지의 병상에 기쁨의 눈물로 바치게 된 것이다.
이시홍 선수가 사격을 시작한 것은 회인중학교(13회졸업)에 입학했을 때이다. 청소구역이 사격장 주위여서 그는 매일 과녁을 조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배 홍승표선수(상무소속, 회인중 12회)가 자세를 취해주며 맞춰보길 권했고, 운좋게도 총알은 과녁 중앙을 관통해 그때 이미 사격선수로의 대성을 예감케 했는지도 모른다고―
증평공고를 졸업하고 83년 군에 입대, 국군 체육부대 사격훈련단 소속의 준위 이시홍 선수는 “사격은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저는 성격이 급해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며 “얼마나 마음을 안정시키고 과녁을 보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집중력과 노력으로 86년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국가대표에 발탁,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게 되었다.
대표선수가 될 후 처녀출전한 국제무대에서 건진 금메달이라서 그런지 자신감도 붙고 부모님께 자랑스런 아들로 서게되었다는 그의 예리한 눈은 어느새 곧 있을 전국체전을 위해 또다시 과녁을 응시하고 있다.
“제 후배인 보은고등학교 선수들도 출전한다죠. 그 선수들 잘하니까 모두 좋은 결과를 내겠지만 격려해 줘야죠. 외지에 나가 있어도 제 고향은 분명히 보은인걸요” 보은의 자랑, 이시홍―. 그가 아시아 제패의 저력으로 세계를 제패할 날도 머지않음을 믿으며 그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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