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되지 않은 농촌은 그 자체가 관광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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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되지 않은 농촌은 그 자체가 관광 상품
  • 송진선
  • 승인 2001.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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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도시민의 쉼터로 하는 녹색관광으로 눈 돌려야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외국의 값싼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고 가격 경쟁력을 잃은 우리 농산물은 이미 갈곳을 잃고 있다.
따라서 농촌의 경제사정과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고 농촌의 미래가 밝지 않자 주민들은 자꾸만 농촌을 등지고 있다. 앞으로도 농촌의 현실은 더욱 힘들고 어려운 여건이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보은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다행히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변화와 농촌에 대한 잠재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면서 사람들로 북적대는 흔한 관광지에서 휴식을 취하기 보다는 비록 기반이 덜 조성돼 있더라도 인적이 드물고 물이 맑고 공기가 깨끗한 곳, 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에서 쉬는 관광패턴으로 바뀌고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보은군은 개발 대상지역에서 소외돼 수려한 자연경관과 청정한 환경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다양한 전통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도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최근 관광의 패러다임이 이같이 바뀌면서 각 자치단체마다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린 투어리즘이란 우리말로 직역하면 녹색 관광이다. 농촌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농촌이 갖고 있는 자연 환경과 문화, 영농현장까지 관광상품화해 도시와 농촌간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농촌은 이를 통해 소득증대는 물론 환경 보전의 파급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농산물 판매는 물론 농촌을 통째로 느낄 수 있는 즉 농촌의 고유 문화와 자연환경, 농업 등 지역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숙식과 즐길 거리 등을 제공하고 도·농 교류를 통해 소득증대와 농촌 활성화를 촉진시킨다는 개념이다.

이것이 각광을 받는 것은 개방화의 여파로 우리의 농촌경제가 악화 일로에 있고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농업소득 증대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우리의 녹색 관광은 농산물 판매 및 먹거리 중심으로만 흘렀다고 본다. 이는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해서든지 파는 데에만 주안점을 두고 있다.

외국의 녹색 관광
유럽의 각 국과 일본 등에서는 그린 투어리즘이 정착된지 오래다.
프랑스의 지트, 영국의 팜 홀리데이, 일본의 민숙과 농촌 리조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린 투어리즘이 가장 잘 정착한 곳은 유럽연합 국가들이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급속한 산업화로 농촌지역이 고용기회가 줄어들고 농가소득이 감소하자 그린 투어리즘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는 1950년대부터 버려지거나 사용하지 않는 농가를 대상으로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농촌 체재형 관광사업 정책을 폈다. 이같은 정부 보조를 받고 설치된 농가 민박들의 전국적인 모임이 있는 등 세를 키우고 있고 이중 일부 단체는 공동 브랜드를 사용해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고 한다.

각 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그린 투어리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프랑스 전체 국민의 20% 정도가 농촌에서 휴가를 보낼 정도라고 하니 대단하지 않은가. 프랑스 농촌 민박은 어린이 전용 민박, 캠프 전용 민박, 장애인 전용 민박, 낚시 민박 등 형태가 다양하고 민박에는 농민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이 딸려 있을 정도라고 한다.

영국도 70년대부터 도시화에 따른 탈농현상을 막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관광진흥을 추진, 전체 농가의 70%정도가 농촌민박, 오토캠프장 등 농촌 체재형 관광사업을 하는 그린 투어리즘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독이도 본격적인 그린 투어리즘이 도입된 것은 70년대 인데 국민의 10% 정도가 농촌 체재형 휴가를 보내고 있고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는 농촌 휴가사업을 장려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고 전국적으로 마을 경관 콘테스트가 열릴 정도로 농촌 환경 가꾸기에 신경을 쓴다.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라는 것.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과 대만이 그린 투어리즘에 눈을 돌려 농가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일본 그린 투어리즘의 형태는 중산간지에는 관광농원, 도시 근교에는 시민농원과 임대농원 형식으로 구분돼 있는데 이중 시민농원이 활성화 돼 있다는 것. 대만은 89년부터 그린 투어리즘을 위한 농가 민박 사업을 추진, 현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물이 18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의 녹색관광은
정부에서는 이미 1984년 관광농원 사업, 90년 농어촌 휴양단지 사업, 91년 민박 마을 사업, 94년 농어촌 정비사업 등 관광농업과 관련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이 부실화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주된 이유는 지역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획일적인 사업을 해온 때문이다.

우선 외국의 그린 투어리즘과 비슷한 관광농원이란게 있다. 도시민들에게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농민들은 그 대가로 농외소득을 올린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자본을 가진 소수만이 참여할 수 있는데다 농원을 운영해도 지역 주민들의 생활공간과는 분리돼 지역경제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못하고 있다. 또한 농원에 여러 농사 체험장을 만들도록 하고 있으나 농원 조경으로 전락하고 실질적으로 도시민들이 농사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농원마다 지리적, 환경적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어디든 형태가 비슷하다. 즉 숙박시설, 식당은 필수에다 일부 여유자금이 있으면 수영장이나 눈썰매장을 설치하는 것. 어느 관광농원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관광농원은 농원이기보다는 여관이나 식당의 역할에만 머무는 등 당초의 취지와 크게 빗나가 있는 상태다.

이밖에 휴양단지 조성 사업, 농어촌 민박 사업 등도 있으나 농촌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일부에 국한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지역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직 우리는 그린 투어리즘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제도, 정책 등 어느 것 하나 변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지역의 농촌은 녹색관광의 중심에 서있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의 관광농업이라고 해봐야 농민들이 생산해놓은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도시주부들이 현장을 방문하거나 아니면 직접 농산물 수확에 참여하는 것 등이 고작이다.

이는 도시민들의 먹거리 확보에만 초점을 맞춰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례로 99년 도시 주부들이 보은군내 선진농장과 판매장 등을 들러보고 관광지를 둘러보는 농산물 쇼핑관광이 추진된 적이 있다. 당초 충북도에서 추진한 것으로 도내 전체를 권역별로 묶어 코스 개발을 한 것인데 1인당 1만원수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린 투어리즘 흉내를 낸 농산물 쇼핑 관광마저도 사실상 중단됐다.

그린 투어리즘 육성
농협에서 그린 투어리즘 개념으로 농촌 민박집에서 숙식을 하며 농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팜스테이(farm-stay)를 운영하고 있다.
99년 처음 내속리면 만수리 한 민박집을 이용, 팜스테이를 운영했다. 그러나 현재 농촌이 민박을 운영하는 집이 없고, 관광지에서 극히 일부 운영하고 있어 이와같은 팜스테이를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또 이들 민박집도 여름 한 철 피서객을 받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서객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휴가객들을 맞을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선진국처럼 우리도 주5일 근무제가 되면 여가문화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흔히 우리는 농촌이 도시민들을 끌어들일 만한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다고 하지만 도시민들에게는 농촌 그 자체가 중요한 관광자원이 된다.

농촌의 이미지인 고향, 어머니, 향수, 여유, 인정 등의 무형 자산 외에도 문화재, 유적지 등 유형적인 자원과 오염 안된 자연, 고유의 전통문화를 얼마든지 관광 상품화 할 수 있다. 보은에서만 볼 수 있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을 만들어 도시민들을 감동시키고 그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이 지역을 특화시키는 제도 및 정책, 예산을 뒷받침해줘야 가능하다. 또 그린 투어리즘이 농가와 지차제는 물론 여행업자, 숙박업자, 유흥 오락업자와도 복합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들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농촌은 주변이 정비되지 않고, 모기와 파리 등 해충이 많다는 등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주민들은 깨끗한 환경을 가꾸고 한 번 찾아온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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