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종합학술조사에서 그 심각성 입증돼
우리 고장 자랑거리인 국립공원 속리산 중병을 앓아 점점 제 모습과 빛깔을 잃어가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속리산 일대에는 온갖 나무와 풀, 동물들이 군생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했었으나 이제는 다람쥐 한 마리 제대로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년 들어서는 속리산 주변 주택가 일대에 제비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기현상도 빚어지고 있어 그 심각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은 지난 8월6일부터 11일까지 한국자연보존협회가 실시한 속리산일대 자연자원 종합학술조사에서 더욱 명백해졌다.
예전에는 고슴도치, 담비, 늑대등이 속리산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13개반 30명의 학술조사팀이 조사한 바로는 이들 동물들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고, 다른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올챙이마저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곤충도 지난 '30년대 일본인에 의해 1백25종이 채집된 이래 지금까지 6백7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야간 채집을 포함하여 평소에 비해 약 20%밖에 안되는 개체수만이 채집됐다. 종개등 23종이 채집된 담수어는 이중 9종이 한국특산종이어서 속리산 일대에 고유어종 분포가 비교적 많음을 확인한 것 이외에는 타지역에 비해 매우 빈약한 어류상을 보였다.
10년전만해도 속리산 일대에서 양동이로 하나가득 잡을 정도로 풍부했던 가재도 지금은 별로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이런 상황은 토양동물이나 고등균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식물분포에 있어서도 속리산 일대에서 약 5백50종만이 채집되어, 다른곳에 비해 주로 하층식생이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상태에 있어선 망개나무외에는 독특한 군집이 없었고 천황봉 동남쪽 산갈나무 군락과 서쪽의 극상림(안정기의 숲) 소나무 숲이 6백m 고지까지 분포하고 중간지점에는 졸참나무, 계곡에는 느티나무 군락이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이었다.
이러한 분포는 조류등의 동물이 살 수 있는 주변 여건으로서는 비교적 양호한 편으로 평가되었으나, 싸리나무등 관목과 풀의 중간층인 아교목층이 형성돼 있지 않아 과거 인위적으로 제거된 흔적이 엿보였다.
이와함께 수년전만해도 법주사 뒤편에는 한국 특산수목인 눈개비자나무가 자생하였으나 이 일대가 훼손돼 이번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으며, 관상수인 주목과 차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마가목 역시 한그루도 발견되지 않았다.
금년 2월 박경수(57. 한국국립공원 속리산 지부장)씨의 카메라에 포착된 크낙새와 몇 년전 발견한 까막딱다구리도 여적암 부근 고사목에서 까막딱다구리 둥지만 발견한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어, 조사기간중 12종 1백46마리의 조류만 관찰되었을 따름이다.
속리산 생태계에 대해서 한국자연보존협회에서 조사한 바와 같이 속리산 자연자원은 아주 빈약한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의 직접적인 위해 요인은 생태계의 균형을 고려치 않은 인위적인 작용에 의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람쥐의 경우 속리산 깊은 계곡으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다람쥐가 수없이 노니는 것을 볼 수 있어, 법주사를 찾는 이들이 즐거운 감상에 젖을 수 있었으나 사내리 일대 주택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난 뒤부터는 다람쥐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상가나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을때 대개 산에서 출산을 하고 있고 고양이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이에대한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속리산 일대의 솔잎혹파리 방제를 위해 지난 75년 약제를 공중살포한 탓에 솔잎혹파리방제 못지않게 가재를 비롯한 새등의 감소추세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약제의 공중살포를 하지 않기는 하였으나 8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어온 수간주사 및 뿌리부근에의 맹독성 테믹처리, 초본류를 베어내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 등이 생태계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비에 있어선 작년까지만 해도 속리산 주민들의 눈에 많이 띄었으나 금년에는 한 마리도 보지 못하였는데, 이 같은 기현상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1970년 국내 5번째로 국립관광지로 지정돼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시작, 공원일주 및 진입도로, 등산로, 산장, 대피소, 휴게소, 전망대, 야영장, 공중변소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관광지로 부상케 되고 그 이후 계속 늘어만가는 관광객들에 몸살을 앓아온 것이 속리산이다.
따라서 무절제하게 쓰레기를 버리거나, 몰래 속리산 일대 식물을 분재용으로 캐가는 이들에 대해 규제와 대책을 마련하여야 하는 형편이다. 아울러 속리산의 개발계획도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쳐 그 곳의 풍토 등 조건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생태계 보호측면은 특정개체나 종(種)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생태계의 먹이사슬관계가 평형이 되도록 하여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염두에 두어야 속리산은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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