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만에 고향찾은 사할린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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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만에 고향찾은 사할린동포
  • 보은신문
  • 승인 199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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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고향땅을 밟게 되어 이제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지난 3월 1일 사할린을 출발 일본을 거쳐 보은 삼산 1구에 사는 누이동생 최봉례씨(62)를 찾은 최복동씨(71)와 부인 강만임씨(65)는 감격에 겨운 눈물을 글썽이며 말문을 열였다. 최복동씨는 1938년 당시 19살 나이로 일본의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사할린에서 발이 묶인 채 고향을 애타게 그리다 실로 52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최복동씨의 고향은 산외면 구티리이고 강만임씨는 괴산군 청천면 신평리로서 사할린에서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혼할 당시 최씨가 20살, 부인 강씨가 15살이었고 소련 풍습에 따라 남편 성을 따 최만임으로 불리우고 있다. 최씨가 강제징용으로 끌려갔을 때만 해도 사할린에 혼자 있는 한국 남자가 많은데 비해 여자는 드물어 한국 여자를 찾다고 못구할 경우 러시아인과 결혼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최씨는 고향 여자를 만나기 위해 애쓰다 보은 근처 청천이 고향인 강씨를 만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옛날 살던 고향엘 가보았더니 어렸을 때 같이 크던 구병희씨(72, 아시리)를 만나게 되었고 김재완씨(84, 구티리)도 만나게 되어 무척 기뻐요. 이렇게 늦게라도 고향에 와서 옛사람도 만나고 조상에 성묘도 하게 되어 가슴에 쌓인 한을 조금 풀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살아서 누이동생도 만나고 조카들도 만나게 되니 꿈만 같아요” 최씨는 말을 하면서 계속 눈시울을 적셨다.

최씨의 친척들은 “그동안 돌아가신 줄만 알고 제사까지 지내다 올해부터는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된다”며 만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의 부인 강만임씨는 “사할린에 있는 4남매의 아들 말도 오고 싶어했다”며 “우리가 떠나올 때 울고불고 했었는데 자식들을 못데려 온 것이 서운하다”고 아쉬워했다.

KBS 이산가족 찾기 운동에서 서신연락이 가능하고부터 최씨는 고향땅을 밟을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다 이번 적십자사 초청으로 고향땅을 밟게 된 것이다. 최씨 부부는 오는 31일 사할린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다음에 방문할 때는 남북통일이 되어 북한을 거쳐 기차를 타고 내려오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기도 해 친지들의 눈시울을 흥건히 적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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