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복조리 제조가 정기술옹(내속 사내)
상태바
만나고 싶었습니다 복조리 제조가 정기술옹(내속 사내)
  • 보은신문
  • 승인 1996.02.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을 나눠 온 70년 외길인생
내일을 알수없는 사람들. 그래서 아무것에라도 기대고 싶고 세상사가 고달프기만 한이들에게 복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다. 뭇사람들에게 복을 듬뿍 담아 줄 복조리를 만드는 정기술옹(85세, 내속 사내 3구 민판동)이 대나무 조릿대를 한올한올 엮고있는 모습은 성스럽다 못해 경이롭기마져 하다. 잘게 가른 대나무 조릿대를 이리저리 엮어가며 복조리를 만든지 어언 60여년. 복조리 외길 인생을 걸어온 정기술옹은 한때 부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던 조리가 정미기계의 발달로 쌀에 돌도 없어지고 생활이 현대화되면서 점차 뒷켠으로 물러나 지금은 장식용 복조리로만 쓰여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정옹은 비록 조리가 부엌에서 외면받지만 대신 일년에 받을 복을 한꺼번에 받는다는 의미로 정월초하루 새벽에 복조리를 산다는 속설로 바뀐것이 오히려 세상사 고달픈 이웃에게 복을 나눠줄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 오히려 마음이 후덤해짐을 느낀다. 15~20년전 지금쯤이면 민판동 일대는 모두 조리만들기에 정신없이 분주할 때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정옹 혼자서 복조리를 만들어 손자에게 쥐어줄 용돈을 마련할 정도가 고작이다. 한개 1천원씩 도매업자에게 넘기는 복조리는 대부분 청주와 속리산 기념품상가로 나가지만 전국 각지에서 명성을 듣고온 상인들로 붐비기도 한다.

양력 9월부터 인근 속리산에서 대나무를 직접 채취해 칼로 일일이 쪼개 먼저 조릿대를 만든다. 이를 가을에응 5~6일정도 요즘같은 경울에는 10일정도를 햇빛에 말린후 대나무를 부드럽게 하기위해 다시 서너시간을 물에 담가 물기를 뺀다. 라디오를 벗삼아 조리를 만들기 시작하면 30분정도가 걸려야만 복조리 하나를 완성한다. 그래서 겨우내 6백여개를 만들어 외지로 판매했고 지금은 설전에 사내리 기념품상가에 납품할 복조리를 만드느라여념이 없다. 정옹은 원래가 상주태생이다.

속리산에 들어온지는 70년이 넘었는데 여섯이라는 어린나이에 조실부모하고 친척집에 얹혀살다 입이라도 덜양으로 무조건 물맑고 인심좋다하여 찾아온것이 속리산. 그때 나이가 12살인데 장가들기전 25살까지는 남의집 머슴을 살다 가정을 꾸리면서 텃밭을 붙이는 것 외에는 전적으로 조리를 만들어 생업을 유지해왔다. 조리가 부엌의 필수 조리기구로 사용 할때만해도 조리집을 지고 보은장은 물론, 상주장, 청주장, 괴산장등 안다닌곳이 없을 정도로 번성한 적도 있었다.

그때의 번성이 지금은 꿈같이 아득한 "자손들이 수입도 없이 손만 많이 가는 조리만들기를 말리기도 하지만 평생에 배운게 한가지고 누구보다 잘하는것이라곤 이것 한가지일텐데…" 하는 마음에 조리만들기에 손들뗄수 없다는게 정옹의 유일한 낙이고 이유다. 조리를 만들어 2남4녀의 자식들은 고등학교정도는 모두 마칠수 있게했고 지금도 스스로 번 돈으로 생활에 보탬도 되고 손자들 용돈도 쥐어줄수 있는게 그져 고마울 뿐이다. 정옹의 저린 어깨를 주물러 주던 할머니도 3년전 세상을 달리했고 지금은 큰며느리와 둘째 손주와 함께 내속 사내리 민판동 터줏대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