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 군과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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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수 군과 통일
  • 보은신문
  • 승인 2001.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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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현 호(보은읍 삼산리)『충청대학 겸임교수, 흥덕연구소장』
99년 1월 북한을 탈출한 후 그림을 통하여 북한사회의 참상을 알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탈북소년 장길수군의 가족 7명이 지난달 26일 오전 중국 소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북경) 사무소에 난민지위 부여와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한 후 제3국(필린핀)을 경유, 30일 인천공항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는 순간을 또 하루먼저 제3국을 통하여 서울에 와있던 3명의 다른 가족과 재회했다는 소식을 필자는 신문, TV등을 통하여 접하며 만감이 교차함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장길수군 가족들은 무엇 때문에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을 감행했으며, 중국에서의 피 말리는 도피 생활과 오직 생존을 위하여 시장바닥을 떠돌며 구걸을 했던 소위 꽃제비생활 등을 극복하며 그들이 얻고자 했던 궁극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분명 "자유" 와 "배고픔으로 부터의 해방" 이었을 것이다. 장길수군 가족과 우리는 분명 한 민족이다.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가 동일하고 생김새와 피부색이 또한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민족은 왜? 이처럼 가슴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야 하는 걸까? 그것은 분명 분단때문이다.

애초에 분단이 없었다면, 일찍이 통일이 되었다면 이런 가슴아픈 사연들을 접하고 우울한 마음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분단국의 중요한 국가목표는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하여 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한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일한 방법 즉,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통하여 동독과 서독이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였고, 중국과 대만 역시 양안관계(兩岸關係)가 안정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겉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듯 하면서도 사실은 분단상태의 고착을 방관하는 듯한 사고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이다. 금강산에 돈을 막 퍼주고 있다느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굴욕적으로 애원한다느니, 반공사상이 해이해졌다느니, 안보의식이 느슨해졌다느니 등등. 그래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요,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다. 통일이 된 후 금강산 일만 이천봉도 찾아 가보고 백두산 천지에도 오르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통일의 당위성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아니 정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금은 민족분단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모든 폐해를 원천적으로 치유하기 위하여, 통일을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장길수군의 가족이 목숨을 담보하면서 까지 얻고자했던 "자유" 와 "배고픔으로 부터의 해방"을 우리는 별 무리 없이 향유하며,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먹을 것인가"로 고민하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굳이 장길수군의 탈북이유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남·북한간의 격차를 쉽게 요약한다면 경제적 측면에서는 "풍요와 빈곤"이요, 정치적 측면에서는 "자유와 부자유"라고 할수 있겠다. 장길수군의 가족이 목숨을 담보하면서까지 얻고자했던 이 소중한 "자유와 풍요" 를 비교적 두텁게 누리며 살아가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우리가 "부자유와 빈곤" 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열악한 지위에 있는 북한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포용은 일방적인 시혜가 결코 아니다. 이는 우월한 지위(강자)에 있는 자만이 선택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자기의 진지한 선택인 것이다. 자, 이제 가슴을 열고 남북관계, 통일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유화냐 강경이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로써, 남북관계의 개선과 평화공존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지름길로, 소모적인 대결과 경쟁을 지양하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공동이익을 지향하는 자세를 갖자.

이러한 자세를 통하여 남북문제의 가장 근원적 장애요인이라 할 수 있는 냉전적 사고와 명분만을 앞세워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했던 접근방식(Zero-Sum)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를 지키자(Keeping peace)" 는 소극적 자세로부터 "평화를 만들어가자(Making peace)" 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다듬으며 평화적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모든 이들의 노력에 힘찬 박수를 보내보자.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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