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또 하나의 골치거리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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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또 하나의 골치거리 빈집
  • 보은신문
  • 승인 199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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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농현사의 단적인 반증
직업형태 및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른 이농으로 인해 현재 농촌지역에는 해마다 흉가로 방치되어 미관을 해치는 농촌 빈집이 늘어나고 있어 농촌에서 해결해야 될 또 하나의 두통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농촌을 지키고 있는 인구가 대부분 50∼60대의 고령층이고, 생활능력이 없는 농인들이 집만 지키며 사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 사망률에 따른 농촌의 빈집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해 도시인들은 쾌적한 주거공간 확보를 위해 빈집을 사는 경우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농촌을 떠나는 농민들과 농촌 빈집의 발생수와 비교할 때 도시인들이 농촌에 들어오거나 빈집을 사는 것은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각 읍·면에는 빈집이다 못해 흉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방치된 빈집들은 본채가 반쯤 부서졌거나 문짝이 떨어져 있고 특히 여름철에는 지붕위와 마당등에 온통 풀이 자라서 우거져 미관은 둘째치고라도 곁을 지나기가 섬칫할 정도인 것도 많다. 과거 `70년대만 해도 한 마을이 1백50가구가 넘는 대촌(大村)이었던 곳이 지금에 와서는 50가구도 안되는 작은 마을로 변한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마을 실정은 농촌에 남아있는 주민들에게 살아갈 의욕을 저하시킨다. 더욱이 방치된 빈집이 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을 때에는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모여 폭행사건을 일으키거나 본드 등 환각제를 흡입하는 장소로 둔갑하는 예도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같이 빈집이 각종 범죄의 온상은 물론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등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외지인들의 별장용이나 젊은 부부들이 노부모의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빈집을 매입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와 같은 경우는 군내 서원계곡 주변이나, 삼가저수지 인근, 국립공원 속리산 권역으로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지가상승이 기대되는 곳의 빈집들이 대부분 매입되고 있고 또한 교통이 편리하고 도로포장이 잘 된 곳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이런 것을 빌미(?)로 대지 가격 및 지가의 점차적인 상승을 기대하고 팔지 않은 채 빈집을 그대로 방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쥐나 해충 등의 번식처일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뱀 등의 서식지로도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빈집의 처리는 하루가 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빈집에 대해 효율적인 활용이 적극 요구되고 있는데, 주민들은 "마을마다 빈집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인데 도시에 비해 농촌의 지가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고, 더구나 현재 농촌이 처해있는 상황으로 미뤄볼 때 땅값이 올라갈 기미가 없어 이농하려는 주민들도 집을 팔려고 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그대로 두고 떠나고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땅 팔고 집 팔아 농촌을 떠나고 싶어도 얼마 안되는 몇 푼 쥐어봤자 도시에서는 방 한칸도 마련하기 어려워 근근히 살고 있지만 기회만 닿으면 농촌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한다.

군에서 지난 3월 군내의 빈집실태 조사한 것에 의하면 군내에는 총 3백64동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일시적으로 비어있는 집까지 포함된 수치인 만큼 집주인이 완전히 떠나고 사람이 살지않는 빈집은 사실상 조사된 것보다는 적다고 볼 수 있으나 일시적인 빈집일 경우도 매입자가 언제부터 살게 될 지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다.

군내에서 빈집으로 방치된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것은 마로면 송혀니의 단천 광업소 사택이라 할 수 있다. `80년초에 11평 규모로 건축되어 광업소에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살던 곳으로 `89년 6월28일을 기해 단천 광업소가 폐광으로 문을 닫고 사람들이 떠난 뒤 지금까지 흉가로 방치돼 있다.

빈집의 적절한 활용을 위해 행정기관에서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규되고 있다. 인근 옥천군에서는 농촌의 빈집이 골치거리로 등장하자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 이미 사업비를 확보해 빈집을 보수, 경로당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하면 놀이터나 정자터 등으로 정비해 활용하고 있다.

우리 군에서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해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왜냐하면 소유권이 개인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에서 개인의 재산을 가지고 개입할 수 없는 처지이고 철거명령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에서는 빈집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빈집소유주에게 서신 등을 보내 일제조사를 실시, 철거해 집터나 농경지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도시민과의 자매결연으로 여름철이나 가을철 관광을 위해 찾아 왔을 때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수, 마을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등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빈집의 발생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용방안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농촌의 골치거리로 등장한 빈집의 처리는 행정기관 뿐만 아니라 빈집 소유주의 적극적인 협조가 뒤따라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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