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義人)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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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義人)이 필요한 시대
  •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 승인 2025.04.2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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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무더운 여름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에어컨이 약해서 승객들이 모두 힘들어하고 있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참고 있는데 누군가가 “기사님, 에어컨 좀 세게 틀어주세요?”라고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의로운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더 나아가서 안중근 의사는 독립을 위해 적을 총으로 쏴 죽였다. 안중근이 총으로 쏜 것은 한 개인이 아니라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자 한 욕심을 죽인 의로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안중근에게 의사(義士)라는 칭호가 붙게 된 것이다.
 또 인도의 비폭력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는 “중학 시절 나쁜 친구들과 사귀게 되어 부모 몰래 육식도 하고 담배도 피웠으며, 심지어는 집에서 심부름하는 머슴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까지 훔쳐 담배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간디는 얼마 있지 않아 그 모든 죄를 종이에 낱낱이 써서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 앞에 바친 후 처벌받기를 간청했고, 아버지는 이런 간다를 용서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러한 간디의 반성이 바로 의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의(義)란 인간의 떳떳한 마음으로 인(仁)을 실천하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천 4백여 년 전에 맹자께서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수오(羞惡)라는 말을 단순히 “부끄러워하는 마음”으로만 해석해버리면 선뜻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 철학적으로 수(羞)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의미하고, 오(惡)란 남의 잘못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따라서 수오(羞惡)에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인간의 떳떳한 마음을 말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자기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거나, 타인의 잘못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곧 의로운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반면에 자기의 잘못에 대해 너무 심하게 부끄러워하면 수침심에 자살을 하기 쉽고, 타인의 잘못에 대해 너무 심하게 미워하면 분노심에 폭력을 행사하기 쉽다. 예를 들면 최근에 자신의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자 수치심을 못이겨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고,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던 시위대가 갑자기 법원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모두가 의롭지 못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진정한 의(義)의 마음은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극복할 줄 알아야 하는데, 먼저 부끄러워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의(義)는 인(仁)의 마음을 실천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의인(義人)의 마음에는 항상 생명을 아끼고 살리려는 마음이 전재 되어있다. 곧 의로운 행동에는 나를 죽여 생명을 살리는데 사용하는 에너지인 것이지, 내가 살려고 남을 죽이려는 마음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의인(義人)의 행동에는 반드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어느 시대이든 건전한 사회가 되려면 의인(義人)이 많아야 한다. 의인(義人)은 사회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의인(義人)이 없는 사회는 정화기능이 마비되어 점점 썩어가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 누구나 슬퍼하고 안타까워한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무한공항 참사, 최근에 의성 산불로 인해 죽어간 희생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의 마음을 무겁고 슬프게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생명을 아끼고 살리려는 인간의 선한 본성은 누구나 가지고는 있지만 이러한 인(仁)의 마음을 과감하게 실천하는 의(義)의 마음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건전해질 수 없다. 
 오늘날 부정한 일에 모든 사람이 침묵하고 있을 때, “아니오”라고 말하고, 반대로 모두가 긍정적인 일에 욕심을 부려 반대하고 있을 때, 과감하게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의인(義人)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라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의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여당과 야당은 경선 준비에 돌입했고, 벌써 후보자들도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후보자들은 먼저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적합한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온갖 사리사욕을 가지고 당선되는 것에만 마음이 앞선다면 결국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후보자로 나서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국민을 자식과 같이 사랑하고, 국토를 자기 몸처럼 아끼며, 민족정신과 우리의 높은 문화의식을 드높일 의로운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투표를 하는 국민 또한 자신의 사욕을 채워주는 후보자가 아닌 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국가의 안정과 미래의 비전을 가진 후보자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 지금 같이 혼란한 사회에서는 후보자든 국민이든 진실로 의인(義人)의 마음을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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