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살린 서해의 기적 … 태안 기름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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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살린 서해의 기적 … 태안 기름유출사고
  • 보은신문
  • 승인 2022.10.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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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 잊을 수 없는 뼈아픈 재난현장 그 명암

글 싣는 순서
1. 화마가 휩쓸고 간 울진군 … 그 고통은 지금도 
2. 국민이 살린 서해의 기적 … 태안 기름유출사고 
3. 쏟아진 비, 잃어버린 꿈 … 섬진강 제방 붕괴
4. 뚫린 하늘, 처참한 물폭탄 … 제천시 폭우피해
5. 어찌 잊으랴 그날의 악몽 … 1980년 보은수해


 21세기를 출발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세계 곳곳은 현재도 외침, 내부 분열 등으로 인한 전쟁, 질병, 풍·수해, 화재, 가난 등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난민들은 오갈 곳 없이 눈물과 고통으로 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으며, 지진, 화재, 수해, 태풍피해 등으로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동해안 산불로 자연이 훼손되고 재산을 불태운 재난사태가 발생했고 이전에도 2008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2020년 발생한 섬진강 수해, 같은 해에 발생한 충북 제천 수해 등 전국 곳곳의 재난현장을 찾아 뼈아픈 고통을 이겨내고 발전해 가는 모습을 취재·보도함으로서 재난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름이 뒤덮인 태안 앞바다.


 크레인선의 항로이탈, 바다를 뒤덮은 원유

 바다는 식량의 보고며 미래의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면이 바다로 서해, 동해, 남해가 둘러싸고 있어 식량의 보고와 미래의 에너지원을 가진 천혜의 자원부국(資源富國)이다.
 아쉽게도 2007년 12월 4일 오전 7시 15분경, 하늘의 날벼락이 떨어졌다.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와 해상 크레인이 충돌하여 대량의 원유가 유출된 해양 사고가 발생했다.  ‘태안기름유출사고’라 말하는 재난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는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삼성물산 소속 크레인 부선 '삼성 1호'를 예인선이 경상남도 거제로 끌고가다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정박해 있던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해 유조선 탱크에 있던 7만 8,918배럴의 원유가 태안 인근해역으로 유출됐다.
사람들은 이 해양오염사고를 '2007년 서해안 원유 유출 사고' 혹은 '삼성-허베이 스피리트 원유 유출 사고'라고 한다.
  유조선에서 유출된 엄청난 양의 기름은 인근 바다를 뒤덮어 바닷물이 혼탁해지고 용존산소량이 줄어들었다. 바다를 뒤덮은 기름으로 태안군과 서산시의 굴, 바지락, 김 양식장 등 8,000여㏊가 망가졌고, 갯벌에 살던 게, 조개, 새우 등도 함께 사라졌다.
 

 

또, 각종 물고기와 논병아리, 오리같은 새들은 검은기름을 뒤집어쓴 채 그들의 집을 잃고 말았고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새떼와 노랑부리백로, 철새들도 죽음에 내몰려 바다위로 떠올랐다.
 해양생물의 천국, 우리나라 최고의 해수욕장이라 불리던 태안 앞바다가 순식간에 지옥의 늪에 빠져버렸다. 어민들의 삶을 깡그리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짙은 기름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만리포, 천리포, 모항, 안흥항과 가로림만, 천수만, 안면도까지 유입되었다. 
 바다로 흘러든 타르 찌꺼기는 안면도와 군산 앞바다까지 밀려갔으며 2008년 1월에는 전라남도 진도, 해남과 제주도의 추자도 해안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생계터전을 잃고 충격에 휩싸인 어민들의 자살 소식은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전국에서 모여들어 기름을 제거하는 봉사자들.

 

국민모두 기름 제거작업에 뛰어들어 ‘추위와 악취 녹여내’
 
 우리 국민들은 이곳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서 기름을 제거하려는 자원봉사의 발길이 이어졌고 성금도 답지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한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지 8일만인 2008년 12월 13일, 충남 태안군, 보령시, 서천군, 서산시, 홍성군, 당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가장 먼저 기름제거에 뛰어든 이들은 해변가 어민들과 태안군의 8개 읍·면주민들이었다.
학생, 군, 공무원, 기업, 사회단체 등 남녀노소 없이 12월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발을 걷어부치고 기름을 퍼내고, 닦아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국민이 몰려들어 기름 수거 및 제거작업에 돌입했다. 
서울, 부산, 대전, 경기도, 강원도, 경북, 경남,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제주도, 심지어는 울릉도에서까지 기름제거작업을 위해 서해안 해변으로 구름처럼 몰려와 불과 일주일여 만에 포착유제거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우리 보은에서도 기관, 사회단체, 마을주민 등이 서해안 기름 제거에 발 벗고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대한적십자사봉사회보은지구협의회(당시회장 류재철) 회원들이었다.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지 불과 9일만인 12월 13일, 110명의 적십자회원들이 보은군자원봉사센터와 함께 태안으로 달려가 기름제거작업에 뛰어들었다.
 뒤이어 12월 17일에는 40명의 내북면 창리청년회가 이곳을 찾았으며, 보은군 의용소방대, 보은군공무원, 보은라이온스, 보은군환경운동연합, 회인면주민들, 보은읍이장협의회 등 보은군 각계각처의 발걸음이 이어져 태안 앞바다의 기름을 제거했다.
 이처럼, 기름 제거작업에 전국에서 참여한 자원봉사자수는 무려 123만명으로 인간띠를 이루어 기적을 탄생시켰다.
 이 소식은 전 세계의 언론을 통해 펴져 나갔고, 막막하기만 했던 서해안 앞 바다에는 서광이 비쳐졌다. 
 사고 초기 원상회복에 최소 10년 이상, 최장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서해안기름유출사고는 민·관의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노력 결과,  정부는 사고발생 2년 만인 2009년 12월에 태안국립공원의 해양 수질과 어종이 기름유출사고 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발표하는 희소식을 전했다.

 

맑고 깨끗한 바다를 되찾은 태안 앞 백사장.

잊을 수 없는 아픔, 되찾은 아름다운 서해바다 ‘활력 넘쳐’

 사고가 발생한지 불과 2년여만에 태안앞바다 일원의 수질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고통은 길게 이어졌다.
 어업에 종사하는 해변가 주민들과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간 갈등이 심했다.
각종 재해 재난지원금 등이 어민에게만 돌아갔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고통을 함께한 이웃 주민을 대하는 바닷가 어민들의 태도는 예전과 변함이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이장은 “기름이 유출되어 바다를 덮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여러 날을 바닷가에가서 기름제거작업을 도왔다”며 “그런데도 지금 바다에 나가면 어민들은 우리를 범접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악몽을 되살리기 안타깝지만, 그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전국에서 찾아와 함께해주신 국민들께는 정말 감사를 드린다”고 감사를 거듭해 표명했다.
 이 사고로 후유증을 얻어 조기에 사망하는 어민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모 마을에는 70을 넘긴 어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안군은 기름유출사고의 악몽을 딛고 일어나 바다에는 잃어버렸던 각종 어류가 되살아난지 오래고 굴, 바지락, 김 양식장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갯벌에 는 게, 조개 등 다양한 어패류가 살아 넘친다.
 

충청남도에서는 기름유출사고의 악몽을 극복하고 서해안 생태를 복원한 것을 기념해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을 건립해 2017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 전시실에는 유류사고의 발단, 전국각처에서 찾아와 유류 제거작업을 한 내용, 각종 사진, 시뮬레이션 등이 펼쳐지며, 특히 기름 제거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의 이름을 벽면에 빼곡히 새겨넣어 이를 기억하고 있다.
서해안(태안)기름유출 사고 당시 이곳을 찾아 복구작업에 참여한 이는 자신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나서서 원상 복구시킨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태안 앞바다가 영원히 아름다운 정취와 생명력을 지속해 가기를 기원해 본다.

/나기홍 ·김인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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