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여중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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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여중생의 꿈
  • 오계자 (보은예총 회장)
  • 승인 2022.10.0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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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중생의 미래에 대한 꿈이 하도 상상밖이라 처음엔 유머인줄 알았다.   
어릴적부터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무엇이 될까 꿈을 품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이들고 성숙해지면 그 꿈이란 것은 점점 차원이 낮아진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무슨 꿈을 품고 있었던가 말 하면 모두 픽 웃을 게다. 초등하교 5학년 때든가 “오빠, 나라의 최고는 대통령인데 세계의 최고는 누구야?” 고등학생 오빠에게 물었더니 “유엔사무총장.” 이란다. 그때부터 대통령이던 내 꿈이 중학교 1학년 초까지 유엔사무총장이 되었다. 2학년이 되면서 딴엔 철이 들었다고 조금은 허황됨을 벗어나 여자 판사가 되리라 했다. 가슴에 판사님을 품고 나는 친구들의 다툼에 해결사가 되었다. 이쪽 사정 저쪽 사정 들어보면 대부분 싸움은 오해에서 시작 된다. 서로 소통만 잘 되면 오해는 없다. 그렇게 나는 청소년기부터 판사 연습 해결사였다. 
꿈은 변한다. 유년시절은 교회 주일학교선생님이 꿈이었고 대통령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으로 부풀었던 꿈이 철이 들면서 현실화 되어 판사에서 다시 선생님이 되었다. 연전에 젊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거는 기대를 우유에 비유해서 초등학생 때는 서울우유 먹이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연세우유와 건국우유를 거쳐 고3이 되면 저지방 우유로 바뀐단다. 그 유머가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오늘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심각한 말을 들었다.   
친구들의 모임에서다. 어느 여중생이 자신의 미래 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빌게이츠의 첩이 되고 싶다고 했단다. 우리는 입만 벌리고 말을 잃었다. 어쩌면 아줌마들이 막노동판에서나 농담으로 던져질 말이 중1 소녀의 미래를 위한 꿈이 되었을까. 현실 사회의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느낌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지만 생각해보니 허황된 걸 따진다면 유엔사무총장이나 빌게이츠의 첩이나 도진개진이다. 하지만 어린 소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내 사고방식으로는 슬픈 상황이다. 내가 봉건적이거나 구시대적 판단일까. 얼마나 경제적 문제로 쌓인 한이 많은지 모르지만 억만장자도 사람이고 부이과 자식이 있는 가장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 어쩌다 그런 발상이 나왔을까. 공개된 자리서 말이다. 
아직 포장도 열지 않은 선물처럼 세상에 나가고 싶어 얼른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꽃봉오리 상태인 어린 소녀의 입에서 “내 꿈은 빌게이츠의 첩이 되는 거야.” 꼭 빌게이츠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돈의 첩이 되겠다는 말이지 싶다. 그 말이 걸려서 잠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훈수드는 또래들 때문에 더 충격이다. 돈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양심이나 신뢰 의리 같은 문제야말로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돈으로 양심도 믿음도 의리도 다 살수 있잖아.” 양심까지도 빌게이츠 앞에서는 변한다는 아이들은 강철같은 의리도 녹인단다. 
시대는 변했는데 나의 사고방식이 따라오지 못한 건가?  
잠들 수가 없다. 수단과 방법은 성공 여하에 따라 묻힐 수 있다손 치더라도 평생을 당당할 수 있을까, 부끄럽지 않을까, 어쩌면 황금 앞세워 자랑스러워 하려나?.    
잠은 오지 않고 뒤체다가 갑자기 자식들에게 미안해진다. 
내가 젊은 시절 경제적 관념이 아주 없었다. 참 많이 어두웠다. 그 여중생의 반에반만이라도 돈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나는 내가 하던 사업에서 참 많이 모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매하게도 많이 벌고 많이 헛군데로 흘려보냈다. 그때 넉넉하게 모았다면 내 자식들이 차원을 좀 더 높힐 수 있었을 것을. 우리 아이들 설마 돈의 첩이 되고 싶진 않았겠지. 
어느 대학교 남학생들의 인터뷰에서 배우자를 선택 할 때 가장 우선적인 조건이 최소한 아파트 하나는 사 줄수 있는 부모를 본단다. 
시대는 변하는 것이 정상이고 사회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니치게 휴머니즘이 멀어지는 것 같다.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에서 고무줄 놀이에 공기놀이 하던 장면은 까마득하고 그나마 로라스케트마저 전동 킥보드로 변했다. 이제는 돌베기조차 장난감이 휴대폰으로 바뀌고 있는 시대니 변해가는 상황에 따라 나 자신의 생각도 변해야 되는 세대다. 그래도 부탁은 하고 싶다. 돈의 첩이 되더라도 사람과 사람사이 흐르는 서정성만은 잃지 말았스면 좋겠다. 사랑보다 깊은 정은 간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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