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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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21.02.0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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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산골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며칠 동안 영하 15-6도의 매서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간혹 눈이 내리고, 반짝 햇살이 그 눈을 녹이는가 하더니 또다시 강추위가 찾아오곤 했다.
금년 겨울에는 눈이 자주 내렸다.
눈길을 트느라면 빗자루를 쥔 손가락이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날 아침에 보니 대형 플라스틱 통의 물 전체가 얼어서 바닥을 깨고 얼음이 몸체를 내보이고 있었다.
끙끙대며 그것을 뒤엎으니 큰 빙하덩어리가 마당바닥 위에 둥그러니 앉아 번쩍이는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어디서 북극곰이나 남극 물개들이 나타날 것 같은 형상이었다.
그것은 한동안 꿈적도 안하다가 며칠 해동에 육중한 체구를 조금씩 줄여나갔다.
그날 밤에는 희귀한 겨울비까지 내렸다. 비는 밤새도록 또닥거리며 집 주위를 맴돌고 떠날 줄을 몰랐다. 아침에 보니 밤새 빙하는 몸체가 많이 줄긴 했지만 속속들이 얼어굳은 빙하가 겨울비 정도에 항복하지는 않았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도끼를 들고 그것을 무자비하게 부숴나갔다.
땀도 났다.
그 역사로 얼음덩이는 원래 보다는 좀 더 작은 덩어리로 나누어졌고, 몇 차례 그 일을 더하니 마침내 약간 큰 주먹만하게 부서진 얼음덩이들이 온 마당에 깔려 퍼졌다.
나머지 일은 태양빛에 맡겨버리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녹인 가장 큰 공로자는 겨울비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 중에서도 봄에 내리는 비는 요한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쓰를 배경으로 땅속에서 초록을 뽑아 올리는 감미로운 비다.
 여름비는 먹구름 속에서 번개 불칼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역사하는 비다.
지상의 모든 생물들이 베토벤의 교향곡9번의 연주에 맞춰서 환희와 생사가 교차한다.
그리고 가을비는 한해의 수확을 축복하는 비, 낙엽을 재촉하여 나무들의 체력손실을 예방해주는 이불과 같은 비다.
그리고 앞으로 올 매서운 겨울을 예고하는 비다. 그러면 엄동기에 내리는 돌연변이의 겨울비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렇다.
바로 봄이 올 것을 예고하는 비다. 지금 우리는 온 나라가 코로나의 장막 밑에서 숨죽이고 살고 있다.
코로나에 걸리면 문둥병환자처럼 격리 수용되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죽어서도 문상객도 하나 없이 홀로 차가운 철판통 위에 실려 뜨거운 화덕속으로 들어간다.
한되 남짓한 회색재로 변한 후에야 자식들을 만나게 된다. 거름에도 쓰지 못하는 사람의 값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한없이 계속되는 ‘겨울왕국’에서 서럽게 살고 있다.
서민들은 조선왕조의 “오가작통법”과 유사한 체제로 통제받고 있어서 삶이 고달프다. 다섯명 이상은 몰려다닐 수도, 한 식당에 같이 앉아서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위반하면, 인파라치가 따라붙어 사진을 찍어 당국에 신고하면 보상금 까지 준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코로나 영향이긴 하지만, 함부로 말을 못하게(?)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는가. 그리고 불이행 시에는 10만원의 벌금협박으로 백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바깥출입의 자유마저 빼앗긴 여기가 “살기 좋은 남조선나라”가 맞는가? 성추행 사건으로 한명은 죽고, 한명은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빈자리를 메꾸는 선거판이 또 시작되었다.
입후보자와 같은 정당의 당직자들이 남대문시장에 떼로 몰려가서 카메라 앞에서 하는 오뎅먹기 쑈를 보면서 그저 무지한 중생들만 불쌍하게 보였다.
대중들이야 오뉴월 일진광풍에 보리들이 한방향으로 누워버리듯이 여론조작과 대중조작으로 조종하면 되는 존재라는 생각을 오뎅을 먹고있는 저들의 머릿속에 꽉 차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코로나정국은 계속되는데, 느닷없이 겨울비가 내린다. 엄동에 바깥 출입마저 불가능한 이 코로나 겨울정국이 언제나 풀릴것인지? 겨울비를 맞으며 예고되는 봄비가 애타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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