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로 조성된 세조의 순행이 자리한 행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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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로 조성된 세조의 순행이 자리한 행궁터”
  • 박진수 기자
  • 승인 2021.01.1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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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명소길(39)- 속리산의 관문, 말티재길

모든 길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길을 오가는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역사의 중요한 이야기도 남긴다. 보은의 길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인 연고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양한 전설이나 역사적인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길, 그냥 편한 마음으로 걷기 좋은 길, 자연과 함께 걷고 싶은 숲길, 그 모든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말티재의 오늘.
말티재의 오늘.

 삼년산성 둘레길에서 탄부면 평각리 세골마을을 지나 말티재 고갯길로 가기전 눈에 띄는 상징물이 눈에 들어온다. 속리산의 관문이며 속리산과 상주방향의 양갈림길인 이 길에는 돌탑과 대형 돌장승이 세워져 지나는 사람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세워진 통일탑이 있었던 자리이다. 지금도 이 동네사람들은 통일탑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짙게 남아 있다. 이곳에서 상주방향으로 첫 고개를 양고갯길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위치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지금은 밀레니엄 공원으로 대형 돌탑과 대형 돌장승이 설치되어 있는데 2000년대을 맞아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새천년의 상징물로 새천년돌탑을 세웠다고 한다. 이 돌탑을 쌓기전에 보은군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타임캡슐에 담아 땅속에 묻고 돌탑을 세워 그 의미가 더욱 짙게 하고 있다. 후세에 확인한다는 글귀에 기대는 되지만 그때까지 살지 못하는 인간 나이에 새삼 한계를 느끼며 후대들의 보물이 될 것 같다.
돌탑 삼거리통일탑 지나 말티재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니 장안면 오창리 마을 입구에 자리한 운봉서각원이라는 공방을 만난다. 공방마당에는 수백년된 고목과 장승이 예사롭지 않은 공간임을 말해주고 있다. 마당 한쪽에는 고목을 다듬는 목공소가 마련되어 있고 본관 건물안에는 작업장과 전시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공방의 주인인 박영덕씨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서각장으로 40여년 동안 서각에 매달려온 그는 이제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정교한 서각, 목판(책판)제작에 있어서는 전국적인 명성을 타고 있다.
운봉서각원 공방을 나와 모퉁이를 지나자 한옥마을이 나온다. 이 한옥마을이 위치한 곳이 1464년 12월 세조가 속리산을 행차하던 중 하루를 지낸 행궁터라고 한다. 도로옆 행궁터라는 표지석이 이곳이 세조의 행궁이 자리한 곳임을 알려주고 있으며 마을 전체가 한옥으로 조성되어 있어 그 의미를 더욱 크게 전달해 주고 있다.
장안면 장재리에 위치한 이 행궁터 한옥마을은 세조의 행궁이 자리한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새마을 사업이 한창이던 1970년 마을 전체를 한옥으로 조성해야 하기 위해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조성되었다고 한다. 역사성과 후대 사람들의 지혜가 만들어 낸 훌룡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뭔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었다.
한옥마을 행궁터를 지나자 우측으로 펼쳐진 저수지를 만난다. 이 저수지가 바로 박석저수지다. 이상하게도 동네 사람들은 장재리에 위치해 있어 장재저수지라고 부른다.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박석저수지로 표기하고 있어 정확한 저수지 이름은 박석저수지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았다.
박석저수지를 옆으로 조금 걷다보면 본격적인 말티재 고갯길을 알리는 상징물이 나온다. 조선시대 세조가 말을 타고 있는 모습과 말티재의 유래를 적어놓은 상징물이다. 세조의 풍채와 말의 크기가 맞지 않아 뭔가 우스광스러운 동상이었지만 의미를 전달하고자 세워진 상징물로는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워낙 고개가 높아 연(가마)을 타고 가기에는 힘들었을까. 이곳부터는 연에서 내려 말을 타고 넘었다는 의미전달로만 만족해야 했다.
말티재를 알리는 상징물 유래비 내용에서 박석저수지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박석이란 평평할 박(博), 돌 석(石)으로 돌로 평평한 길을 만들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조가 행차한다니 지방고을에서 임금이 지나는 길을 정비하면서 박석재라는 고개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본래 말티재의 뜻은 말자의 의미는 마루, 산 정상, 아주 높은 꼭대기를 뜻하며 티 자와 재 자는 중복된 어원으로 아주 높은 고개, 아주 높은 언덕을 뜻한다. 한마디로 말해 지형적으로 아주 높은 고갯길이라는 뜻이다.
말티재의 유래와 상징물을 지나면 기존 도로와 분리된 걷기 좋은 길이 나온다. 말티재 명소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해 놓은 숲길이다. 조그만 개천을 건널 수 있는 목교와 계단으로 조성된 숲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말티재 12굽이중 6굽이를 오를 수 있다. 400m 가량 조성된 숲길가에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를 비롯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야생화가 식재되어 있어 봄날 말을 타고 넘은 세조를 생각하며 말티재를 걸어 올라가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이곳 말티재 정상의 능선은 백두대간 줄기로 한남금북정맥이라고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등산객이 남긴 리본이 백두대간 산행길을 표시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이라는 의미는 이 곳 말티재 정상이 한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는 지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말티재 정상에서 속리산으로 내려간 물은 한강으로 흐르고 말티재를 올라온 보은방향으로 물이 흐르면 금강으로 물이 흐른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아주 높은 고갯길이 아닌 금강과 한강의 분기점, 분수령을 이루고 있는 지형적인 특징이 말티재 고갯길이 더욱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명소로임을 알 수 있었다.
한참동안 정자에 앉아 말티재를 오르는데 쌓인 피로를 풀고 내리막길로 향했다. 내리막 첫 번째 굽이 도로변에는 아름드리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벚꽃이 활짝 피는 봄과 단풍철인 가을이 되면 너무나 아름다울 것 같은 생각에 다시 찾아와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을 뒤로 하고 이번 여정을 마쳤다.

밀레니엄 대형돌탑과 장승.
밀레니엄 대형돌탑과 장승.
장안면 장재리 한옥마을.
장안면 장재리 한옥마을.
말티재 유래비 및 상징물.
말티재 유래비 및 상징물.
말티재 명소화 숲길.
말티재 명소화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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