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게스의 반지
상태바
기게스의 반지
  • 최동철
  • 승인 2017.04.13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9>
영국의 톨킨이 지은 판타지 서사 소설 ‘호빗’과 영화화된 ‘반지의 제왕’에 ‘절대 반지’라는 보물 반지가 나온다. 모든 마법의 반지를 지배하는 매우 강력한 힘을 가졌다. 반지를 손에 끼는 순간 투명체가 된다. 다만 사악한 존재의 조종을 받아 몹쓸 짓을 거리낌 없이 해야 한다.

서양 철학자 계보 두 번째에 올라있는 플라톤이란 위대한 이가 있다. ‘법을 잘못 인용한 판결이 문제일 뿐, 아테네의 법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스스로 독배를 마신 계보 첫 번째 거두 소크라테스의 제자다.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 ‘기게스의 반지’가 나온다.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눈 글라우콘(플라톤 형)이 자기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끄집어낸 이야기다. ‘이기적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더라도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결과 때문에 사람들은 법을 지키며 사회를 유지한다는 논리다.

기게스의 투명반지 이야기는 이러하다. ‘어느 날 선량한 양치기가 우연히 반지 하나를 줍게 된다. 투명반지였다. 평소 불의를 탓하던 착한 그였지만 반지를 낄수록 나쁜 짓을 일삼게 된다. 급기야 왕궁에 들어가 왕비를 농락하고 왕을 살해한 뒤, 스스로 왕이 된다’

글라우콘은 ‘투명반지가 정의로운 사람에게 있다 해도 정의 속에 머무르면서 남의 것을 멀리하고 손을 대지 않을 만큼 도덕성을 유지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누구든 간에 ‘투명반지’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불의를 저지를 것이라는 얘기다. 위선의 삶이 될지언정 말이다.

보은군의회가 이 같은 뉘앙스의 투명반지를 꼈다 뺏다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불요불급한 총 60억9,800만원의 군정 예산을 심사숙고 끝에 삭감했다며 자화자찬했었다. 관련 체육단체들의 거센 항의와 시위에도 꿋꿋이 견뎌내는 듯 했다.

지난 1월에는 보은군의회와 체육단체 등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소통하는 자리도 있었다. 의회는 이 자리에서 “보은군은 스포츠 시설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왔고 늘어난 시설로 인해 매년 유지관리비가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조목조목 삭감이유를 설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데 지난 4일 보은군의회 제307회 임시회에서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연말 체육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추경에서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호언장담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투명반지를 낀 듯 거리낌 없이 군이 제출한 추경예산안을 한 푼 삭감 없이 원안 가결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지난 연말 자신들이 하나하나 근거를 대며 삭감했던 체육관련 예산이 모두 포함된 추경안 이었다. 투명반지를 끼지 않은 의원은 하유정, 최당열, 박범출 의원 뿐 이었다.
군의회는 투명반지를 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유권자인 대다수 군민만을 의식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